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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사실주의 2025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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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의 태그

소개

목차

김동식 쌀먹: 키보드 농사꾼 _007
#게임 아이템 #직장 내 괴롭힘 #‘쉬었음’ 청년 #연애 포기

서수진 올바른 크리스마스 _039
#호주 한인사회 #역차별 #산업재해 #정치적 올바름

예소연 아무 사이 _077
#플랫폼 노동 #별점 갑질 #돌봄 노동 #노인 실종

윤치규 일괄 비일괄 _105
#정규직 일괄 전환 #육아휴직 #노노 갈등 #무임승차

이은규 기획은 좋으나 _131
#탐사보도 #동료 평가 #직업 윤리 #프레임 밖 진실

조승리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_155
#시각장애인 안마사 #복지 사각지대 #계약직 #세대 갈등

황모과 둘이라면 유니온 _183
#해외지사 #데이터 라벨링 #전범 기업 #작가노조

황시운 일일업무 보고서 _217
#중증장애인 노동권 #재택근무 #불쉿 잡 #장애인 고용률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_250

저자 소개8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장편소설 『컴백홈』, 경기문학시리즈 참여 소설집 『홈』, 소설집 『파인다이닝』(공저), 산문집 『책이 선생이다』(공저) 그리고 홀로 낸 첫 소설집 『그래서 아직은 봄밤』 등이 있다.

황시운의 다른 상품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다.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은 판매 3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양심 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살인자의 정석』,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문어』, 『밸런스 게임』까지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다. 현재까지 1,500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으며, SDF 프로젝트 소설집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다.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은 판매 3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양심 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살인자의 정석』,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문어』, 『밸런스 게임』까지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다. 현재까지 1,500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으며, SDF 프로젝트 소설집 『성공한 인생』, 작법서 『초단편 소설 쓰기』, 연작소설 『궤변 말하기 대회』, 오디오드라마와 동시 제작된 단편집 『청부살인 협동조합』, 수필집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등을 펴냈다. 독자와의 소통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기며, 전국 중?고등학교, 도서관, 기업 등에서 연 수백 회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식의 다른 상품

일본에 이주해 만화가 스튜디오에서 제작 스태프로 일했고 만화 관련 통·번역 매니지먼트 일을 병행해 왔다. 창작 현장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계를 위해 전직, IT 기업에서 6년 일하면서 AI 부서에서 IoT 제품의 기획 개발 현장도 엿봤다. 한국 SF를 읽으며 늦깎이 소설가를 꿈꾸게 되었고 다시 생활고를 각오하고 있다. 브릿G 추천작에 『삼호 마네킹』, 『남겨진 자들의 시간』, 『가족이 되는 길』이 선정됐다.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중·단편 대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수상집이 출간되었다. 안전가옥의 앤솔로지 『대스타』에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
일본에 이주해 만화가 스튜디오에서 제작 스태프로 일했고 만화 관련 통·번역 매니지먼트 일을 병행해 왔다. 창작 현장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계를 위해 전직, IT 기업에서 6년 일하면서 AI 부서에서 IoT 제품의 기획 개발 현장도 엿봤다. 한국 SF를 읽으며 늦깎이 소설가를 꿈꾸게 되었고 다시 생활고를 각오하고 있다. 브릿G 추천작에 『삼호 마네킹』, 『남겨진 자들의 시간』, 『가족이 되는 길』이 선정됐다.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에서 중·단편 대상을 수상했고, 동명의 수상집이 출간되었다. 안전가옥의 앤솔로지 『대스타』에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원작 「증강 콩깍지」를, 『뉴 러브』에 「나의 새로운 바다로」를 수록했다. 소설집 『밤의 얼굴들』, 중편소설 『클락워크 도깨비』,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등을 출간했으며 2021년 SF어워드를 수상했다. 2022년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황모과의 다른 상품

Seo Su-jin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0년 『코리안 티처』로 제25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2년 〈골드러시〉로 제13회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경장편 『유진과 데이브』 『올리앤더』를 썼으며 소설집 『골드러시』를 냈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

서수진의 다른 상품

2021년 [서울신문] 및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후 현대문학, 악스트, 문장 웹진 등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재능보다 열정으로 쓰는 편. 사회화된 INTP.

윤치규의 다른 상품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이 있다.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았으며, 소설 「그 개와 혁명」으로 등단 4년 만에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예소연의 다른 상품

여름을 좋아합니다. 강렬한 태양의 광휘를, 장맛비의 운치를 사랑합니다. 여름의 향기를 품은 생기 가득한 소설을 쓰겠습니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산문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2024년 알라딘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산문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쓰고,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참여했습니다.

조승리의 다른 상품

다큐멘터리 PD. 〈역사저널 그날〉 〈세계는 지금〉 〈추적 60분〉 등의 방송을 연출했고, 〈다큐 인사이트〉 여성 아카이브×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희극인, 배우, 운동선수, 기자, 아이돌 등 직업인으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았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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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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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7.3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0.8만자, 약 3.5만 단어, A4 약 68쪽 ?
ISBN13
9791141610234

출판사 리뷰

김동식, 「쌀먹: 키보드 농사꾼」

‘김남우’의 직업은 게임 머니를 팔아 먹고사는, 소위 ‘쌀먹’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각종 질병과 인간 혐오만 얻고 퇴사한 후 ‘덜 벌더라도 고통받지 않는 하찮은 일’을 찾아낸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그는 번듯한 직장을 잡고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다시금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지만 쌀먹의 굴레를 벗어나기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대형 게임사에서 유저 간 현금 거래를 막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울분에 찬 김남우는 대기업의 무자비한 조치에 대응해 쌀먹을 변호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데, 그 글이 큰 화제를 모으자 해당 게임사는 ‘쌀먹을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보도한다. 김남우는 역사상 최초의 쌀먹 정직원이 되는 핑크빛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다.

김남우는 그렇게 돌아설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게임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해서 먹고사니까. 이걸 설명할 방법도, 용기도 없어서 이리저리 둘러대다보니 게임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였다. (……) 이런 대화들이 김남우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하고 심장이 쿵쾅거리도록 만들었지만, 차마 사실을 고백할 순 없었다. 그는 언젠가 들통날 이 일의 끝이 파멸이란 걸 알면서도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벌써 몇 년 동안이나 말이다.(14~15쪽)

서수진, 「올바른 크리스마스」


호주 점유율 1위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삼 년 차 파트타이머인 ‘주미’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니저 승진을 꿈꾸는 주미는 이 시기를 틈타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리라 다짐하고, 때마침 새 유니폼 모델로 발탁되며 자신이야말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새 얼굴이라는 심증을 굳혀간다. 한인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진짜 호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호주에서 ‘먹히는’ 외모라는 자신감은, 그러나 회사가 주미의 동양적인 얼굴을 필요로 했던 이유를 눈치채고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했던 동료의 승진 소식을 듣는 순간 산산이 흩어진다. 모두가 들뜨고 즐거워 보이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주미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자, 이제 찍는다. 웃어!”
화가 난데다 생얼이었지만 주미는 프로 의식을 발휘해 활짝 웃어 보였다. 방금 분무기로 물을 뿌린 브로콜리니와 콜리플라워보다 더 프레시하게.
“아, 웃지 말아봐. 웃으니까 눈이 너무 작네.”
주미는 그 말에 즉각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눈이 작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많이 들어서 익숙했지만 영어로 들으니 왠지 불쾌했다.
(……)
주미가 눈이 작은 건 (인종을 망라하고) 자타 공인하는 특성이니 그는 객관적 사실을 말한 셈인가?(65~66쪽)

예소연, 「아무 사이」


시니어시터로 일하는 ‘희지’는 온라인 중개 업체 ‘시터닷컴’에서 손꼽히는 베스트 시터다. 높은 별점과 좋은 후기의 비결이라면 자신이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하면서도 주어지지 않은 업무까지 꼼꼼하게 해내는 책임감이랄까. 회사원 시절 짧은 기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자괴감을 느꼈던 그는 드디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데 돌보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 날, 잠깐 화장실에서 통화를 하고 나온 사이 할머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희지에게 주어진 말미는 단 두 시간. 퇴근 전까지 보호자 몰래 할머니를 찾아오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고 휘젓는 고단한 하루가 시작된다.

속상하고 화도 나지만 노인네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게 되기 마련이었다. 사는 방식이 그거 하나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이니까. 어지간한 일은 참고 견뎠고 애써 모른 척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완전히 잊히진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한편에 켜켜이 쌓인 부정적인 감정이 일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선뜻 다정해지는 것이 어려웠고 가볍게 웃어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돌보는 할머니들을 사랑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그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이 일을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94~95쪽)

윤치규, 「일괄 비일괄」


‘선미’와 ‘지선’은 사무지원 계약직으로 함께 일하며 친해진 옛 동료 사이다. 지선은 입사 동기 중 가장 특출났지만 결혼 후 육아휴직을 두 번 연장한 끝에 퇴직을 택한다. 이와 달리 선미는 지선의 몫까지 떠맡아 고군분투한 끝에 칠 년 만에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다. 그후 정규직 일괄 전환 정책이 시행되고, 두 친구는 추억이 담긴 와인을 함께 마시며 직원들을 ‘일괄’ ‘비일괄’로 구분 짓는 사내 분위기와 이름뿐인 정규직 처우에 대해 얘기하던 중, 속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원망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빚어낸 오해를 끄집어낸다. 선미와 지선의 삶은 어디서부터 두 갈래로 갈라진 건지, 그들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보이지 않는 적은 누구였는지, 멀어진 틈을 메우는 솔직한 대화에서 그 실마리가 풀려나온다.

“선미야, 노부장이 옛날에 회식 자리에서 다 타버린 삼겹살 골라내면서 나한테 전환 못 할 거면 빨리 결혼이나 하라고 했던 거 기억나? 타이밍 놓치면 이 꼴 난다면서 말이야.”
“노부장은 지금도 똑같아.”
“요즘도 그런 가스라이팅이 먹혀?”
“신입들한테는 안 먹히지. 근데 나한테는 먹혀. 노부장이 요즘 뭐라고 하는지 알아? 일괄 전환된 사람들한테 무임승차했다고 난리야. 자격도 없는데 전환됐다고. 무임승차하면 벌금이 삼십 배니까, 삼십 배로 일하라고.”(121쪽)

이은규, 「기획은 좋으나」


방송국 탐사보도팀에서 시사교양 PD로 일하는 ‘나’의 업무는 8주를 주기로 돌아간다. 하나의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그림을 만들고, 편집을 거쳐 스토리를 엮는다. 방송이 무사히 송출된 후에는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맥주를 들이켜며 그간의 고생을 털어버리고 새 아이템에 돌입한다. 재벌 3세의 음주운전 사건을 취재한 방송이 열띤 반향을 일으킨 뒤, 2년 차 신입인 ‘소연’이 탐사보도팀에 합류한다. ‘돌파력’을 무기로 팀 에이스에서 메인 PD가 된 ‘나’는 위장 촬영을 거부하고 화제성이 떨어지는 노동자 파업 현장을 취재하고 싶다는 소연이 묘하게 불편하다. 그러나 소연이 조심스레 내비친 합당한 고민이 마음에 눌어붙을수록, 8주라는 시간 너머, 카메라 프레임 밖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진실이 눈에 밟힌다.

우리가 세상을 바꾼 것까진 아니어도 조금 흔든 건 아닐까. 내가 잠 안 자고 붙인 컷 아래서 불붙는 댓글창을 보니 조금 우쭐해졌다. (……) 다들 팔 주 동안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조금씩 펴고 한마디씩 더했다. 나는 말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내가 엉덩이 붙인 이곳이 남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자리여서 참 좋다, 정직하고 무해하게 월급을 벌 수 있는 자리라서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귀한 날이었다.(140쪽)

조승리,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나’는 백화점 지하 삼층에서 직원 복지를 위해 고용된 헬스 키퍼로 일한다. 백화점 직원들이 손님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일은 부지기수, 마사지하는 중에 말을 걸지 말라거나, 어차피 안 보이는데 불을 끄라는 식의 갑질도 익숙하다. 한때는 정성과 열정을 다해 일하기도 했으나, 층층이 계층화된 공간에서 직업적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어느덧 최소한의 원칙만 지키며 일하는 사람이 된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식단표에서 맛있는 메뉴를 찾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약 시간에 늦은 직원에게 원칙대로 남은 시간 삼 분간만 마사지를 해주고 내보냈는데, 그 직원이 인사과장을 대동하고 나타나 조용한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만 사는 게 지겹고 내 운명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도, 월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도, 어설프게 보이는 시력도. 나는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지하실에서 손가락 부러지도록 남의 몸을 주물러대고 있는데 내 머리 위에서는 몇백만원짜리 가방을 척척 계산하는 이들이 있다. (……) 세상은 불공평하고 나는 영원히 지하실이나 전전하며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아야 한다. 이런 내 미래가 가엾고 불쌍해서 울었다.(180쪽)

황모과, 「둘이라면 유니온」


‘부진’은 한국에서 여러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만화가의 꿈을 품고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왔으나, 여러 현실적인 여건으로 일본 테크 기업 제이케이콥에 취업한다. AI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한일 협업 팀에 투입된 그는 거창한 팀명과 달리 포르노를 필터링하거나, 챗봇 자동 응답 서비스의 답변을 직접 입력하는 등 인공지능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갖가지 모멸을 마주해야만 하는 회사 생활의 유일한 위안은 사내 한국인 동료 ‘리안’과의 ‘긴급 수혈 커피 타임’. 그렇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나날, 세심하게 맥락을 읽어야 하는 해외지사의 근무 환경에서 경험치는 ‘에누리’당하고, 자신이 학습시킨 인공지능에게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며 커피 타임만으론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회사에서 일할 때면 가족보다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있다. 기간 한정일지 몰라도 함께 일하는 동안엔 딱풀같이 달라붙는 인연. 친하긴 하지만 반말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경조사를 챙기기도 하지만 옛 친구 같진 않으니 의무에 가깝다. 주말이나 휴일에 따로 만나자 요구할 정도로 무례하진 않으면서도, 미친 듯이 바빠도 잠깐 같이 나가 캔 커피 한잔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 (……) 같이 웃는 날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잦고 눈물을 보이는 날엔 억울해서 울 때가 많다.(211쪽)

황시운, 「일일업무 보고서」


14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입은 중증장애인 ‘세진’은 위탁업체에 소속된 장애인 재택근무자로 일한다. 장애인의무고용할당제를 따르기 위해 채용된 그의 업무는 주어진 키워드로 검색한 기사를 스크랩해 업무용으로 개설된 비공개 카페에 올리는 것. 하루 네 시간의 근무가 끝나면 게시물 링크를 보고서에 붙여넣은 뒤 총 다섯 명의 수신인에게 일일업무 보고서를 보낸다. 게시글 조회 수는 하나같이 ‘0’이고, 업무 보고 메일은 늘 ‘읽지 않음’ 상태이다. 신체 감정에서 받은 기대수명은 62.6세, 전 재산은 사고 보상금에서 집을 구할 때 쓴 돈을 제한 1억5천만원. 화장실조차 혼자 갈 수 없는 몸으로 자기 자신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이 일을 지속해야만 한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어째서 급여를 주며 고용해놓고 회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일을 시키는가 하는 점이었다. 아무리 사소해도, 찾아보면 회사에 보탬 되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물론, 장애인 재택근무 팀들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 때문에 꾸려졌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분담금을 내는 것보다는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편이 더 유리하기에 우리들을 고용했을 뿐 그 밖의 나머지는 다 귀찮은 일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도 어디에라도 쓸모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241쪽)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이런 시대에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느냐’ ‘문학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문학계에 한 발 걸친 사람이라면 요즘 다들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문학의 힘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나오는 질문이다. 돈의 힘이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내 귀에는 궤변처럼 들리는 답이 있다. ‘문학의 힘은 무력함에서 나옵니다’ ‘문학은 힘이 없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 공허한 말장난 같다. 나는 문학에 힘이 없는 게 아니라 힘있는 문학이 줄어든 것 아닌가 의심한다.

(……)

아름다운 노래가 재난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것은 예술의 힘이다. 때로는 찢어지는 비명이 다가오는 재난을 경고할 수 있고 그것 역시 예술의 힘이다.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사이렌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지금 새로운 재난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뭔지, 거기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는 잘 모르겠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몇몇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동산에 매겨지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성실한 노동의 가치는 추락한다.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흔든다. 일에서 의미나 보람을 찾는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상들을 ‘자본가 대 노동계급’이라는 과거의 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 후대 작가들은 알 수 없는 것, 동시대 작가의 눈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스타인벡도 통화 긴축이 대공황을 불러왔다거나 재정지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를 소설에 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기획안을 쓰고 작가들을 모았다. _장강명,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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