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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돋보기 장난 민박촌 여행자 공(空)차기 정물(靜物) 어떤 침실 밤길 새장 안의 새 사양(斜陽) 1 사양(斜陽) 2 속도가 소음이 되다 나에게로 가는 길 꽃이나 나무는 폭포 뉘우침 너를 보내며 제2부 멍 경칩(驚蟄) 벚꽃 그늘에 앉아 딴전 귀뚜라미 칡넝쿨 벗고 새 연못 얼음 복어 난초 하늘 풀밭에 누워 북한산에서 나무 우는 사연 노을 고사목 신정읍사 산그림자 경 제3부 호수 암 불귀(不歸) 닦기냐 쓰기냐 무심(無心) 꽃 피는 걸 보며 황혼 앞에서 바둑을 두며 아무 것도 아닌 놈 마음아 나오라 바보 묵언 한 편의 시 제4부 좀벌레 악(惡) 용광로(鎔鑛爐) 철물점에서 크로바 현장(現場) 시비(是非)하지마 멧돼지 맹인의 노래 포켓볼 동행(同行) 관계 사라진 숲 박꽃 모순 1 모순 2 햇볕정책 한반도 폐업한 '지구 까페' 해설 ㅣ 오세영 / 이진 시인의 말 |
姜庠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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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촌
어쩌다 이 바닷가, 민박촌에 왔다 민박집엔 대뜸 주인이 고승처럼 묻는다 얼마나 머물 예정인가 언제 떠날 계획인가 일몰의 풍경이 날마다 다르듯 여행자들의 모습도 날마다 다르다 바다로 난 계단에 앉아 넘실대는 바다를 본다 일몰에 넋을 빼앗긴 채 육체는 바다 위에 뜬 작은 목선이 된다 이 바닷가 얼굴이 익은 여행자들도 서로를 묻는다 언제 떠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머물다 별 수 없이 떠나가는 사람들 낯익은 얼굴들이 떠나고 다시 낯선 얼굴들이 모여든다 하늘에는 일몰이 내일의 일출이듯이 이 바닷가 민박촌에는 얼굴만 바뀐다 --- p.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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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기의 두 번째 시집 『민박촌』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그의 첫 번째 시집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엔터, 1998) 이후 만 10년 만에 상재되었다. 강상기는 원광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1996년 『세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1982년 군산 제일고등학교 재직 중 ‘오송회 사건’으로 이광웅(시인, 작고) 등과 함께 구속되어 교단에서 해직되었다. 이후 17년 세월이 흘러 1998년 교단에 복직, 현재 서울 이수중학교에 재직 중이다.
강상기 시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제1부의 시편들은 인생론적 깨달음을 담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자연에 대한 통찰을 심화시키고 있다. 제3부의 시편에서는 일상생활로부터 체험한 진실을 펼쳐 보여주고 있으며, 제4부의 시편에서는 수평적 삶에 대한 시인의 자각과 그 소명을 노래하고 있다. 이들 시편들은 관념적 언술을 배제한 채 언어의 절제를 통해 미적 세계를 형상화시키고 있다. 설령 현실을 고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편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강상기는 올바른 미학의 정도를 걷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을 넘어서 영원으로 노래하고자 시를 쓴다 화자가 그리고 있는 ‘민박촌’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공간이다. 이제 더 이상 여로를 지속할 수 없는 막다른 곳이다. “바다로 난 계단에 앉아/넘실대는 짙푸른 바다를”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의 “육체가 바다 위에 뜬 작은 목선이” 되는 것을 체험한다. 이는 시인의 삶을 객관화해주는 시적 비유라 할 수 있다. 현실의 아픔을 잊고 영원을 노래하고자 하는 시인의 혜안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