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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원래 한결같은 걸 찬양하는 성향이지만, 많이 바뀌었다. 사람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과거에는 새까맸나 보다.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웃을 수 있다는 점이 과거를 떠올리면 상상도 못 했던 일이긴 하다.작가가 된 후 성격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다른 측면에 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역시, 금전적 여유다. 혹시 금전적 여유가 좋은 성격을 불러온 걸까?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게 조심스럽지만, 삶에서 돈은 정말 중요하다. '돈이 최고다'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실제 내가 시급 1900원으로 착취당하던 피시방 아르바이트 시절에는 '생존'을 제외한 어떤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았다.주물 공장에서 일하면서 월급이 무려 130만 원이 되었을 때, 내 삶에 선택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마트에 가서 카트를 밀어본다', 나이키 신발을 사본다', '분식집이 아닌 식당에서 식사해본다', '명절 특집으로 방영되는 티브이 영화 말고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직접 가서 본다', '좋은 압력밥솥을 사서 밥맛이 달라지는 걸 확인해본다' 등등.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꼭 사치를 부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 내 삶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그 자체를 말하는 거다.생존을 위해 한 가지 정답이 정해진 삶과 여러 정답 중 하 나를 고민해볼 수 있는 복잡한 삶의 차이라고 할까. 난 그 두 가지를 경험해봤다. 그리고 최근 새로운 세 번째를 경 험하는 중이다. 첫 번째가 부당한 대가를 받으며 적은 월급으로 살아가 던 사람답지 않은 아르바이트 시절이라면, 두 번째는 정당 한 대가를 받으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었던 노동자 시절이었고, 세 번째는 과분한 대가를 받으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지금 이 작가로서의 시절이다.옛날에는 외식을 하더라도 1만 원이 넘어가면 진심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네가 뭔데 감히 1만 원이 넘어가는 음식을 먹어?' 지금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가격을 보지 않고 먹는다.심지어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그랬다. 냉면 전문점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충동적으로 갈비를 시켰다. 다 구워서 나온다는 문구에 꽂히는 바람에.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합 니다'란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도 그냥 2인분을 시켜서 혼자 먹었다. 공깃밥 포함 2만 5000원. 한 끼에 이 금액을 쓴 내 모습을 과거의 내가 봤다면 "너 오늘 생일이야?"라고 물었겠지.또 하나 좋은 건 엄마가 부탁한 물건을 아무 고민 없이 그냥 사줄 수 있다는 거다. 영양제부터 립스틱, 선크림, 과 자, 뭐가 됐든 필요한 걸 사진 찍어서 보내오면 내가 부산 집으로 알아서 보낸다. 엄마나 나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 럽게들어가는각종병원비도, 만약 과거의 나였다면 부담 없이 다 해결할 수 없었다.생각해보면, '망설임'이란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다.돈이 주는 만족의 결을 들여다 보면 결국 물질보다 감정의 영역이다. 어떤 사치를 말하고 자 하는 게 아니라, 사소하게라도 무언가 소비할 때 '잘못 사도 괜찮아'란 마음이 정말 좋다. '인스타용 과대광고 같은데?'란 생각으로 긴 시간 고민하지 않고 '샀다가 별로면 뭐 별로인 거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좋다.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집에 우산 많은데'를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이틀 전 강연으로 울산역에 내렸을 때 비가 쏟아졌다. 잠깐의 고민도 없이 편의점에 가 우산을 샀다. 10분쯤 뒤, 가방 안에 이미 우산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의 나였 다면 바보 같은 자신에게 화가 나 자책했겠지만, 이틀 전의 나는 우산을 발견하자마자 웃어넘겼다.심지어는 오늘 우산 하나는 잃어버려도 되겠다며 실없이 긍정적인 생각까지 했다. 금전적 여유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만족은 실패해도 된다는 안정감과 자신에 대한 관대함이었다.실패하면 끝장이라고만 말하는 세상에서 비록 작은 것일 지언정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주는 기쁨은 크다.생각해보면, 이 상태가 정상이다.과거 모든 일에 너무 자책했던 그 시절이 비정상이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실수나 실패를 하게 마련인데 그때는 왜 그리 자책했는지 모르겠다.결국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다.과거 내가 돈이 적든 많든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했으 면 어땠을까 싶다.항상 보수적으로 검증된 것만 사고, 먹던 것만 먹고, 하던 일만 하고 살았던 일상에 조금쯤은 새로움을 더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조심스럽기는 하다. 이것도 다 경제적 여유에서 나오는 사유일까? 재수 없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 이 여유는 과거의 나와 비교한 상대적인 것이고, 이 역시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다. 언젠가 여유를 잃게 되더라도 나를 향한 관대함까지는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