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2부 3부 4부 옮긴이 말 작품 이해 |
Charles Keeping
찰스 키핑의 다른 상품
Anna Sewell
애나 슈얼의 다른 상품
|
제지 고삐를 하면 말이야, 한 번 머리를 높이 들어올리면 몇 시간이고 꼼짝도 못하고 그 상태로 있어야 돼. 머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홱 젖혀서 더 위로 올리는 것만 가능하지. 꼭 목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파. 게다가 재갈을 하나도 아닌 두 개를 물고 있어야 하는데, 얼마나 날카로운지 혀와 턱이 다 욱신거렸어. 고삐와 재갈이 불편해서 입을 잘못 비벼 대기라도 하면 혀에서 피가 나와서, 입술 사이로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거품을 벌겋게 물들였어. 파티나 모임이 있어서 몇 시간씩 서서 안주인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견딜 수가 없었지. 그런데다 참지 못하고 들썩거리거나 발을 구르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채찍이 날아오는 거야. 당장이라도 미칠 지경이었어.
--- 본문 중에서 |
|
동물들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오늘날 사회는 동물들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학대 받지 않을 권리,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지나친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 법이 인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거래되지 않을 권리 들이 그것이다. 많은 동물 보호 운동가들이 지금도 동물들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적지 않은 나라들이 동물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학대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논의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동물들을 보호해야 할까? 아직까지 굶어죽는 사람이며 학대받는 사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더 급한 문제가 아닐까? 동물들을 보호하기 전에 인간을 좀 더 완벽히 보호하는 것이 더 옳은 일이 아닐까?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동물들만의 생태계가 있고, 동물들만의 생활 방식이 있다. 그런 동물들을 인간의 도구로서 쓰는 것은 오직 인간의 편리를 위한 것이다. 동물이 인간의 소유물이며, 인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들의 기준일 뿐이다. 큰 자연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인간과 동물은 똑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똑같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옛날, 아직 동물과 인간의 생명을 똑같이 생각하려는 노력이 없었을 때 동물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괴로움을 겪었다. 『블랙 뷰티』는 19세기 영국에 사는 검은 말의 입을 빌려, 동물들이 당하는 괴로움과 불합리한 대우를 낱낱이 드러낸 책이다. ‘말들의 지옥’이었던 19세기 영국 블랙 뷰티는 19세기 영국에서 태어난 말이다. 더치스라는 암말을 엄마로 가진, 훌륭한 혈통의 검은 말로 좋은 주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네 살이 되어 농장을 떠나 새 주인에게 팔려가며 블랙 뷰티는 본격적으로 ‘일하는 말’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괴로움이 시작된 것이다. 길들이기란 말에게 안장과 굴레를 씌우고 등에 남자건 여자건 아이들이건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길로 얌전히 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거기다가 멍에 받침대와 껑거리끈, 엉덩이띠를 입힐 때에도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몸 뒤쪽에 짐마차나 셰이즈를 끌고 걷거나 달릴 수 있도록 단단히 고정한다. 그런 뒤에야 마부가 바라는 대로 천천히도, 빠르게도 가게 된다. 무엇을 보든 놀라면 안 되고, 다른 말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물거나 걷어차서는 안 된다. 자기 뜻대로 하면 안 되고, 몸시 지치거나 배가 고프더라도 주인 뜻에 따라야 한다.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말이 되기 위해서 말들은 엄청난 괴로움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블랙 뷰티는 영주인 고든 네로 팔려가 그곳에서도 좋은 마부와 좋은 마사지기, 그리고 훌륭한 주인 밑에서 말로서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같은 마사에서 지내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가장 친한 친구는 ‘진저’라는 말인데, 진저는 아주 불행한 생활을 해 왔었다. 진저는 자신이 특히 싫어하는 제지 고삐라는 마구의 잔인함에 대해 블랙 뷰티에게 이야기해 준다. 블랙 뷰티는 고든의 집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고든 부부가 요양을 떠나면서 다른 집으로 팔려가게 된다. 몇 번인가 이리저리 팔려 다니며 블랙 뷰티는 마침내 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마차대여업자에게 팔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진저와 마찬가지로 갖은 고통을 겪는다. 대여용 말로 지내면서, 한 신사의 마음에 들어 팔려가게 되지만 결국 양심적이지 못한 마부를 만나 또다시 팔려가게 된다. 대여용 말로 살면서 블랙 뷰티는 말로 못할 다양한 괴로움에 맞닥뜨린다. 이런 사람들은 가파른 언덕에서도 내려서 걷는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한다. 아니, 돈을 지불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 당연히 익숙해져야 마땅하지! 사람을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지 못하는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이람? 그런데 내려서 걸으라니, 말도 안 되잖아! 결국 채찍이 내리쳐지고, 고삐는 더욱 바짝 죄어들며, 때로는 거친 목소리로 호통이 날아든다. “이 게으른 짐승아! 빨리 좀 움직여!” 그러면서 아무 불평 없이 묵묵하게 고통과 낙담을 견디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에게 또 채찍 세례를 퍼붓는다. 하지만 이렇게 괴로운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주인이었던 고든의 집에 있었던 마부 존, 조수 제임스, 그리고 고든의 집을 떠난 뒤에 만난 승객용 마차 마부인 제리 같은 사람들은 말을 아주 소중히 여기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말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통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블랙 뷰티를 포함한 말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보다 더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존은 종종 정량의 버트윅식 치료제라면 그 어떤 버릇없는 말이라도 고칠 수 있다고 농을 섞어 이야기했다. 인내와 다정함, 단호한 태도와 쓰다듬어 주기, 이것들 5백 그램씩을 0.5리터의 상식과 섞어서 날마다 말에게 주면 된다고 말이다. 농장주인, 마을의 영주, 백작 부인, 마차대여업자, 승객용 마차 운전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가는 블랙 뷰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블랙 뷰티』는 이렇게 한 마리의 말이 다양한 주인, 다양한 환경을 거치며 겪은 행복과 괴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블랙 뷰티』가 출간되었을 당시, 영국은 큰 파장에 휩싸였다. 동물들의 괴로움을 다시 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말들을 괴롭히던 제지 고삐는 얼마 되지 않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인간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고, 그것이 『블랙 뷰티』의 가치가 이 시대까지 살아 있는 이유이다. 찰스 키핑의 그림과 함께 보는 검은 말의 자서전 『블랙 뷰티』는 여러 가지 판본으로 출간되었지만, ‘파랑새 클래식’ 시리즈의 문을 여는 이 『블랙 뷰티』는 『창 너머』, 『빈터의 서커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찰스 키핑의 일러스트레이션이 함께 한 책으로, 다양한 판본들 사이에서도 단연 그 품격을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화가 찰스 키핑은 어릴 때부터 말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린 말들은 금방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찰스 키핑 특유의 깊이 있는 파스텔 톤의 색감은 근대 영국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