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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로큰롤 세대 | 7
옮긴이의 말 | 541 |
Roddy D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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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암에 걸렸어요.”
“잘했구나.” “저 지금 심각해요, 아버지.” “그래?” 지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말할 각오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몸을 떨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말하고 나니 몸이 떨렸다. 지미는 팔이 뻣뻣해질 만큼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눌러댔다. 지미는 자신의 눈이 충혈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벌겋게 충혈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방금 암이라고 했냐?” “네.” “무슨 암?” “대장암요.” --- p.21 그렇게 하여 ‘기똥찬로큰롤닷컴’이라는 말이 주방에서 생겼던 것이다. 그것은 사실 이파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지미가 재빨리 훔친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들이 함께 만들었다. 그들은 하나의 팀이었다. 지미는 옛 밴드를 찾아내고, 그 밴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을 알아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매일 밤 한 시간 동안 사립 탐정 노릇을 했다. 지미는 첫 번째로 성사된 전화를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공손하게 말했다. 상대가 누군지 몰라 경계하는 남자 목소리였다. “데시 새비지인가요?” 지미가 물었다. “데스입니다만. 오랜만에 데시라는 소리를 듣는군요.” --- p.85~86 하지만 그 일이 지미를 힘들게 했다. 한 번, 단 한 번이었다. 지미는 이파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것 때문에 암이 생긴 거라고. 지미는 그야말로 겁쟁이가 되려 했다. 그러다 죽을 것이다. 지미는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하지만 그 결심, 차츰 다가오는 그 한 주가 지미의 머릿속에서, 얼굴에서, 어깨에서, 배 속에서 고통처럼 느껴졌다. 지미와 이파는 노엘린과의 거래에 승인을 한 후 돌리마운트의 인도 식당으로 가서 축배를 들었다. 지미는 그 거래에 기분이 좋았고, 옳다고 느꼈다. 하지만 슬펐다. 정말 슬펐다. 지미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잃어버렸다. 지미는 그것을 내주고 말았다. --- p.105~106 그것은 트럼펫이었다. 아주 멋진 트럼펫이었다. 붉은 플러시 천이 깔린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빛나는 황동제의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지미는 트럼펫을 들어보았다. 케이스보다 더 무거웠고, 차가웠다. 지미는 자기도 모르게 뺨을 트럼펫에 갖다 댔다. 정말 놀라웠다. 그것은 지미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트럼펫이었다. 꼭 여자 같았다. “마음에 들어요?” 이파였다. 지미는 이파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게 내 거야?” 지미는 어리석은 질문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요, 당신 트럼펫이에요.” 이파가 말했다. “정말 아름다워.” --- p.180 “그건 로큰롤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로큰롤이에요.” 지미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 “모두 1932년으로 돌아갈 거예요. 사람들은 부모와 조부모에게 그때의 추억을 들은 것을 떠올리면서 외칠 거예요.” --- p.207 “어쨌든 음악은 시대가 좋지 않을 땐 행복이죠. 상황이 나아질 때는 슬픔이 되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당연한 일은 뭐든 할 수 있고 또 허용되지 않은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성직자와 정치가들에게 알릴 수 있었죠. 1932년 아일랜드에서, 바로 노래를 통해서 말예요.” --- p.264 브렌던 괴벨스가 지미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다면 브렌던 괴벨스는 하이 베이비스--- p.High Babies)라고 하는 더블린의 펑크 그룹을 결성한 장본인이었다. 『더 티켓--- p.The Ticket)』에서 읽었던가? 아무튼 어딘가에서 에지와 보노가 HBO에서 새로 시작하는 시리즈의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단식투쟁이 벌어지는 동안 제작된 그 시리즈는 콜린 패럴과 보노의 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지미는 단식투쟁이 벌어질 당시 하이 베이비스가 부르곤 했던 [툭, 치직, 바비--- p.Snap, Crackle, Bobby)]라는 제목의 노래를 떠올렸다. ‘바비, 크리스피 먹어. 안 그러면 죽어’라는 가사의 노래였다. --- p.317~318 그것은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알아보기 힘들었다. 지붕이 야트막한 공간,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와 하는 함성……. 카메라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공연인가요?” “한번 봐요.” 노엘린은 동영상 아래에 있는 제목을 가리켰다. 난 지옥에 갈 거예요. “이런, 세상에!” 노엘린은 조회수를 가리켰다. 5,237,016회. 지미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미가 카메라라고 생각했던 것은 알고 보니 휴대폰이었다. 한 남자가 사람들 머리 위로 휴대폰을 들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자, 그러니까 휴대폰 카메라가 뒤를 돌았다. 순간 지미는 보았다. 자신의 아들 마빈을. --- p.388 그래도 지미와 데스는 화장실 간판을 잘 찾아냈다. 인파에 살짝 파묻히기는 했지만 별문제 없었다. 다르푸르의 화장실은 더 커졌지만, 이미 침입자들에게 점령되었다. 지미와 데스는 노란 소변기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지미는 비어 있는 플라스틱 비커를 왼손에 높이 들고 있었다. “올림픽 성화 같아요. 멋있어요.” 지미 맞은편에 있는 청년이 말했다. “패럴림픽 성화야.” 지미가 말했다. 데스는 웃었다. 청년도 웃었다. 이것이 인생이었다. 데스는 지미가 단추를 채우는 동안 비커를 들고 있었다. “데스, 재미있죠?” “당신이 단추 채우는 거 보는 거요?” --- p.456 “그래서 당신도 할 거예요?” 데스가 물었다. “나보고 매니저 하라고요?” “연주 말이에요. 밴드에서.” 데스가 말했다. “뭘 연주하라는 거죠?” “트럼펫 잘 불잖아요.” 데스가 말했다. “이런.” --- p.534~5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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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의 중년 가장 지미 래빗, 대장암 선고를 받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고 있는 지미 래빗. 1980년대에 ‘커미트먼트’라는 밴드를 만들고 매니저로 활약했던 그였지만 화려한 시절은 쏜살같이 지나고 이제는 네 명의 자녀를 둔 마흔일곱 살의 평범한 중년 가장일 뿐이다. 몇 년 전 아내 이파와 함께 시작한, 잊힌 옛 밴드와 그들의 음악 그리고 팬을 부활시키는 웹사이트 기반의 프로젝트 ‘기똥찬로큰롤닷컴’도 현재는 사업 지분의 대부분을 팔고 새로운 사업주의 동업자이자 피고용인으로 남았다. 그렇게 젊은 날의 열정도, 잠시 동안 꽃피웠던 열의도 모두 마모된 채 무기력하고 타성적인 삶을 살던 지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대장암. 창자의 80퍼센트를 들어내는 대수술과 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의 과정을 겪으며 심신이 피폐해진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의 이별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각오를 품고서 하루하루를 견뎌나간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옛 밴드 커미트먼트의 멤버인 아웃스팬과 역시 밴드의 멤버이자 한때 흠모했던 여인인 이멜다를 만나게 되고, 2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동생 레스와도 재회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죽음과 마주하게 된 이들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 그것은 음악 지미가 죽음의 두려움과 무기력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음악이다.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이자 1991년에 제작된 영화 〈커미트먼트〉의 원작이기도 한 『The Commitments』에서 더블린 노동자 계층의 오합지졸 청년들을 규합하여 밴드 ‘커미트먼트’를 결성하고 매니저로서 그들을 성장시킨 장본인이 바로 지미다. 세월이 흘러 지미는 커미트먼트의 멤버 아웃스팬과 암 병동에서 같은 암 환자로서 우연히 재회하고, 죽음과 동행 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쇠약해진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옛 열정을 되찾고 삶의 의지를 불태울 기똥찬 계획을 세운다. 그 첫 번째 계획은 코앞으로 다가온 가톨릭 성체대회에 맞추어 지난 성체대회가 열렸던 1932년의 모든 노래를 찾아내 하나의 앨범으로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 계획은 아들 마빈의 밴드를 불가리아 밴드로 위장하여 자신과 아들 지미가 작곡하고 옛 곡으로 꾸민 노래를 부르게 함으로써 온라인상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계획은, 그 가공의 외국 밴드가 출연하는 록 페스티벌 ‘일렉트릭 피크닉’을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찾아 아들의 공연을 보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 계획, 산소통을 지니고 다녀야 할 정도로 목숨이 위태로운 암 환자 아웃스팬과, 실업자로 전락한 전직 조경사이자 은퇴한 드러머인 데스, 그리고 25년 만에 재회한 동생이자 지미처럼 대장암을 앓은 경험이 있는 레스가 일렉트릭 피크닉에서 함께하는 장면은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시니컬한 것 같기도, 찌질한 것 같기도 한 아일랜드 상남자 네 명이 벌이는 목숨을 건 피크닉. 묘하게 무기력하면서도 묘하게 독자를 흥분시키는 독특한 로드무비가 죽음 앞에 선 중년 남자들이 음악을 통해 구원에 닿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건 로큰롤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로큰롤이에요.” 가족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고백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려는 것은 결국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일 것이다. 독자는 종종 주인공 지미의 공격적인 속마음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게 되곤 하는데, 한편으론 죽음의 두려움에 의해 가족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서서히 변화되고 있음 또한 눈치챈다. 지미는 언젠가부터 모두 날아가 끝장나버렸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가능성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옛 사랑을 만나 불륜을 저지르지만 곧 아내를 존중하는 충실한 남편으로 돌아온다. 문제를 일으킨 딸을 혼내는 대신 보듬어주며, 체중이 불어가는 어린 아들에게도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음악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신뢰하고 지원하며 심지어 그들과 동업자가 된다. 친구를 사귀고, 등졌던 형제와 화해하기도 한다. 암이라는 병이 지미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답보 상태였던 그것을 마침내 한 걸음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가히 죽음을 마주한 중년의 성장 드라마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소설의 클라이맥스인 일렉트릭 피크닉에서의 경험은 지미뿐만 아니라 동행한 아웃스팬, 데스, 레스에게까지 정체된 삶에 갇혀 있던 시각을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공연장에서 맞는 밤에, 데스는 술에 취해 어둠이 깔린 땅을 바라보며 참 멀리까지도 왔다고, 풀밭이 참 넓다고, 도저히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고 중얼댄다. 익숙함의 감옥에 빠진 중년으로서 패배주의자에 가까운 삶을 살던 그가 드디어 각성하고 다시금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이다. 『기똥찬 로큰롤 세대』는 음악을 소재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워 보이는 농담조의 대화 이면에다 절묘한 솜씨로 감춰놓은 소설이다. 이에 대해 옮긴이 정회성은 옮긴이의 말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잔잔한 감동, 따스한 위안과 밝은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며, 바쁜 일상에 쫓겨 자기 삶을 돌아볼 틈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고 권하고 있다. 록 음악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소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밴드와 노래에 관한 이야기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