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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뻔뻔한 방문자 생 제르망 백작 소고 사랑은 생각 밖의 것 그것의 이면 딱정벌레의 푸가 골프의 기원 뒤틀린 밤 투명 물고기 창공 이 광폭한 사자 밧줄-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작품 해설 역자 후기 |
Takashi Atouda,あとうだ たかし,阿刀田 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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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이마, 거기에 짝 달라붙듯 늘어져 부드럽게 말린 머리카락을 보는 동안 나는 이 얼굴이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세……라고 합니다.” 성과 이름을 다 말했던 것일까? 성 이외의 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말투에는 지방 사람들이 사투리를 애써 감추려 할 때 나타나는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가 나를 방문한 이유는, 언젠가 내가 어떤 대중잡지에 나폴레옹이 태어난 곳을 여행했을 때 인상적이었다는 내용의 수필을 썼는데, 우연히 그것을 읽은 그는 나를 나폴레옹 연구의 전문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인사 비슷한 대화를 나눈 뒤 그가 갑자기 주뼛거리면서, 그러나 엄숙하게 선언했다. “저는……, 실은 나폴레옹이 환생한 사람입니다.” --- pp.17-18, 「나폴레옹광」 “여보세요. 나구모입니다.” “가게 앞으로 난 거리를 북쪽을 향해서 곧장 걸으라고. 그러고 다마가와 제방이 나오면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라고. 강가를 따라 약 5백 미터쯤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높은 아파트가 나온다. 그 부근에서 차에서 내려 강가 쪽을 잘 보라고. 오늘밤은 달이 밝으니까 물가에 작고 낡은 창고가 하나 서 있는 게 보일 것이다. 돈과 손전등을 들고 그곳으로 가도록. 혼자서 가라고. 아파트 창에서도 제방에서도 물가 쪽은 완전히 다 볼 수 있다고.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려고 했다가는 아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알았소. 명령은 그대로 지키겠소.” “그럼 거기에서…….” 몇 번인가 전화를 거는 사이에 지시를 내리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이제 창고에 가서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한번 보자. --- pp.105-106, 「사랑은 생각 밖의 것」 요스케가 어렴풋하게 감지한 것은―그 미묘한 불안을 어렵지만, 말로 설명해 본다면―예를 들면 정사 중에 아내가 표시하는 사소한 행동, 이전과는 다른 대담함, 혹은 환희의 깊이 따위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행위가 성숙해지면 여자들은 누구라도 그렇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스코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아름다운 여자였고, 그런 만큼 요스케에세는 그 미세한 변화까지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런 변화를 대변이라도 하듯 야스코의 행동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런 구체적인 의혹들이 하나둘 확실하게 느껴짐에 따라 요스케의 불안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이 집으로 이사온 후부터였던가― --- p.119, 「그것의 이면」 기타무라는 혼탁한 의식 속에서 창문 아래 폴크스바겐에게 물었다. “이제 몸도 완전히 나았고 하니 택시 영업을 다시 시작할까 해서요.” “이 몸으로는……. 의사 선생님도 아직은 좀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어.” 폴크스바겐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그대로 누워 계세요. 저 혼자서 해 볼 테니까요.” “뭐라고? 너 혼자 영업을 하겠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기타무라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괜찮습니다. 요령도 완벽하게 몸에 익혔습니다. 밤에 긴자의 큰길에 서 있기만 하면 손님이 안을 들여다볼 거 아닙니까. 타이밍 잘 맞춰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도쿄의 길이라면 어디든 알고 있으니까요.” --- pp.145-146, 「딱정 벌레의 푸가」 당시의 신분의식이 중세에 비해 어느 정도 느슨해지긴 했다 해도 귀족과 서민 사이에는 여전히 엄격한 귀천의 차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시대에 일개 구두공이 나리들과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정신적인 부담이 되었을지. 골프가 심리적인 게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부담은 한층 더 심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라하지만 실질적인 승리의 패를 쥐고 있던 남자는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은 그의 기량이 당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 그리고 정신적인 핸디캡과 같은 장벽에도지지 않을 정도의 섬세한 기술을 지녔다는 것―그러니까 당시 사람들의 감각으로 표현하자면 ‘악마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 거야 어쨌든 간에, 이런 일들을 통해서 드디어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에 한 명의 천재적인 플레이어의 이름이 처음으로 새겨지게 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존에게 있어서 행복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때문에 그는 악마로 몰리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 p.173, 「골프의 기원」 그러자 그가 잠에 빠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가 얇은 옷을 걸친 채 옆에 누워 있었다. “정말로 누구야?” “이제 그런 말 묻는 거 그만둬. 당신 애인이야.”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 “내가 싫은 거야?”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어.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름은 뭐라고 하지?” “도모코(朋子)야, 달님을 두 개 그려서.” 그 이름도 기억에 없었다. “성은?” “야마이…….” 라고 여자는 웃으면서 도시로의 성을 말했다. “설마. 되는 대로 말하지 말고.” “정말이야.” --- pp.201-202, 「뒤틀린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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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일상에 던지는 정중한 유머, 야한 익살 …
하지만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1979년 나오키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 13편을 수록한 소설집 『나폴레옹광』은 아토다 다카시의 전작을 소개하는 “아토다 다카시 총서”의 두번째 책이다. 저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작가이자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중진작가로 일본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행복한책읽기 출판사의 “작가의 발견” 시리즈 첫째 권인 『시소게임』(원제:과거를 운반하는 다리)을 통해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시소게임』과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에서 실로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필치로 무심한 일상을 기록하는 듯하지만, 결말의 몇 줄에서 밝혀지는 반전으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공포감을 안겨 주었던 그는, 『나폴레옹광』에서 자신의 특기를 한층 더 발휘하며 13편의 단편을 공포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잔잔한 일상에 던지는 정중하고 야한 블랙 유머를 즐기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섬뜩한 기운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토다 다카시 작품의 특징이다. 로알드 달, 스탠리 앨린, 단 세이니 등 서양의 단편 작가들과 견주어 ‘동양의 미스터리 단편의 귀재’라고 불리며 ‘오 헨리를 능가하는 단편의 거장’으로 비유되는 아토다 다카시의 대표작이자 나오키상 수상작. ※ 수록 작품 표제작 「나폴레옹광」은 나폴레옹에 관련된 것이면 사소한 물건이라도 무엇이든 긁어모으는 광적인 수집가와 자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믿으며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남자, 이 둘이 만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상상력 게임이다. 작가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작품의 끝에 이르면 누구나 ‘이런……!’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뻔뻔한 방문자」는 유복한 중산층인 마키코의 집에 힙겹게 살아가는 산후도우미 하츠에가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두 사람의 불편한 동석(同席), 비록 잠깐 동안이었지만 마키코는 하츠에의 방문이 탐탁지 않은데……. 이야기의 마지막에 ‘뻔뻔한 방문자’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섬뜩한 공포가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이 밖에 불로불사의 묘약 ‘에레키시’와 관련된 「생 제르망 백작 소고」,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샐러리맨이 맞닥뜨리게 되는 구멍 ‘안쪽’에 대한 야릇한 세계를 다룬 「그것의 이면」, 일상과 꿈을 넘나들며 결국에는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몽환적인 단편 「뒤틀린 밤」, 아름다운 낯선 여인과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후에 자신의 몸에 기괴한 변화가 일어나는 「투명 물고기」 등 모두 열세 편의 빼어난 단편이 실려 있다. ※ 나오키상 심사평 “인생의 어두운 면을 솜씨 좋게 잘라내어 마음을 찡하게 하는 작품.” - 미즈카미 쓰토무(소설가) “새로운 전율을 전해준 작가.” - 곤 히데미(소설가, 평론가) “불필요한 묘사 한 마디 없이 잘 계산된 스토리에 익살과 풍자가 넘친다.” - 닛타 지로(소설가) “감춰진 카드의 마지막 한 장을 슬쩍 열어 보이는 작가의 솜씨는 마치 마법사의 그것과 같다.” - 오자키 히데키(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