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Paris
▷▷ London ▷▷▷ Berlin ▷▷▷▷ Brussel/Antwerp |
|
누군가 10월엔, 파리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초행이며 비즈니스로 가지만 그는 어찌됐든 근사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설레는 감정을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에게 초행길의 설렘보다 더한 사랑의 감정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오래전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 그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한 발씩 내딛는 순간과도 같이.
파리의 드골공항에서 내려 파리택시를 타고 생제르맹 뒤프레로 향했다. 서울에서 택시를 탈 기회가 자주 없는 나는 이렇게 여행할 때 택시를 타곤 택시 안팎을 개의치 않고 사정없이 셔터를 누른다. 사람 사는 이야기란 어디든 다 비슷하다. 막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가의 사진을 요금계 옆에 붙여 두고 운전하던 파리의 택시 운전사 아저씨,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A Bientot. --- pp.32~33 내가 생각한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던 근사했던 도시 런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한편에선 마약, 섹스, 관음, 음탕, 혼음 그리고 그 이면에서 분출되는 카타르시스가 난무하고 그 반대편에선 클래식과 트레디션, 보수와 극도의 엄격함으로 표현되는 왕족주의가 건재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펑크족이 마약을 하고 게이 축제를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 어떤 사립학교에서보다 엄격한 복작으로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 얼마나 이중적이란 말인가! 런던은 인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 주는 도시이며, 철학과 위트, 조소가 공존하는 도시다. 뉴욕의 빈티지 제품이 상업적이고 일상적인 빈티지라면, 런던의 것은 더욱 깊은 오리지널리티를 보여 주면서 다양한 빈티지 마켓을 거쳐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런던의 빈티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그 가격의 다양함과 진귀함이 런던 빈티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런던은 워낙 빈티지 마켓이 다양하고 특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켓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빈티지 거리로 가장 유명한 곳은 뭐니 뭐니 해도 포토벨로인데, 상류사회 사람들이 자주 찾는 비싼 가격대의 첼시와는 달리 다양한 제품 구성과 가장 큰 대규모 마켓으로 전 세계 빈티지 마니아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포토벨로가 명성만큼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마켓이라면 브릭레인은 모던하면서 트렌디한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니만큼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가격이 좀 더 비싸다. --- pp.122~123 앤트워프는 브뤼셀의 작고 귀족적인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곳으로 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가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모던 아트에 강렬한 영감을 주었던 허버트 베이어의 작품을 닮은 비주얼과 대충 차려입었지만 썩 괜찮아 보이던 청년들. 앤트워프는 친절하지 않지만 감정의 동요 없는 냉소와 긴장이 공존하는 도시다. 또한 밤과 거리는 젊고 매력적이며 더없이 시크하다. 에너지가 넘쳐서라기보다 세련되기 위한 가식이 없는 곳이다. 앤트워프에 도착하자마자 직행한 곳은 패션의 중심인 벨기에 왕리박교의 패션갤러리 모무패션 뮤지엄Momu Fashion Museum. 베로니크 브랑킨호, 베르나르 윌헴, 라프 시몽, 앤 드뮐미스터 등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신진 디자이너를 배출해낸 벨기에의 심장부 역할을 하는 패션 뮤지엄으로 전 세계의 패션인을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기 위해 몰려 든다. 또한 바로 아래 위치한 카피라이트 아트서적 코너는 전 세계 리미티드 에디션 관련 서적이 가득해 희귀 서적을 구입하기에 좋다. --- pp.308~309 |
|
패션 칼럼니스트, 독설가, 사진작가, 마케터…
수많은 수식어로 날개를 단 지향미의 세상에 하나뿐인 유럽 빈티지 여행기 영원한 클래식과 빈티지, 유럽의 낭만과 로맨스 그리고 관능과 매혹을 펼쳐놓은 ‘Coffee table book’ 같은 책. 바람에 운명을 맡긴 그녀, 랭보를 찾아 떠나다. “바람, 구두를 줘” 오늘도 거울을 보며 자신의 아름다움에 살포시 미소 짓는 그대를 위한 색다른 제안. “이제 당신은 랭보를 알아야 해요.” 당신의 팔에 올려진 에르메스 백과 당신의 발을 감싸주는 마놀로 블라닉 슈즈의 위대함, 그리고 돌체 앤 가바나와 디올, 크리스토퍼 발렌시아가의 패션 철학에 대해 아는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패션 및 여행 잡지에서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 지향미는 패션계에서 지독한 독설가이자 냉정한 패션 마케터 그리고 은밀한 사진작가로 통한다. 이렇게 수많은 수식어를 간직한 그녀는 첫 번째 책 『바람에 운명을 맡기다』에서 패션의 진정성, 클래식의 위대함과 빈티지의 재기발랄함을 이야기한다. 랭보의 섬세한 실루엣과 정성스러운 애티튜드에 크게 감명을 받아 파리에 가게 되었고, 언젠가 열병처럼 찾아온 랭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여러 도시들로 유랑을 떠나게 되었다는 저자는 왜 자신이 랭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를 해박한 패션에 대한 지식으로 풀어낸다. 1976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빈티지 카메라 Canon AE-1에 고스란히 담은 유럽 4개 도시의 이미지는 왜 그녀가 이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파리는 베이지, 런던은 레드, 베를린은 블루, 브뤼셀과 앤트워프는 보색대비 등 각 도시를 컬러로 시각화하면서 각 도시에서 만난 패션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 뮤지션 및 아티스트들의 삶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패션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시작된 여행은 그 도시의 문화와 예술, 철학을 아우르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또한 여행지에서 찾아낸 여러 카페와 빈티지 숍들을 소개하면서 유럽 여행에서 빠트리지 않고 챙겨야 할 코스를 제안한다. 가끔은 안개처럼 모호한 의식의 흐름 같은 텍스트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여러 도시의 이미지들은 저자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혼란과 갈등을 공유할 수 있다. 파리로 시작해서 런던과 베를린, 그리고 브뤼셀과 앤트워프로 이어지는 여정은 ‘과연 아름다움이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끝난다. 아르튀르 랭보의 시구처럼 경쟁과 냉혹 그리고 살벌함으로 가득한 패션계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처럼 느껴지더라도 루이스 부르주아가 언급한 ‘그래도 원더풀했노라’로 돌아온 이 여행의 감정은 결국 저자가 여행을 통해 찾으려던 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