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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3
오세영
예담 2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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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등장인물

꽃의 도시
사생아
탈출
모든 길은 로마로
칸셀라 에스카 코르시바
최후의 심판
세상의 끝

- 소설과 함께 보는 자료 그림

저자 소개 1

195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우는 일을 즐겼던 오세영에게 역사를 이야기로 꾸미는 역사 작가는 잘 어울리는 직업인 셈이다. 오세영에게 역사는 내일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소설은 역사를 쉽게 풀어쓰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그는 역사학계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문단에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러나 시대와 삶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소재를 발굴해서 독자들을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베니스의 개성상인』,『구텐베르크의 조선』, 『원행』, 『만파
195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우는 일을 즐겼던 오세영에게 역사를 이야기로 꾸미는 역사 작가는 잘 어울리는 직업인 셈이다. 오세영에게 역사는 내일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소설은 역사를 쉽게 풀어쓰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그는 역사학계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문단에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러나 시대와 삶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소재를 발굴해서 독자들을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베니스의 개성상인』,『구텐베르크의 조선』, 『원행』, 『만파식적』, 『타임 레이더스』, 『화랑서유기』, 『포세이돈 어드벤처』, 『창공의 투사』, 『소설 자산어보』, 『콜럼버스와 신대륙 발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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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4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20g | 143*220*30mm
ISBN13
9788959133055

책 속으로

자고로 글을 아는 자는 다스리고 글을 모르는 자는 다스림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니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사대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을 것이다.
“훈민정음이 반포되는 걸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오. 그렇지만 반포되더라도 실제로 쓰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 될 것 아니겠소.”
그게 또 무슨 소린가. 정창손과 신석조는 뜨악한 표정으로 최만리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조선 팔도에 두루 배포하려면 사람의 손으로 베껴 적을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주자소에서 인쇄해야 할 것이오. 그러니 주자소를 우리가 장악하면 얼마든지 배포를 막을 수 있을 것 아니겠소.”
최만리의 눈에서 무서운 빛이 일었다.
--- 1권 pp.44~45‘훈민정음’ 중에서

“스승님!”
옥사에 이른 석주원은 힘겹게 누워 있는 장영실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나는 살 만큼 산 몸, 너라도 무사히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장영실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먼 데를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석주원은 괴로운 표정으로 사마르칸트에 다녀오게 되었음을 밝혔다.
“방금 사마르칸트라고 했느냐?”
장영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곳이 얼마나 먼 곳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돌아와서 스승님을 모시고 조선으로 돌아갈 것이니 그때까지 부디 몸성히 계십시오.”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이 더 나오지 않았다. 석주원은 장영실에게 큰절을 올리고 형옥을 물러나왔다.
‘그래, 가거라. 가서 넓은 세상이 있음을 경험하거라. 큰 사람이 되거라. 아무래도 새 활자는 네게 맡겨야 할 것 같구나. 너는 꼭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1권 pp.127~128‘지옥불’ 중에서

“나는 초빙을 받아 사마르칸트로 가는 활자공을 가르친 적이 있다. 문물이 발달했다는 티무르 제국도 활자만은 나무나 진흙으로 만들어서 쓰고 있었거든. 그 점은 마르코 폴로가 침이 마르게 찬양을 했던 카타이도 마찬가지였어. 그런데 당신 나라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금속활자를 쓰고 있다고 했다지? 꼬레아라고 했나? 처음 들어보는 나라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수백 년 전부터 금속활자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발트포겔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구리활자를 만든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납활자를 거쳐서 아연활자를 만들었는데, 그걸 구텐베르크에게 도둑맞았다. 그래서 절치부심 끝에 더 우수한 주석활자를 만들었고 마침내 복수의 순간을 맞았다.
그런데 수백 년 전부터 금속활자를 만들어 쓰던 동방의 나라에서 온 젊은이가 지옥불을 가지고 자기를 상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발트포겔은 승부에 임하기 전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구텐베르크가 수를 쓰는 거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석주원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 1권 pp.302~303,‘향동활자’ 중에서

“끝까지 해보겠다. 주자장이 해보겠다는데 물러설 이유가 없지. 고로를 당신에게 맡긴 이상 지금부터 세세한 사항은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좋아. 좋은 연료, 우수한 활자를 기대하겠다.”
구텐베르크가 손을 내밀었다. 석주원은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았다. 꼭 잡은 손을 통해서 열의와 투지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제부터 주원이 공방을 총괄한다. 그리 알고 모두들 주원의 지시에 복종하도록 해.”
구텐베르크가 못을 박자 겔투스와 뒨네도 더 이상 반대하지 못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행 끝에 여기에 도착한 것이구나. 석주원은 구텐베르크의 신념에 찬 눈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름지기 조선의 사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일에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 1권 pp.306~307‘향동활자’ 중에서

시 사무국에 다녀오는 길일까? 마침 이레네도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낙엽이 뒹구는 정원에 나란히 앉았다.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단풍으로 물든 강변과 마인 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은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구텐베르크 씨가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내게 맡기겠다고 했어.”
“잘됐군요. 당신은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부부가 되기로 한 다음부터 석주원은 그 어색한 주인님 소리를 더 듣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점점 멀어지는 조선과 돌아갈 수 없는 사마르칸트. 그렇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개척해야 할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기에.
--- 2권 p.185‘함정’ 중에서

플라톤 부설 아카데미 인쇄소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구텐베르크 인쇄소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석주원은 새로운 문예부흥운동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일이란 조선에서부터 대대로 익혀왔고, 스승 장영실을 통해 전수받은 금속활자 기술을 이곳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조선에 돌아가 주상의 밀지를 수행할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석주원에게 이곳 서방은 이미 남의 땅이 아니었다.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위해서든 르네상스를 위해서든, 그곳이 어디든 자신에게 주어진 장인의 소명을 치열하게 펼치는 일, 그것이 바로 석주원에게는 밀지를 받드는 길이었다. 석주원은 피렌체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 3권 p.86‘사생아’ 중에서

관련 자료

<디드 유 노우>, “구텐베르크가 만든 게 최초·최고인 줄 알았다”
세계 정보 사이트 <디드 유 노우>(http://www.didyouknow.cd/)가 "한국의 『직지』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소개했다"고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http://www.prkorea.com/)가 10일 오전 10시 50분께 밝혔다. <디드 유 노우>는 반크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 독일 출신 구텐베르크만의 금속활자본을 세계 최초, 최고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왔던 것.
서양에서만 놓고 본다면 구텐베르크가 최초로 최고의 활자본을 탄생시킨 게 사실이다. 특히 활자로 인쇄한 최초의 성서 『42행 성서』는 전 세계에 걸쳐 유명해 ‘구텐베르크 성서’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드 유 노우>는 서양의 활자기술을 말한 게 아니라 동서양을 아우르는 전 세계에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최고’라고 명시한 데서 오류를 범한 것이다. <디드 유 노우>는 반크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반크, 5월부터 『직지』 홍보단 활동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인 반크(VANK)가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직지홍보단’을 구성해 운영한다.
반크는 5월부터 신규 가입 회원들에게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의 가치와 의의 등을 교육한 뒤 의무적으로 직지홍보단 단원으로 활동하게 할 방침이다. 반크는 직지홍보단을 대상으로 해외 펜팔 친구에게 『직지』 알리기, 해외 채팅방 및 해외 유명 인터넷 사이트, 해외 유명 인사의 블로그, 해외 영상 사이트에 접속해 직지 홍보하기 운동을 단계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반크를 이끌고 있는 박기태(35)씨는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직지홍보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99년 출범해 현재 회원이 18,500여 명인 반크는 ‘독도지명 찾기 운동’, ‘2002 한일월드컵 홍보’, ‘동해 표기 운동’ 등을 벌여왔고, 2006년 9월 청주시와 ‘ON-OFF 직지 세계화 캠페인’ 협약을 맺은 뒤 세계 각국의 교과서와 웹사이트, 백과사전 등에 잘못 실린 직지 관련 자료를 수정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연합뉴스 2008. 3. 4>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
금속활자는 활판인쇄를 하기 위해 놋쇠·납·무쇠 등의 쇠붙이를 녹여 주형에 부어 만든 각종 활자로, 주자鑄字라고도 한다. 초기에는 구리·철·납 등 여러 가지 금속이 사용되었으나, 현대의 금속활자는 납을 주로 하는 합금이다. 활판인쇄는 목판인쇄와 달리 낱개의 활자를 만들어 필요한 책을 수시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목판인쇄에 비해 인쇄비용과 작업 시간이 줄어들어 훨씬 경제적이다.
인류의 문명을 초고속으로 앞당긴 금속활자. 이 금속활자의 발명국은 독일이 아닌 우리의 고려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사를 뒤바꾼 것이다. 기록상으로는 구텐베르크보다 약 220년 앞선 1234년경 강화도에서 『상정고금예문』을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현재까지 발견된 금속활자 인쇄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견된 『직지』가 있다. 『직지』는 지금까지 최초로 알려졌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되어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직지』는 상·하권 중 하권만이 전해지며,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유네스코는 또한 세계기록문화유산 보호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수여하기 위해 2004년 제정한 상의 이름을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이름을 따 ‘직지상’이라 정했다. 시상식은 2005년부터 청주시가 지정한 ‘직지의 날(매년 9월 4일)’에 격년제로 청주 또는 파리에서 치러진다.

출판사 리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융합의 정신, 활자로드에서 찾아라

우리 민족이 세계 인류 문화에 이바지한 것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금속활자의 발명이다. 하지만 이 금속활자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나 홍보 또한 서양보다 더욱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사에 빛나는 우리의 자랑이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외면받고 잊혀져 있었던 것이다.
일부 학자들의 관심으로만 그쳤던 활자로드에 대한 관심을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할 때다. 오늘날 우리의 자랑스러운 인류 최고 문화유산인 금속활자의 세계사적 가치와 의의를 자리매김해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며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고려와 조선에서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서양으로 전해진 활자로드는 인류 최대의 문명 교류의 현장이다. ‘활자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은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의 융합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우리 선조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주조했으며, 앨 고어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중심에서 IT 미디어 융합 산업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분열과 당쟁의 역사, 수구와 피침의 역사가 우리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하루 속히 수동적, 방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구촌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는 개방적 마인드와 융합 정신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야할 것이다. 유럽에 전달됨으로써 인쇄술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한 당대 최고 수준의 조선의 금속융합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혁명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디지털 혁명은 인쇄술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 주는 두 번째 선물”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은 2005년 5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5’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 발전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당시 교황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의 인쇄박물관에서 알게 된 것”이라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할 때 교황의 사절단과 이야기했는데 그 사절단은 한국을 방문하고 여러 가지 인쇄기술 기록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앨 고어는 “한국의 디지털 혁명은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에게 두 번째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발전에 기여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전세계가 인쇄술에 이어 한국으로부터 두번째로 큰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최근의 한국 내 인터넷 발전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2005. 5. 19>

코리아 → 독일 ‘활자로드’ 확인하다
2005년 10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람회를 계기로 우리와 독일 학자들은 ‘새로운 발견, 활자로드를 찾아서’란 제하의 국제학술모임을 열었다. 서로 처음 모여 금속활자 인쇄와 전파에 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자리였다. 전람회 주빈국으로서 의미 있는 모임이었으나, 국내에는 기사 한 줄 전해진 바 없었다. 당시 국내 학자들은 두 나라의 금속활자 인쇄가 문명교류사적 배경에서 여러 중간 고리를 포함한 실크로드 통로를 거쳐 연관되었을 개연성이 짙다고 설파하면서, 이 통로를 ‘활자의 길(활자로드)’이라 이름 지었다. 그 길은 대략 남·북 두 갈래로 추정했다. 남로는 한국에서 중국을 지나 중앙아시아, 이란을 거쳐 유럽과 독일에 이르는 오아시스 육로, 북로는 한국에서 몽골을 지나 남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과 독일에 이르는 초원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인데, 일정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한겨레 2006. 6. 16> ‘정수일의 실크로드 재발견 35’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금속활자
우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어떻게 구텐베르크에게 전해지고 발전되었을까?


금속활자 인쇄술은 지난 1천 년 동안 인류 문명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라이프> 지에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을 꼽았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지식정보 혁명을 가져왔고,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대량 생산됨으로써 사회, 문화 전반에 대변혁을 일으켜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유럽 사회가 근대화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은 교황 사절단이 조선을 방문하여 얻어간 기술”이라는 앨 고어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조선에서 일어나고 있던 인쇄혁명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동서 문명 교류의 산물이며, 그것이 바로 서양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과학혁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유럽이 우리의 인쇄기술의 영향을 받았음은 유럽의 학자들도 인정하는 것으로, 이미 고려시대부터 우리의 인쇄술이 중국 원나라에 전해지고, 다시 원과 명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사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든 단절의 시기에 조선의 인쇄술이 어떻게 구텐베르크에게 전해졌을까? 또 구텐베르크에게 조선의 앞선 인쇄술을 가르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인쇄기술의 동서 융합으로 르네상스의 문화혁명의 토대를 놓는 과정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그러한 역사적 의문이 실증적 자료에 기초하여 놀라운 상상력으로 소설 속에 펼쳐진다.

조선에서 유럽까지, 금속활자의 자취를 더듬는 감동적인 여정

주자소의 야금장인 석주원은 훈민정음을 널리 백성에게 반포하려는 세종의 밀명을 받고 장영실과 함께 명나라로 건너가서 새 활자를 주조한다. 그러다 사건에 휘말려 동서 문명이 만나는 길목인 사마르칸트로 가게 되고, 험난한 활자의 여정 끝에 다시 독일 마인츠로 가서 구텐베르크를 만난다. 그는 이곳에서 구텐베르크를 도와 새로운 금속활자를 주조하고 이후 구텐베르크 인쇄소의 책임자로, 유럽의 인쇄 출판업의 주요 인물로 성장한다.
근대화의 거센 풍랑이 일고 있는 유럽 세계에 뛰어든 석주원은 르네상스 시기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과 맞닥뜨리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석주원은 수많은 위기와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정과 소신, 결단력과 융합의 정신으로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마침내 유럽에서 금속활자 주조와 인쇄를 직접 주도하며 르네상스의 발전에 기여한다.

인류 최고의 발명, 금속활자의 자취를 따라 문명 교류의 감동적인 모험을 그린 이 책은 15세기 유럽을 지배한 글로벌 코리언 인쇄장인이 유럽으로 건너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등의 세계사 대변혁에 동참하는 과정을 그린 스펙터클한 역사소설이다. 금속활자 인쇄기술의 두 장인인 조선의 석주원과 서양의 구텐베르크가 만나 세계사에 놀라운 영향을 끼치는 인류의 문명사적 과업의 순간을 함께 이루어가는 모습을 장쾌한 스케일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작가가 기록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해 자료수집에서 집필까지 3년여의 시간을 쏟아 완성한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긴박하고 빠른 전개와 강렬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조선의 장인정신이 구텐베르크의 실용정신과 만나 펼치는,
동서 문화의 교류와 융합을 팩션으로 복원한 감동 드라마


주인공 석주원은 조선의 인쇄기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상인물이다. 그럼에도 ‘활자의 길’을 상징하는 그의 여정이 사실적으로 와닿는 것은 동서양의 역사적 사실들을 정교하게 직조해 세계사의 흐름에 녹여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역사적 지식 덕분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상상력이 때론 사실보다 더욱 큰 개연성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서양의 동시대 역사를 한자리에 보여주는 것, 역사의 실존인물과 사건들을 촘촘히 배치해 역사의 행간에 있었을 법한 개연성들을 그러모아 정교하게 직조하는 것은 오세영 작가만의 특기다. 특히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푸스트 형제, 장영실,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추기경, 코시모 데 메디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드리고 보르지아 추기경, 르네상스 출판왕 알도 마누치오 등의 역사인물들을 활자 이야기에 녹여낸 작가의 상상력은 놀라울 정도다.
『구텐베르크의 조선』은 이렇듯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정교한 결합,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고증,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인문적 깊이와 통찰의 메시지가 돋보이는 한국형 지적 팩션(Faction)이다.
소설의 역할이 때론 역사책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이 스토리의 매개체는 우리의 금속활자다. 서로 다른 금속이 고도의 기술로 섞이고 융합되어 탄생한 금속활자처럼 동양과 서양, 장인과 실용 등 서로 다른 것들이 교류, 융합되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가는 여정을 그렸다. 특히 이 책에서는 세종의 민본정신, 장영실의 장인정신, 구텐베르크의 실용정신을 잘 끄집어내, 쇳물이 섞여 만들어진 금속활자의 본질적인 가치 속에 버무려 잘 녹여냈다. 여기서 우리는 금속활자에 대한 잃어버린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는 것을 넘어서서 21세기 글로벌 지구촌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방성과 통섭정신까지도 이끌어낸 작가의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 이 소설은 특히 최근에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는 기술과 문화의 융합(Convergence)이라는 중요한 시대정신까지 함축시킨 역작이다.
각권 말미에는 소설과 함께 볼 수 있는 관련 자료 그림들을 부록으로 넣어 내용의 신뢰성과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접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는 이 소설이 흥미와 동시에 인문 교양과 세계사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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