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시절 ㆍ 이서수
그 언니, 사랑과 야망 ㆍ 한정현 둘 중에 하나 ㆍ 박서련 순영, 일월 육일 어때 ㆍ 이주혜 나를 다문화라 불렀다 ㆍ 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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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대의 호칭으로 다가온 사람들…
그때는 몰랐던, 관계의 진실과 비밀들에 대하여. 이서수, 「어느 한 시절」 읽다보면 절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겐 그런 ‘어느 한 시절’이 있었지 라고 회상하게 되는 일이 있다. 이서수의 「어느 한 시절」에 등장하는 엔빵언니는 과거에도 있고 지금도 여전히 있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동생들과 있을 때는 무조건 더치페이를 하지만 언니들과 있을 땐 항상 얻어먹는 진희 언니.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장점을 골고루 취하는 사람들은 비단 어느 한 시절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보다 먼저 내리는 언니가 하차벨을 누르더니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손에 쥐었다. 언니에게 대신 태그해 줄 테니 카드를 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런 챙김이 좋았다. 특별히 큰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니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닌 선에서 서로 베풀고 받는 작은 챙김이.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니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뭘. 나는 팔을 뻗어 단말기에 언니의 카드를 태그해 주었다. 언니가 주머니에서 버터 스카치 캔디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아나.” _p.49 한정현 , 「그 언니, 사랑과 야망」 오래전 ‘사랑과 야망’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모두가 똑똑했다. 아무리 가부장제라 해도 남편에게 할 말 다하고 대가족 밥상머리에서도 꼬박꼬박 입바른 소리를 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더 그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다. 이 소설은 드라마 〈사랑과 야망〉과는 관계가 없다. 지방신문 기자로 근무하는 이선이 사쿠라다방 미쓰 윤이 들려준 이야기를 기사로 쓰면서 겪게 되는 수난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미쓰 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광주사태를 취재하던 여기자가 사라졌다고 말해주었던 미쓰 윤이. -“80년에 사라진 그 애는 다시 안 돌아올 거니까. 그때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돌아오지 못하니까. 이선은 퍼뜩 사장의 얼굴을 한번 바라봤다. 여태 이선이 알던 그 얼굴이 아니었다. 〈사랑과 야망〉은 드라마에서만 하자, 응? 그러고 사장은 그 뒤로 광주에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은 건 사장뿐 아니었다. 미쓰 윤을 다시 봤다는 사람 또한 없었다. 나만 남은 건가, 이곳 광주엔?” _p79 박서련 , 「둘 중에 하나」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것과 나 자신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택해야 할까. 평창 고택 친척의 장례식에 와서 우연히 마주친 양복 입은 젊은 남자, 흰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차림의 잘생긴 남자를 본 나는 그를 ‘피아노 남자’ 유령이라고 상상한다. 그런데 그는 언니와 잘 아는 사이 같다. 일주일이 지난 후 언니는 그 피아노 남자를 집에 데려와 내 과외선생으로 소개한다. 과외가 끝난 후 나는 곧장 이모할머니댁을 찾아갔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나는 언제나 이모할머니를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언니와 나를 바꿔달라고 졸랐다. 두 사람이 사귀는지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남을 빙의시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이모할머니에게 그것은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누구든 자매랑 엮이면 동생을 더 좋아하게 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물어봐도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할게다.” 정언 쌤은, 그런 사람, 아니면, 어떡해요. 더 어리다고, 좋아하는, 그런 사람, 아닐걸요. 정언 쌤은. “글쎄 그건 어려서가 아니라, 살아보니 왠지 그래서 그렇다고 하는 거야. 정말 그 총각이 너희 언니를 좋아하는 걸로 밝혀지면 그때 가서 바꿔 주마.” 역시 그렇죠, 이모할머니는 할 수 있죠?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는데도 할머니는 내 마음을 읽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p117 이주혜 , 「순영, 일월 육일 어때」 굳건할 줄 알았던 하나의 세계가 붕괴했다. 바로 내가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던 존경해마지 않던 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대학에 입학해 인기 없는 동아리 ‘함읽세(함께 읽는 세계)’에서 순영과 나는 처음 만났다. 원래 내 본명은 차영순이었고 순영의 원래 이름은 홍은수였다. 함읽세 첫날 각자 가명을 지으라는 선배들의 주문에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가져다가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읽었던 동기들이 학회를 떠나자 순영과 나는 함읽세의 커리큘럼을 바꿔 시몬 드 보부아르와 마거릿 생어의 전기를 찾아 읽었다. 나혜석과 김명순, 윤심덕에 관한 자료를 찾아 도서관을 뒤졌다. 함읽세는 어느덧 여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회가 되었다. -“그 애의 말에 따르면 순영은 나와 연락이 뜸했던 고작 몇 개월 사이에 임신했고 미국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한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 당연히 임용고시 준비는 그만두었다. 순영의 친가는 대구에서 탄탄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자이고 남자는 작은 아파트 한 채 말고 딱히 재산이랄 게 없는 말단 공무원 집안인데, 순영의 아버지가 재수 시절부터 그 남자를 사윗감으로 점찍고 두 사람의 교제를 ‘관리’했다고 했다. 미국 유학과 신혼 생활에 드는 비용도 전부 순영의 집에서 대주기로 했다. 아마 순영의 아버지는 서울대에 다니는 사위가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어 자신을 교수 장인으로 만들어 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순영과 별로 친한 것 같지 않았던 그 애는 말했다.” - p.155 아밀 , 「나를 다문화라 불렀다」 가까울수록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야 할 예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현서와 현주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자매다. 현서는 현주보다 피부색이 더 밝고 이목구비가 아빠 쪽을 닮아서 전형적인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현주는 그와 정반대였다. 소설가인 현서는 모처럼 새로운 소설을 발표하는데, 그것은 그녀가 이전에 썼던 소설과는 여러모로 차원이 다른 소설이었다. 내용이 다문화 가정 아동들이 처한 취약한 상황과 차별 피해 그리고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주는 이전에 느낀 적 없었던 분노에 사로잡혔다. -“한참 생각하던 현주는 벌떡 일어나서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러고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아 SNS에 들어갔다.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장현서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오히려 장현서가 인기를 힘입어 나를 따돌리고 괴롭혔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소설을 쓰고 돈을 벌고 인기를 얻다니, 정말 가증스럽다.” - p.1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