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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차 한 잔에 어리는 다신(茶神)을 기다리며
1. 채다론 採茶論 _ 찻잎 따기 2. 조다 造茶 _ 차 만들기 3. 변다 辨茶 _ 차의 구별 4. 장다 藏茶 _ 차의 보관 5. 화후 火候 _ 불의조절 6. 탕변 湯辨 _ 탕의 분별 7. 탕용노눈 湯用老嫩 _ 새 물과 늙은 물 8. 포법 泡法 _ 차 끓이기 9. 투다 投茶 _ 차 넣기 10. 음다 飮茶 _ 차 마시기 11. 향 香 _ 차의 향 12. 색 色 _ 차의 색 13. 미 味 _ 차의 맛 14. 점염실진 點染失眞 _ 오염된 차 15. 다변불가용 茶變不可用 _ 변질된 차 16. 품천品泉_ 물의 품성 17. 정수불의차 井水不宜茶 _ 차에 부적당한 샘물 18. 저수貯水 _ 물의 저장 19. 다구茶具 _ 찻그릇 20. 다잔茶盞 _ 찻잔 21. 식잔포盞布 _ 찻수건 22. 다위茶衛 _ 다도의 요체 |부록|초의선사(艸衣禪師)와『다신전(茶神傳)』 |마치며|차례(茶禮)와 헌다(獻茶), 그리고 우리 차의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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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에 어리는 다신(茶神)을 기다리며
차를 마실 때마다, 그 달콤한 향기와 환상적인 감칠맛에 취할 때마다, 과연 이 한 잔의 차는 어떻게 해서 내 앞에까지 오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우리가 다반사(茶飯事)로 무심하게 즐기는 한 잔의 차에는, 삼백예순날 자식 기르듯 차나무를 가꾸고 또 그렇게 차를 만들어낸 차농들의 땀과 정성이 녹아들어 있고, 오천년 차의 역사를 개척하고 일구어낸 수많은 선고 다인들의 혜안과 열정이 또한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지혜와 공덕과 정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차가 생겨난 것이고, 우리는 무상으로 그 혜택과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를 비롯한 오늘날의 다인들은 참으로 복 받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듭 말하자면 오늘 우리가 마시는 이 한 잔의 차가 지닌 색·향·미는 그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선고 다인들이 갈고 닦아서 이룩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처럼 귀중한 혜택을 베풀어준 선인들 가운데서도 첫손가락에 꼽지 않으면 안 될 인물이 바로 초의(艸衣) 스님이요, 그가 정리한 차 생활과 다도의 정수가 담긴 글이 바로 『다신전(茶神傳)』입니다. 초의 스님이 아니었던들 오늘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차가 이토록 비범하고도 아름다울 수는 없었을 것이고, 『다신전』이 아니었다면 소위 잎차가 이토록 우리 생활에 밀착되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인들은 초의 스님을 우리나라의 다성(茶聖)으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다신전』은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초의 스님이 1828년에 하동의 칠불선원에서 수행하던 여가에 청나라 모환문(毛煥文)의 『만보전서(萬寶全書)』 가운데 「채다론(採茶論)」 부분의 핵심과 정수를 가려 뽑아 정리한 책입니다. ‘절집에 비록 조주(趙州)의 끽다거(喫茶去) 선풍(禪風)이 있으나, 사람들이 다도(茶道)를 잘 알지 못하므로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다성께서 차 생활과 다도의 요체를 가장 간명하고도 깊이 있게 정리해낸 책이 바로 『다신전』인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차를 따는 시기며, 만드는 방법, 끓이고 마시는 데 필요한 일체의 지식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물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신전』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초의 스님과 다른 선고 다인들이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셨는지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소상히 알지 못했을 것임은 물론, 차를 어떻게 만들고 마셔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 차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위 잎차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다신전』을 통해 비로소 우리의 잎차 제다법과 음다법이 정비되고 널리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귀중한 책이 바로 『다신전』입니다. 당연히 우리 선배들께서는 일찌감치 이 책의 귀중함과 내용의 올바름을 깨닫고 이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번역과 해설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여기에 필자가 설익은 실력으로 또 한 권의 번역서를 보태는 것은 내용상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함이 아니요, 선배들의 해설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다신전』이 차의 입문 시기에 공부하는 필수 교과서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한문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차 생활 전반의 핵심만을 일목요연하게 다루다 보니 자연히 내용이 압축되어 불가분 추가 설명이 필요한데, 이 설명이라는 것이 문자와 언어만으로는 잘 전달되기 어렵다는 측면이 있으므로 사진을 통해 보다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다신전』을 상세하고도 깊이 있게 읽기 위한 책이 아니며, 처음 『다신전』을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이미지로 조금 더 선명한 길잡이가 되고자 할 뿐입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차 생활을 위한 공부는 현장에서 실험과 실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터인데, 사정상 그럴 수 없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그나마 다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위안을 삼습니다. 모쪼록 이 작은 책이 많은 다인들에게 차 생활의 요체로 접근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2008년 햇차를 만들며 대구에서 전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