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수상 소감 수상작 배수아 · 바우키스의 말 수상 후보작 문지혁 · 허리케인 나이트 박지영 · 장례 세일 예소연 · 그 개와 혁명 이서수 · 몸과 무경계 지대 전춘화 · 여기는 서울 |
裵琇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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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나선형 계단처럼 영원히 움직이는 소설 수상작 〈바우키스의 말〉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우키스’의 일화를 변형한 작품이다. 나그네를 정성스레 돌봐준 바우키스와 그의 남편 ‘필레몬’은 소설 속에서 ‘나’와 ‘모형 비행기 수집가’에 비유된다. “모든 것은 우연히 들려온 말로부터 시작”되고, 그러한 우연이 이어져 이야기가 흘러간다. 모형 비행기 수집가에게 선물받은 구형 타이프라이터를 거쳐 ‘나’의 말들은 편지 속 글자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쓰려고 할 때마다, 편지를 보내려고 할 때마다 그 마음이 나무가 되어 ‘나’의 입을 뒤덮는다. 영원히 말해지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말은 언어가 아닌 음악이 되어서야 비로소 발화된다. 작품 후반부 ‘음악가’의 등장으로 짐짓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우리는 익히 알려진 신화에서 이미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작별을 앞두고, ‘내’가 쓴 편지의 어휘들은 ‘음악가’의 곡으로 승화되며 그들은 영원히 두 그루의 나무로 남게 된다. 배수아는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움직이는 신비로운 장면들을 통해 “인생에서 일어나게 될 가장 확실하고도 결정적인 사건”인 작별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아름답고도 슬픈 순간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 이곳에 분명히 존재하는 개인을 조명하는 시선들 함께 수록된 다섯 편의 수상 후보작은 소설의 서사를 빌려 현실에 실재하는 개인의 삶을 진중하고 세밀하게 재현한다. 문지혁의 〈허리케인 나이트〉는 뉴욕 맨해튼에 허리케인이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집에 물이 차오르는 걸 알게 된 ‘나’는 고등학교 동창 ‘피터’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되며 과거 그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와 자신 사이 끝끝내 훔칠 수 없는 ‘계급’을 실감한 ‘나’에게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위태로움이 지속된다. 박지영의 〈장례 세일〉은 아들 ‘현수’가 평생을 ‘실패한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아버지 ‘독고 씨’의 죽음을 세일즈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로, ‘장례 세일’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생동감 있는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은 운동권 세대였던 아버지 ‘태수’의 딸 ‘수민’이 상주를 맡게 되며 그의 장례식 풍경을 그려낸다. 작품 속 부녀의 모습과 그 세대 차이를 통해 과거와 오늘날 혁명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서수의 〈몸과 무경계 지대〉에서는 무대에 오른 주인공 ‘윤세진’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첫사랑‘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세진이 만나고 있는 ‘단밤’과의 일화 사이사이 삽화처럼 등장하며, 몸이 하나의 경계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질문하게 한다. 전춘화의 〈여기는 서울〉은 20대 조선족 여성 청년이 서울에 정착하는 과정을 핍진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안정적인 짜임새로 중국 교포의 시선에 담긴 현재 한국의 청년 세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