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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가문마다 연륜이 쌓인 생활 문화를 담아내면서
이 책을 읽기 전에/사람의 훈기가 녹아 있는 명문 종가를 찾아서 1. 하늘이 내린 종갓집 사람들 2.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멋스러움 3. 아름다운 예절 4. 도심 속에서 만나는 옛 종가 찾아보기 참고문헌 |
李蓮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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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서 깊은 마을 야산 둔덕에 골 깊은 기와 지붕과 황토색 토담을 두른 종가는 쉽게 눈에 띄었다. 뒷동산 짙푸른 대나무 숲에 포근하게 안긴 듯 자리잡은 종가는 뜻밖에도 양반집을 상징하는 솟을대문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 사당과 행랑채와 함께 불타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사랑채, 안채, 별채만 복원되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입춘대길'의 붓글씨가 선명한 중문이 대문 구실을 하고 있다. 사랑방에 드신 손님의 숙취까지 걱정되어 '책면'을 대접하는 종가이니만큼 사랑채에 드나든 접빈객은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다. 기둥마다 일필휘지로 쓴 명문장의 주련들이 빈객의 수준을 대변하고 있다. 종손의 선친께서는 해방 후 입법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시대 지식인들이 모여 나라와 민족의 장례를 논하던 자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pp. 14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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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는 종갓집을 찾아서
이 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명문 종가를 취재한다는 것이다. 명문 종가라는 소문을 듣고 먼길을 찾아가면 집안 사람들은 외지에 살면서 정작 종가에는 관리인을 두거나 아예 빈집으로 비워두는 곳이 많다. 이렇게 박제화 된 종가보다는 오늘까지도 실제로 그 집에서 살면서 조상 대대로 이어온 가풍과 전통을 지키고 있는 후손들의 삶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책에는 관례(성인식), 전통 혼례식, 수연례 그리고 조상께 차를 올리는 추석 차례상 등 오늘날 보기 어려운 자료가 가득한데, 중요한 점은 이 자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진 의례의식이어서 더욱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리고 노종부의 손으로 직접 만든 집안 내림음식이나 집안 대대로 내려온 혼례복, 종부에서 종부의 손으로 내려온 장 담그기 비법, 팥죽을 마당에 뿌리며 살아온 날들을 감사하고 앞으로의 화복을 비는 민속신앙 등, 박물관이나 울타리가 쳐진 문화재로서의 '박제 된 종갓집'이 아닌 진짜 사람들의 따뜻한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종갓집'의 생활 문화를 담고 있다. 동시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종갓집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는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은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주말에 번잡한 유원지를 찾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 이 책에 소개된 종갓집을 찾아가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