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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생을 보며
라모를 들으며 디드로를 읽으며 말과 음악 소리와 색깔 오브제들에 관한 시선 해설_ 인류학자, 예술작품에서 교훈을 얻다 인용된 문헌과 작품 |
Claude Levi-Stra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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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의해서만 변화하고, 그 작품을 통해서만 존재한다.한 작은 나무를 낳은 목각상처럼 작품들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들 사이에서, 실제로 무엇인가 일어났음을 증명할 수 있다.
어느 인류학자,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시를 읽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자다. 『슬픈 열대』를 비롯한 수많은 저작을 통해 인류학에 깃든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의 시선을 걷어내고 구조주의 방법론을 전 학문 영역에 퍼트린 프랑스 지성계의 자랑이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의 시선을 말과 음악, 소리와 색깔, 미술, 음악, 문학이라는 다양한 예술 장르로 옮겨가 폭넓은 시야로 보고, 듣고, 읽는다. 그리고 쓴다. “자기가 자기여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완벽하고 온전하게 그 자체로 존재한다.” 레비스트로스가 디드로에게서 빌려온 푸생에 대한 평가다. 레비스트로스는 푸생의 작품은 사실적 진실성이라는 모자이크 조각들이 그대로 인정되고, 각각의 개별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가운데 서로 이어져 하나의 유기체로 구성되어간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에게 재현은 온전한 모방적 재현이 아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호들의 체계로 설립하는 것이다. 푸생의 작업을 지켜봤던 사람들 말에 따르면, 푸생은 조약돌, 이끼, 꽃 등을 다 모아놓은 다음에야 “제 자리를 찾아갈 거야”, “난 아무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우리는 레비스트로스가 밝히는 푸생의 이러한 작업 방식과 태도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예술관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재현하는가’,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 의미하는가’라는 예술 작품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태도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인정하는 그의 토대 안에서 의미론적 접근법을 더욱 강화시켜 나간다. 예술 작품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이러한 예술관은 라모에게서 그대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시선이 전혀 다른 두 음조를 아주 대담하게 연결해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둔 라모에게로 옮겨진다. 마지막 바단조 화음에 이어 한동안 긴 침물이 계속되다가, 이윽고 저음부에서 아주 천천히 ‘파, 라, 미’ 세 음이 동시에 화음을 낸다. 효과로 보자면 이건 정말 탁월한 조옮김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당대 유명 음악가들만 해도 이런 변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만 있었을 뿐 아무도 직접 해보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조작, 대체, 음역 폭의 확장, 생소한 으뜸음 그리고 이 혁명적인 조바꿈은, 작곡가가 건축가의 작업 방식처럼 입체적으로 구상한 설계도를 현실화 하기 위해 실제 적용한 복잡한 형식을 청중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적 음악의 숭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무심해진 ‘주제’지만 현실에는 단단히 ‘걸려’있어야 한다. 무심하게 흐르는 물체와 배경들이 현실 속에 어떻게 자리하며 관계 맺는가는 레비스트로스에게 있어 중요한 학문적 연구 대상임은 물론 예술적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된다. 자연은 특이하게 그 자체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스스로의 내부에서 증식된 관계성을 갖는다. 이런 관계성은 작품이 나머지 외부 사물들과 유지하고 있는 관계를 희생해가며 얻어진 것이다. 바로 이런 관계성 때문에 작품은 더욱 고양되고 커다란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작품 내에서 스스로 맺어지는 이런 관계성은 작품을 그것 자체로, 그리고 그것 자체에 의해 존재하는 하나의 본질적 실체로 만든다. 이러한 존재들의 배열과 구성에 주시하는 레비스트로스의 사고는 예술 작품 탄생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 주는 듯하다. 레비스트로스의 예술론―끊임없는 존재에 대한 살핌이자 구조주의의 완성이다. 한 인류학자가 보여준 문화 상대화 작업, 그리고 한 문화의 미적 형식들과 또 다른 측면 사이의 공명체계에 물음을 던지는 작업은 다른 문화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레비스트로스는 현재 공식 은퇴한 뒤 저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1993년 출간된 이 책은 레비스트로스의 가장 최근작이라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 ‘탄생10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레비스트로스의 이전 저서들과는 달리 개인적 취향과 애정이 담긴 예술 작품들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독특한 학적 시각이 갖는 엄밀함과 섬세함이 오롯이 지배하는 가운데 짧지만 묵직하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겉핥기와 실용주의가 범접하지 못하는 진정한 교양의 전범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