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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에비사와 야스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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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uhisa Ebisawa,えびさわ やすひさ,海老澤 泰久

1950년 시바라키 현에서 태어났다. 국학원대학 졸업 후 같은 대학의 고대연구소에서 근무한 뒤, 저술에 전념했다. 1988년 『지상의 꿈 F1』으로 닛타 지로 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 『귀향』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에비사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책을 냈는데, 프로 야구를 소재로 『슈퍼스타』, 『단지 영광을 위하여』, 『모두가 자이언츠를 사랑했다』, 『베테랑』, 골프를 소재로 『오케이』, 『골프가 좋아』, 자동차 레이스의 세계를 소재로 『F2 그랑프리』, 『F1을 질주하는 혼』등을 펴내 대중들의 환호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의 이면까지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
1950년 시바라키 현에서 태어났다. 국학원대학 졸업 후 같은 대학의 고대연구소에서 근무한 뒤, 저술에 전념했다. 1988년 『지상의 꿈 F1』으로 닛타 지로 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 『귀향』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에비사와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책을 냈는데, 프로 야구를 소재로 『슈퍼스타』, 『단지 영광을 위하여』, 『모두가 자이언츠를 사랑했다』, 『베테랑』, 골프를 소재로 『오케이』, 『골프가 좋아』, 자동차 레이스의 세계를 소재로 『F2 그랑프리』, 『F1을 질주하는 혼』등을 펴내 대중들의 환호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의 이면까지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경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승부를 둘러싼 스포츠의 드라마틱한 면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탁월한 재능으로 에비사와의 스포츠 소설들은 실제 스포츠 경기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외에도 본격 요리 소설로 극찬을 받은 전기 소설 『아름다운 맛 예찬』, 일본인의 종교관을 깊이 있게 파고든 역사 소설 『푸른 하늘』,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대중 음악계의 제왕 이노우에 요스이의 일생을 다룬 『보름달, 하늘의 보름달』, 그 외 수많은 논픽션, 에세이, 소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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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출판계에서 편집과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성서 시대사』, 『교양 노트』, 『여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마음을 들여다보면』, 『소년 시대』, 『미식 예찬』, 『유모아 극장』, 『이야기가 있는 사랑수첩』, 『미국 문명의 역사』, 『사고의 기술』, 『야구 감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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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7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862483

책 속으로

디너는 손님들의 작은 탄성으로 시작되었다. 촛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크리스탈 글래스에 코르통 샤를마뉴가 따라지고, 모두가 묵직한 각자의 글래스를 손에 들고 향이 깊은 황금색 액체로 충분히 입 안을 축이자, 최초의 요리 푸아그라 파르페가 나왔다. 셰프 히타카 사부로는 거기에 한 조각 브리오슈와 마슈 샐러드를 살짝 곁들여 푸아그라 위에 잘게 썬 트뤼프를 뿌려 놓았다. 모두한테서 작은 탄성이 오른 것은, 그것을 한 입 떠서 입에 넣은 순간, 혀 위에서 푸아그라가 트뤼프의 향과 함께 크림처럼 녹기 시작했을 때였다.“대단해.”
--- p.33

쓰지 시즈오는 『라루스 가스트로노믹』 - 미식 대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두꺼운 책에 금방 빠져들었다. 그 책에는 화려한 사진과 함께, 그가 본 적도 없는 프랑스 요리가 3천 종류나 소개되어 있었다. ‘이게 진짜 서양 요리인가’하고 그는 생각했다. 온갖 요리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가 서양 요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오믈렛이나 마카로니 그라탱이나 비프 스튜나 스테이크였다. 그러나 그 책에는 그런 것들과는 전혀 다른 별세계의 요리가 즐비해 있었다. 에크르비스 테린, 트뤼프 소 파이, 넙치 샴페인 찜, 소스 아메리켄, 오리 오렌지 찜. 무엇 하나 그는 몰랐다. 대체 어떤 요리들일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107

그로부터 두 시간 뒤에 무라타 코이치가 만든 그 오르되브르를 보고, 쓰지 시즈오는 온몸의 맥이 풀렸다. 눈앞에는, 소금과 후추를 넣고 단순히 찐 정어리, 소금으로 데친 토마토, 마요네즈로 버무린 당근,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드레싱 버무림이라고 하는 토끼 귀처럼 생긴 요리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과연 어지럽게 여러 가지를 섞어 담았다는 이름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오르되브르로, 소스를 끼얹은 양배추 채가 없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 p.115

그건 미슐랭이라는 타이어 회사가 내고 있는 프랑스의 레스토랑과 호텔 안내서로, 1만 개 이상의 가게가 소개되어 있어 무척 편리한 책일세. 어느 페이지라도 좋으니까 한번 펼쳐 보게. 군데군데 별 표시가 붙어 있을 거야. 최고의 별 세 개로, 굳이 일부러 그 가게를 찾아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가게, 별 두 개는 돌아가더라도 가보면 좋은 가게, 별 한 개는 맛있는 가게라고 하는 기준으로 되어 있는데, 그들이 올해 별 세 개를 준 가게는 전부 해서 10군데, 별 두 개는 65군데일세. 우선 그 75군데의 가게를 가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 p.160

“프랑스에 갈 생각이에요”
하고 쓰지 시즈오는 말했다.
“프랑스 어디로요?”
“새뮤얼 챔벌레인 씨가 피라미드라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줘서 일단 그리로 가려구요.”
“피라미드라구요!”
베인브리지는 놀람의 탄성을 올렸다. “아, 난 바보 같은 짓을 했군. 당신이 피라미드로 간다는 걸 알았다면, 햄버거나 살 걸 그랬어요.”
“왜죠?”
“뭘 먹든 간에, 일단 피라미드의 요리를 먹으면 다른 모든 음식들은 쓰레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죠.”
--- p.171

“찾았다. 거리 이름을 봐”하고 그는 아키코에게 말하며, 거리를 따라 차를 천천히 앞으로 몰았다. 50미터도 못 가서 좌측에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넓은 저택 같은 건물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쓰지 시즈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 아키코는 스커트 자락을 잡고 주름을 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러고서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답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 p.178

그는 치즈라는 건 우유로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젖으로도 산양젖으로도 만드는 거라고 한다면 50종류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담 푸앵이 말했다. “드골 대통령이 매스컴으로부터 실정에 대해 공격받았을 때 했던 유명한 변명을 알져 줄게요. 프랑스에는 4백 종류나 되는 치즈가 있고, 국민들은 제각각 자기 취향대로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하며 양보를 하지 않는다. 그런 국민 정부가 만족할 수 있는 정치 같은 건 누가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었죠.”
--- p.194

“무척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 이제 배가 꽉 차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 쓰지 시즈오는 말했다.
“괜찮아요. 케이크는 다르니까”
하고 마담 푸앵은 웃었다.
쓰지 시즈오는 위가 정말로 터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중 하나에 나이프를 갖다 댔다. 그것은 마르졸렌이라는 케이크로, 갈아서 가루로 만든 아몬드와 헤이즐넛을 섞어서 구운 스폰지 케이크 사이에 초콜릿과 아몬든가 들어간 생크림을 층으로 겹쳐 놓은 것이었다. 한입 가득 입에 넣자, 입 안에서 향긋한 아몬드와 헤이즐넛 향이 퍼지고, 차가운 생크림이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았다. 쓰지 시즈오는 순식간에 그것을 다 먹어 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음 케이크에 나이프를 갖다 대고 있었다.
--- p.196

쓰지 시즈오는 마담 푸앵한테서 대접받았던 블롱의 굴에 대해서도 몰랐지만, 이 브레스의 닭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일본의 프랑스 요리 연구가라는 사람들이 쓴 책을 적잖이 사들여 읽었다. 그들 대부분은 예전에 파리에 유학 왔던 경험이 있는 프랑스 문학 교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책에는 블롱의 굴이나 브레스의 닭에 대해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대체 그들은 프랑스에서 뭘 먹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215

센 강변의 투르 다르장에서는, 창가의 구석 테이블에 앉으면 조명을 받아 파리의 밤하늘에 휘황찬란하게 솟아 있는 노트르담 사언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센 강 다리 위의 조명들과, 그 아래를 오가는 유람선의 조명.
“우리, 파리에 있어요”
하고 그것을 보며 아키코는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의 파리 체재는 그렇게 우아하고 즐겁지 않았다. 대체로 항상 과식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도 시간이 주어지면 다시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은 먹다가 속이 불편해지면, 번갈아 화장실에 가 얼굴을 씻거나, 가게에 비치된 오드콜로뉴를 목덜미에 뿌리거나, 화장실에 앉아 속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와서 먹었다. 점심 저녁, 점심 저녁 매일 소스가 진한 프랑스 요리를 계속해서 먹는다는 것은 그런 거였다.
“우리들 푸아그라용 거위 같군”
하는 말을 쓰지 시즈오는 아키코에게 곧잘 했다.
--- p.220

쓰지 시즈오는 다음 날 즉시 그곳으로 가, 호텔 일층의 콘디라는 작은 가게의 케이크를 먹었다. 그는 한 입 먹어 보고 너무 맛있어서 혀를 내둘렀다. 프랑스인이라면 단맛이 부족하다고 할지 몰랐지만, 그한테는 딱 적당하게 달았다. 프랑스의 케이크는 좀처럼 흉내 내기 힘든 고도의 테크닉으로 만들어졌지만, 그의 입맛에는 단맛이 다소 강했다. 쓰지 시즈오는 그 케이크를 먹으면서, 디저트에 이런 기품 있는 맛의 케이크를 내놓는 요리사를 키워 내는 것은 언제쯤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나는 뭔가를 먹을 때마다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 p.260

가시하라 요시아키는 홍콩에서 재료를 사갖고 돌아와서는, 열 명의 스태프를 동원해 일주일에 걸쳐 재료를 손질했다. 바다제비 집, 상어 지느러미, 말린 해삼, 거기에 비단우산버섯 같은 재료를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어 지느러미는 이틀 이상에 걸쳐 손질을 하고 나서, 지느러미 사이에 있는 심줄을 제거해, 하나씩 섬유 상태로 풀어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돼지고기 붉은살과 노계, 중국 햄, 소의 정강이 살로 장시간 끓여 낸 샹탕이라 불리는 중국 수프도 미리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고, 살구 씨를 으깨어, 그 윗물만을 굳혀 만든 살구씨두부를 만드는 것도 간단치가 않았다. 중국 요리라는 건 돈도 많이 들지만 손도 많이 가는 요리였다.
--- p.360

요리와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묘한 것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기분과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맛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쓰지 시즈오는 그날 밤,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것은, 요리인이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도, 먹는 쪽에서 요리를 즐길 마음이 없으면 아무런 가치도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깨달음 이래, 그는 자택에서 여는 디너파티의 초대자 인선에 이전보다도 훨씬 신경을 쓰게 되었다. 최소한, 먹는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느 것이다.

--- p.374

출판사 리뷰

일본이 자랑하는 요리의 거인
『미식 예찬』은 『야구 감독』을 비롯해 스포츠를 소재로 박진감 넘치는 작품들을 발표해 일본 독서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 에비사와 야스히사가 요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소재로 해서 발표한 장편 요리소설이다. 작품의 모델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식가이자 요리 연구가, 그리고 일본 최대의 요리사 학교인 쓰지 조리사 전문학교의 창업자인 쓰지 시즈오(1933-1993). 그가 한해 백 명 남짓한 학생으로 시작한 자신의 학교를 각 나라의 요리 과정 외에도 제과 전문학교, 프랑스 요리 전문 칼리지, 조리사 기술 연구소, 호텔 스쿨, 프랑스의 빌프랑슈 학교를 포함해 매년 4천 명이 넘는 요리인을 배출하는 요리 종합 칼리지로 키워 나가는 과정과 판에 박힌 호텔의 코스 요리를 비롯해 돈카쓰, 오믈렛, 카레, 그라탱 등의 가짜 ‘서양 요리’들과는 다른 진짜 프랑스 요리를 일본에 소개하는 과정이 전체적인 소설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미식가들과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최고 레스토랑 셰프들과의 교류를 통해 미식이라는 것이 지니는 문화사적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미식 예찬』이 나온 뒤, 그동안의 자신의 작품 목록에 비춰 요리라는 다소 이례적인 소재를 다룬 것에 놀란 사람들에게 집필 동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다른 스포츠 소설의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쓰지 시즈오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꼈다. 그런 그가 우연히 몸담고 있던 분야가 요리 분야였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새로운 분야의 소설을 썼다는 사람들의 반응이야말로 나로서는 놀랍다’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흥미 있는 인물이라는 소재를 대상으로 한 것은 스포츠 소설과 마찬가지이고 그가 몸담고 있는 분야는 부차적이라는 이야기다. 과연 작가는 『미식 예찬』을 통해 요리라는 분야를 스포츠 소설 못지않은 박진감과 감동으로 그려내 일본의 독자들과 비평가들은 이 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쓰지 시즈오가 자신의 혀와 몸으로 수행한 요리 연구와 그의 삶을 철저하게 추적하고 재현해 보인 에비사와의 명문장이 이룩한 위업’이라는 한 독자의 평은 이 소설에 대한 일반 대중의 반응을 정확히 요약하고 있다.

황홀하면서도 소박한 미식의 세계
이 소설의 1부 만찬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나지만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미식이라는 그 황홀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한 사람당 재료비만 4만 2천 엔이나 들고 크리스토플이나 바카라 같은 명품 식기를 사용해서 요리 가격을 15만 엔으로 책정한다고 해도 남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그런 요리. 과연 그런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요리사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화려한 요리. 최고의 재료를 선별해 최고의 요리사가 만들어 내는 맛의 향연, 그리고 3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로마네 콩티, 그랑 제셰조가 긴 잠에서 깨어나 꿀, 복숭아, 계피, 숲의 향기를 식탁으로 마구 뿜어내는 그런 풍성한 식탁.

거기에다가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수여한 프랑스 전국에 열 개밖에 안 되는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인상적인 음식들. 그리고 현대 프랑스 요리를 대표하는 폴 보퀴즈를 비롯한 국보급 셰프들의 인간적인 육성 등 이 책은 상상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들고 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미식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집에 있는 동안 그의 행복을 떠맡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식의 세계를 뒷받침하는 철학은 아주 소박한 것이다. 쓰지 시즈오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브리야 사바랭의 위의 말은 음식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음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예술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미식학은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올리려고 한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화려한 미식의 세계는 불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누구에게도 당연히 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 소설의 주인공 쓰지 시즈오도 성공의 정점에서 깊은 회의에 빠진다. 하지만 음악이나 미술 같은 모든 문화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 아닐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생존에 큰 지장은 없는. 그런 면에서 미식도 그런 문화의 한 분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게 주인공인 쓰지 시즈오의 깨달음이다.

프랑스 요리가 세계 최고의 요리(이건 단순히 맛만의 문제가 아니다)로 군림하는 건 프랑스 사람들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맛을 음미하려는 에피큐리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식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그것을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문화로까지 승격시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한 끼 때운다’는 말에서 잘 드러나듯이 음식을 문화로 보는 전통이 약했던 우리로서도 그런 관심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결코 식문화의 발전은 바라기 힘들 것이다.

척후장교의 보고문처럼 정확한 문장
‘에비사와는 정통적인 산문을 쓴다. 그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정을,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자세히,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재빨리 전달한다. 그의 서술은 명석하고, 그의 묘사는 선명하다. 그는 복잡한 사태의 성격을, 어물어물하는 어조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쉽게 전달해 준다. 그것은 침착하고 냉정한 척후장교가 쓴 보고문처럼 간결하게 핵심을 꿰뚫고 있다. (중략) 게다가 그의 문장에는 보통의 논픽션 작가들에게는 없는 청신하고 예리한 아취가 있다. 그의 글이 자아내는 풍경은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우아하다고 요약해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에 대한 어느 평론가의 위와 같은 평은 작가의 문장 스타일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전작인 『야구 감독』을 통해서도 잘 드러났듯이 그의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서술은 한번 이 작가의 책을 펼치면 웬만해서는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고 만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하나하나의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편집이 잘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독자들은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미완의 상황으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몇 장면 뒤의 서술로 해결되고, 사건의 핵심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인물들을 배치시켜 전체적인 진실을 점점 부각시킨다.

이러한 성취는 단순히 글쓰기 재능만의 문제는 아니다. 에비사와는 하나의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모델이 되는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미리 조사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서도 취재와 조사에 2년여를 들여, 주인공인 쓰지 시즈오를 면접 취재한 것만 50회에 이르고, 쓰지 시즈오 부부의 미각 수행을 추체험하기 위해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 레스토랑들을 방문하여 풀코스 프랑스 요리를 일주일 동안 점심 저녁으로 먹었다고 한다. 철저한 체험과 취재로 얻은 재료를 가지고 에비사와는 맛깔나는 이 소설 『미식 예찬』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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