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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프라이팬의 이름은 애그니스
11월 나는 당신 말을 믿지 않아요 12월 우리는 어둠과 촛불과 기다림의 사람들 1월 환대받지 못한 씨앗 2월 모든 전투에서 패배하고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3월 희망이 깃털 달린 것이라면 기쁨은 햇살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비눗방울 속에 4월 신성함과 일상 사이 순간 5월 기억을 요리에 넣는 일 6월 몸은 하나의 주먹이 되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남는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Karen Babine
李柱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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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고도 날카로운 향, 깊은 우울에 빠지거나 공포에 질려 무기력해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강력한 사랑의 맛 암의 나날에 바빈이 마주한 건 어머니 몸에 발생한 병변만이 아니다. 여성이 분명히 느끼는 고통을 과장의 산물로 변질시키는 의학계의 오랜 관성, 암을 ‘승리해야 할 전쟁’이나 하늘이 인간을 시험하려 내린 시련으로 보는 오래된 언어 역시 바빈을 내리누른다.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질병을 바라보는 가장 ‘진실한’ 방법이 은유적 사고로부터 멀어지는 데 있다고 썼다. 바빈은 질병을 둘러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비유를 경계하는 손택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은유를 내려놓지 못한다. 중고 가게에서 싼값에 들여온 빈티지 냄비와 프라이팬에 왜 애그니스, 에스텔, 미니, 페넬로페 같은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친구 삼았는지 설명할 길이 없지만, 그럼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알 수 없음’을 밀어내고 있으니까. 녹아내린 치즈가 황금빛 국물 위에 레이스 무늬를 그리는 순간, 품에 안긴 조카를 ‘호박’, ‘꿀’이라 부르며 재우는 순간처럼 사소한 일상과 우리가 서로에게 붙인 이름이 우리를 웃음 짓게 하니까. 이렇게 조리 도구와 재료에 바빈은 마음을 기댄다. 뭉근하게 끓인 양배추가 간절한 어느 날, 진한 보라색과 흰색 사이를 힘주어 썬다. 빽빽하게 겹친 잎 속에 숨어 있던 무늬와 소용돌이는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아름답다”. 『맹렬한 허기』는 암에 덧씌워진 낡고 폭력적인 은유를 걷어내 삶을 계속하기 위한 새로운 은유를 빚어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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