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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 죽음, 삶이 되다 미국의 또 다른 세상 존엄사 토론을 즐기는 청소년들 호스피스 호텔 한국 교포들의 우울 라스베이거스엔 꿈과 죽음이 공존한다 품위 있는 죽음의 정체 2부 : 죽음에도 표정이 있다 일본 존엄사 대회장에 울린 샹송 존엄사법 제정에 목숨 건 사람들 맹수용 마취제를 놓아라 존엄사 가이드라인 웰다잉에 앞서가는 일본 언론 하얀 블랙박스에서의 탈출 3부 : 죽음, 긍정과 부정 사이 한국 환자들의 행진 죽음은 추억되어야 한다 죽으면서 살아가는 의료인들 최후의 한 시간 최종현 SK 회장의 죽음 여행 염장이가 된 국회 사무차장 죽음에 부딪힌 한국 언론 의료 권력의 침묵 웰빙을 위한 웰다잉 프로그램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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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죽을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하나,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나는 행여 내가 의식 작용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 약물과 산소 호흡기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은 하지 않도록 주위에 당부해 놓고 있다. 식물 인간이 되어서까지 죽는 기한을 늦추고 싶지 않은 것이다(故 최종현 전 SK 그룹 회장). 1998년 8월 26일, 최종현 전 SK 그룹 회장은 평소 뜻대로 ‘품위 있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최 전 회장은 폐암 수술 후에 암이 재발한 뒤로는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채 심신수련을 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투병했다(209~231쪽 참고). 그 후 10년이 지난, 2008년 6월 한 가족이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해달라고 법원에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과는 기각. 법원은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없고, 환자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사건이 존엄사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사회에 품위 있는 죽음을 환기시키는 계기는 되었다. 사실 이러한 ‘연명치료 중단’ 문제, ‘존엄사’ 논쟁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1997년에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 6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온 스무 살 딸의 인공호흡기 전원을 꺼 숨지게 한 아버지, 간경화 말기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탈취한 의사 등의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뿐이었다. 죽음이 추방된 한국 사회에 ‘죽음 문화’를 다시 그리다 그 까닭은 우리가 죽음이 사라진 곳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은 죽음을 일상에서 추방했다. 환자들은 마지막 임종 순간까지 인공영양,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신장투석 등의 첨단연명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죽음의 시간을 무한정 연장한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격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지만, 가족은 마지막까지 ‘치료’를 해드리는 게 망자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들은 죽음을 의학의 실패라고 생각하며, 생명을 치료하고 연장하는 데 급급했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치료’에만 매달리는 그곳에는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기 어려웠다. 거기에 재정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편 장수시대 도래와 함께 암, 심장질환, 알츠하이머병 등을 앓는 노인 환자는 계속 늘어날 추세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편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고, 지난 7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의 필요성이 논의된 바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존엄한 죽음’과 ‘관습화된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은 소중하고 존엄하다. 하지만 의료진과 가족들이 생명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한다 해도 죽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최선’을 다한 치료 이후의 간호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의료진과 가족들이 생각하는 최선이 말기환자에게도 최선일까. 환자들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한 하루도 보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말이다. 이 책은 ‘치료’를 넘어 사회적 ‘돌봄’으로써 죽음을 삶의 일부로 다함께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한 저널리스트가 한국, 일본, 미국에서 만난 죽음의 다양한 표정들 당신은 생의 마지막 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30여 년을 방송사, 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미국, 일본, 한국의 삶과 죽음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왜 호스피스 사업이 붐일까, 일본 소도시의 한 마취과 의사는 왜 말기 암 환자에게 모르핀 2,000밀리그램을 주사한 걸까, 서울의 대학병원 주변 모텔들은 왜 ‘환자방’으로 이름을 바꿨을까. 저자는 크고 작은 도시를 거닐며 만난 삶과 죽음의 단상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또한 의사, 호스피스 간호사, 염장이 등의 말을 섞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 취재, 인터뷰, 연구조사라는 글쓰기 방식은 접근하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벽’을 허물어뜨린다. 이 책의 1부 ‘죽음, 삶이 되다’는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며 삶과 죽음이 동거하는 미국 사회를 담았다. 1970년대 중반 ‘카렌 앤 퀸란’ 사건 이후 안락사?존엄사 논쟁을 시끄럽게 치르면서 존엄사법을 제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부 ‘죽음에도 표정이 있다’에서는 현재 존엄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담았다. 3부 ‘죽음,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는 생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죽음 부재의 한국 사회를 꼬집는다. 더불어 이제 ‘죽음’에도 문화가 있어야 함을 깨달아가는 한국 사회에 앞장서 ‘존엄한 죽음’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 책의 다양한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존엄사법 제정, 사회복지제도 보완, 리빙 윌·사전의료지시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1. ‘호스피스 (통증)완화의료’의 의미를 묻다 미국인들은 마지막 삶을 사는 장소로 기꺼이 백색 병원이 아닌 ‘호스피스’를 선택한다. 저자가 방문한 뉴욕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캘버리 병원은 환자면회 시간을 하루 24시간 허용한다. 말기환자가 겪게 되는 뼈를 깎는 고통은 ‘마약성 진통제’를 주사하여 최소화한다. 호스피스는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정신적 슬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육체적 고통이 간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호스피스는 병의 완치가 아니라 환자의 돌봄(care)이 목표이기에,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생을 편안하게 맞도록 돕는다. 2.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가 아니다 저자와 저자가 만나온 의료인들은 일반적으로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불리는 ‘존엄사’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자고 주장한다. 안락사는 회복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인위적인 주사를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존엄사는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에게 인위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래서 존엄사는 자연사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국가는 오랜 기간 안락사, 존엄사, 자연사를 넘나들며 길고 긴 논쟁과 합의의 과정을 겪었다. 존엄사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임이 분명하고 이 논란은 사회 전체적으로 ‘논의’되야 한다. 제도 또한 세밀하고 정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이 책은 미국, 일본이 존엄사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논의하며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이제 막 존엄사 논쟁의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 책은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3. 사회적 돌봄으로, 제도적 보완으로 다함께 죽음을 살다 사회복지제도 보완 없이 ‘연명치료 중단’·‘존엄사’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존엄사를 요구하는 가족들은 경제적 동인이 크게 작용한다. 저자는 미국의 한 호스피스 기관에 쏟아지는 기부금을 통해, 말기환자들의 재택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도쿄 도의 사례를 통해 말기의료 문제를 개인, 지역사회, 국가의 사회적 돌봄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읽는다. 4.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 ‘존엄한 죽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다 죽음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실천과 노력이 그려진다. 화장(火葬) 문화를 보급하고, 말기치료 거부한 채 심기신 수련을 하며 죽음을 맞이한 최종현 전 SK 그룹 회장, 10여 년 동안 남모르게 염장이 자원봉사를 해온 고위 공직자, 좋은 임종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는 호스피스 간호사, 존엄사를 알리기 위해 고뇌하는 의료인들 윤영호(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허대석(서울의대 교수), 손명세(연세의대 교수) 이야기 등이 그 예다. 5. 한국의 언론계, 의료계, 종교계, 정부의 침묵에 딴지걸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의 담당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았다. 이는 ‘의료집착 과잉진료’를 일상적으로 만들었다. 한국 언론은 ‘생명’과 ‘죽음’을 소재거리로 대상화한다.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연명 치료 중단 사건사고는 관련법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거침없는 저널리스트의 비판과 제언이 묻어난다. 6.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한다 미국 청소년들은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존엄사 토론을 한다. 미국, 일본 사회에는 건강할 때 불치병에 걸려 판단을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리빙 윌(Living Will, 생전유언)’을 작성해두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 있어 부재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의사이다. 생명과 죽음에 관한 유언은 한 개인의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관계하며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염장이는 죽은 망자의 표정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읽는다고 한다. 죽음이 삶의 종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살면서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한다. 죽음을 상상하면 삶은 더 풍성해진다. 당신은 삶의 마지막 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