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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흔한 말
구루메의 우체통 월하노인이 준 기회 아내 덕질, 아내 TV 고백은 이미 본 장면 그녀는 이상합니다 커플 지킴이 사랑은 상대를 궁금해하는 것 연애 심사 한 달의 마법 내 사랑 루나 안드로이드와 사랑 현상금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에 빠지는 로봇 스모키 수명이 줄어드는 사랑 국가 지급 냉장고 못다 한 전생의 사랑을 설렘 백 번 뱀파이어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엄마의 취향 다섯 번째 연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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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전 연인의 평점을 매겨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단, 한번 매긴 평점은 수정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고 성의 있는 심사여야 합니다. 여기에 한 손을 올린 채 깊이 생각하고 평점을 매겨주십시오.”
--- 「연애 심사」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 힘! 그것을 인류 발전의 동력원으로 쓰자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 바로 루나 프로젝트입니다.” --- 「내 사랑 루나」 중에서 “너 그냥 옛날처럼 하고 다녀. 그걸 남자친구가 싫어하면 걔는 니 인연이 아닌 거야. 네 평소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지, 네 특별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안 돼. 어떻게 사람 인생이 매일 이벤트 같을 수 있겠어? 그렇게 살 순 없어.” --- 「스모키」 중에서 “그녀와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 네 수명도 포기할 수 있어? 그럴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게 해주지. 조건은 합리적이야. 네가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네 수명이 줄어드는 거니까. 네가 그녀와 2년을 사귀면 네 수명이 2년 줄어들고, 10년을 함께하면 10년이 줄어들지. 어때, 받아들이겠어?” --- 「수명이 줄어드는 사랑」 중에서 “백 일 안에 너를 백 번 설레게 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어. 못 하면 난 죽어. (…) 네가 믿든 말든 난 무조건 널 설레게 해야 한다. 지금 내 눈에 뭐가 보이는 줄 알아? 네 머리 위에 분홍색 숫자 ‘100’이 떠 있다.” --- 「설렘 백 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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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식을 깨부수는
대체 불가 김동식표 로맨스 “사랑이 멸종 위기인 시대입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충치가 왜 생기는 줄 아십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입니다. 사랑만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 “죄다 사랑 사랑 하니까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싸구려가 됐어요.” - 사랑이 볼거리가 된 세상에서 로맨스에 도전하다 ‘나는 SOLO’,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벼운 수다에 빠지지 않는 것이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일 정도이다. 한편으로 한국 20~30대의 절반이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주변에서 사랑이나 로맨스는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귀찮은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은 이 모든 귀찮음을 해소해주며 간접 경험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굳이 귀찮은 연애를 몸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더 귀한 시대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연애의 귀찮음,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극복하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때 우리는 세상의 많은 적과 맞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기발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전개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회색 인간』의 김동식이 이번에는 ‘로맨스’ 초단편소설에 도전한다. ◇ “오늘 이 세상의 사랑이 부활합니다.” -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스물두 편의 김동식표 로맨스 ‘로맨스’는 ‘낭만적 사랑’의 성취를 일차적으로 다루는 장르로,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운 낙관적 결말을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미국로맨스작가협회)이다. 대표 고전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한국소설 『소나기』, 영화 〈비포 선라이즈〉, 〈어바웃 타임〉 등 로맨스를 대표하는 작품들의 전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를 처음 발견했을 때 동요하고, 서로의 마음을 몰라 불안과 갈등을 느끼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며 안도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로맨스는 독자에게 조바심 끝에 마음이 놓이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감정적 만족감을 선사하는 장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고백은 이미 본 장면』에서는 로맨스를 주제로 한 스물두 편의 초단편소설을 통해 ‘풀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그녀의 선택’, ‘인간의 능력치를 끝까지 올려 쓰는 법’, ‘한밤에 만난 뱀파이어와의 거래에서 이기는 법’ 등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듯한 설정과 전개로 ‘김동식표’ 로맨스를 만들어내며, 기존 로맨스의 공식을 깨부순다. ◇ “백 일 안에 너를 백 번 설레게 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어. 못 하면 난 죽어.” - 로맨스는 낭만적 사랑과 해피엔드만을 이야기해야 할까? 『고백은 이미 본 장면』에 담긴 스물두 편의 초단편소설에서는 로맨스에 관한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나 가벼워진 세상(사랑한다는 흔한 말), 10년 후 우체통을 열 때까지 사랑하고 있다면 10억(구루메의 우체통), 환생 후 함께 살자던 아내가 결혼을 했다(아내 덕질, 아내 TV), 애인과의 이별 시나리오 Top 5(커플 지킴이), 어울리지 않는 화장을 한 날 고백을 받았다(스모키), 그의 운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그녀는 이상합니다) 등 설정이나 줄거리만으로는 전개를 쉽게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작가는 함정을 만들어두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기발함에 놀라고, 로맨스에 감동하는 사이사이에, 당혹스러움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김동식은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독자에게 로맨스에 관한 날 선 질문을 던진다. 로맨스는 낭만적 사랑만을 이야기해야 할까? 로맨스가 설 자리를 잃은 지금 세상은 안전할까? 세상의 많은 적과 맞서며 살아갈 힘의 원천인 사랑이 반드시 낭만적일 필요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세상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사랑의 형태도 다양해져야 하지 않을까? 삶에 지친 어느 날 『고백은 이미 본 장면』을 읽으며 나만의 로맨스를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작가의 말 이 초단편선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설렘’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도 설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고백은 이미 본 장면』에서도 티가 날 겁니다. 로맨스보다 김동식의 색채가 더 묻어날 테니까요. 근데 이게 매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뻔한 로맨스보다 낫지 않겠어? 그래서 이 초단편선 중간중간 함정을 심어두었습니다. 당연히 해피엔드 로맨스인 줄 알고 읽다가 뒤통수 좀 맞으셨죠? 제가 제일 기대하는 부분도 사실은 그것입니다. 전 태생이 어쩔 수 없는 악질인가 봐요,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