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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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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琇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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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몇 년 전 어느 짧은 시기 동안 나는 나보다 나이가 네 살 정도 많은 한 여자에게 깊이 빠졌는데 그 이름은 수미라고 했다. 당시 나는 에스페란토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같은 클래스에 두 명의 미국인 학생이 있었다. 그중의 한 명이 수미의 남자친구인 얼이었다. 언제부턴가 얼은 수업에 여자친구인 수미를 데리고 왔다. 수미는 내가 몰입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람이었다. 내가 수미에게 빠진 것은 그녀의 외모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큰 키였으나 전혀 부피감을 주지 않는 가늘고 버드나무 같은 몸매를 가졌다. 얼굴은 갸름하고 좀 긴 편이었고 머리카락은 몹시 윤기 나는 검은빛이었는데 목덜미를 살짝 덮는 길이였다. 피부는 매끈하게 희고 눈은 가늘고 길게 찢어졌다. 그녀의 외모의 첫인상은 여자고등학교의 연극축제에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아 하는, 어느 정도 중성적인 표정의 아름답고 흰 얼굴에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고 날씬한 소녀의 인상이었다. 그녀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나는 그녀에 대해서 아무런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More than twenty years ago, for a short period, I was in love with a girl who was four years my senior and whose name was Su-mi. At the time I was going to an educational center that offered a course in Esperanto. There were two Americans in my class. One of them, Earl, was Su-mi’s boyfriend. At some point, Earl started bringing Su-mi to class with him. Su-mi was the first person who thoroughly captivated me. The reason I fell for Su-mi was her beauty. She was tall, but her body was thin, like a willow tree that gave no impression of volume. Her face was small, though rather long, and her hair, which just covered the back of her neck, was a very glossy black. Her skin had a smooth, white pallor, and her eyes were narrow and cut rather long. Her looks gave one the impression that she looked like a girl in a male role in a girls’ high school theatrical piece, one of those androgynous girls, tall and thin, with long arms and legs and a beautiful pale face. Had she not been so beautiful, I would not remember her.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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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 작품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이하 “[바이링궐 에디션]”)의 세 번째 세트가 출간되었다. 아시아 출판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나온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총 100권의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이번에 출간된 세 번째 세트는 서울, 전통, 아방가르드라는 카테고리로 나누어 김소진, 조경란, 하성란, 김애란, 박민규(서울), 박범신, 성석제, 이문구, 송기원, 서정인(전통), 박상륭, 배수아, 이인성, 정영문, 최인석(아방가르드)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의 단편 소설들을 기획, 분류하여 수록하였다.
한국 대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한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주요한 사건들과 그에 응전하여 변화한 한국인의 삶의 양태를 살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세계인들에게 문학 한류의 지속적인 힘과 가능성을 입증하는 전집이 될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원 등 전문 번역진의 노하우가 결집된 최고의 시리즈 이 시리즈는 하버드 한국학 연구원 및 세계 각국의 우수한 번역진들이 참여하여 외국인들이 읽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손색없는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원작의 품격과 매력을 살렸다. 영어 번역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고 브루스 풀턴(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테오도르 휴즈(컬럼비아 대학교), 안선재(서강대학교 영문학 명예교수), 전승희(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연구원) 등 한국 문학 번역 권위자들은 물론 현지 내러티브 감수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그간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했을 때 느껴지는 외국 문학이라는 어색함을 벗어던진, 영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인정받았다. “그동안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작품들 가운데에는 번역투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의 작품들은 내가 구사하는 것보다 수준 높은 영어로 되어 있어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_브래드(브래들리 레이 무어), 밴드 버스커버스커 드러머, 상명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그동안 외국 독자들과 만날 때면 소통 기반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이번 기획이 그런 소통의 기반을 마련해줄 것 같아 기쁘다.” _단편 [하나코는 없다]의 소설가 최윤 “학교 다닐 때 영한대역판으로 외국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내 작품도 그런 식으로 소개됐다니 기쁘고 재밌다. 영어로 작품을 접한 독자들이 받는 느낌이 한국어 독자들이 받은 느낌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_단편 [중국인 거리]의 소설가 오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