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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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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ine Virginia Wo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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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처럼 환상을 가진 피조물에게는 무엇보다도 자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측정 불가능한, 그러나 지극히 귀중한 특질을 가장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복해야만 하고 통치해야만 하는 가부장에게, 다수의 사람들, 실제로 인류의 절반이 본질적으로 자기보다 열등하다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점입니다. 그것이 실상 그가 가진 권력의 주요 근원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 p.81 지난 수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실제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달콤한 마력을 지닌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만일 여성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면, 거울에 비친 남자의 형체는 줄어들 것이고 삶에 대한 남자의 적응력도 감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p.83 지적인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합니다. 시는 지적인 자유에 의존합니다. 그리고 여성은 단지 이백 년뿐만 아니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 늘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시를 쓸 수 있는 눈곱만 한 기회도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한 것입니다. --- p.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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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성은 남성의 거울로만 살아왔다!
여성의 ‘지적 자유’를 위한 두 가지 열쇠 - 고정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그리고 영화 <디 아워스>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 그녀는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 등과 함께 20세기 문학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던 모더니즘 운동의 선도자이며 대표자로 인정받고 있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가 1928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뉴넘과 거튼, 두 곳의 여자대학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원고를 재구성하여 한 권의 에세이로 출판한 것이다. 페미니즘 연구의 입문서 혹은 필독서로 이해되는 이 글은 문학이 어떻게 남성중심 지배구조에 이용되어왔으며, 동시에 그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성은 어떻게 문학으로부터 배제되어왔는가를 수평적, 수직적인 고찰과 분석을 통하여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비유와 재치 있는 문체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촌철살인적 비평은 남성과 여성을 불문하고 지금의 사회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반세기를 넘어 여전히 이 책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그녀가 가부장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걸, 골드미스 등의 유행어가 나올 만큼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고 있는 21세기지만, 자세히 보면 각종 미디어에서, 일상생활에서, ‘여성’이라는 ‘성(性)’은 여전히 소외되고, 남성의 시각에서 비 쳐지는 존재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에겐 오빠의 명성에 가려진 주디스라는 누이동생이 있었다? 『자기만의 방』은 강연의 주제인 ‘여성과 소설’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그러나 울프는 처음부터 그 주제는 절대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철저히 배제된 문학현실에서는 그 질문 자체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울프는 묻는다. “왜 지난 수백 년 넘게 여성은 문학에서 철저히 소외당해왔는가?” “왜 한쪽 성(남성)은 그렇게 풍요로운데 다른 성(여성)은 그토록 빈곤한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울프는 셰익스피어에게 주디스라는 누이동생이 있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라고 가정하게 된다. 그 상상 속의 주디스는 넘치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와는 달리 그 어떤 교육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지도 못했으며 쓸쓸히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바로 여기에서 울프는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물적 토대와 배움의 기회가 얼마나 취약하기 짝이 없는가를 지적하며, 여성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신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남성에게 종속된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존재로서 얻을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 그리고 아이들, 가족, 사회적 시선 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문장’을 해방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울프는 익히 알려진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글을 써내려 간다. 다중적 관점과 다층적 구조의 그것은, 마치 겹겹이 쌓인 파이처럼 여러 겹의 세상이 존재하는 중간계나 다원우주론과 같다. 너와 나, 여기와 저기의 구분이 혼란스러운 환상문학의 서사처럼 울프의 세계는 암시와 환상, 절묘한 비유들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이런 문체가 울프 문학을 읽는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젊은 여성들이여, 깨어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여성이라는 성을 초월하여 자기 자신이 되어라 버지니아 울프가 내리는 결론은 무조건적인 여성 찬양과 남성을 향한 적대적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울프는 그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의식적인 편향성을 가진 것이 아닌 양성적(兩性的)인 마음이 가장 조화롭고 창조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래에 자유롭고 위대한 여성작가가 태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도록 모든 여성들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러한 주장은 공허한 울림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성의 구분 및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인이 되라는 점에서 오히려 8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로 작용한다. 또한 성별과 젠더의 구분을 모두 거부하고 이들을 모두 제도적 지배 담론의 산물로 보는 현대의 포스트 페미니즘에의 시사점 또한 던져준다. 그렇기 때문에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또한 남성들에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해줄 것이다. 2008년, 끝나지 않은 남녀평등과 진정한 여성해방에 대한 숙제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80여 년을 뛰어넘어 시대를 꿰뚫는 고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