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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머리말 1부 모욕의 개념 모욕 -무정부주의: 품위 있는 통치제도는 없다 -스토아학파: 모욕적인 사회는 없다 권리 -자존감: 톰아저씨의 경우 -존중의 충분조건인 권리 명예 -자존감과 자부심 -존엄성 2부 존중의 근거 존중의 정당화 -인간에 대한 존중을 정당화하는 특성들 -내재적 가치의 제한조건 -근원적 자유 회의적인 답변 -인종 차별적인 답변 -인간 존엄성의 소극적 정당화 인간에게 고약하게 굴기 -인간을 보다 -인간을 무시하기, 인간을 인간 이하로 보기 -인간을 인간 이하로 대하기 3부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품위 모욕의 역설 -무례와 모욕의 역설들 -신의 영광과 인간의 존엄성 거부 -포괄집단에서의 배제 -존중의 근거와 모욕의 구성요소들 시민권 -3대 시민권의 부정 -상징적 시민권: 제4의 차원 문화 -지배문화의 품위 -하위집단의 존재 -문화적 관용 -비판 대 거부 4부 사회제도의 검증 속물근성 4부 사회제도의 검증 속물근성 -박애 -육체적 기호 사생활 -친밀함 관료제 복지사회 -빈곤과 모욕 -동정 -복지사회의 모욕 -자선의 역설 실업 -일터에서의 착취와 강압 처벌 -처벌과 모욕 맺음말 본문의 주 |
Avishai Margal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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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사는 방식은 사회마다 다르다. 시민권의 침해는 사람들이 그 사회 안에서 키운 자신의 인간성을 표현하는 능력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모욕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품위 있는 사회가 될 충분조건이라고 불수는 없다. 사회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을 모욕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 p.53
낙인은 사람들의 인간성에 대한 카인의 표지 역할을 한다. 낙인을 가진 자는 주변사람들이 그들을 인가니 이하로 보게 만드는 꼬리표를 가진 사람이다. 그들이 인간이긴 해도 낙인이 찍혔다고 보는 것이다. 어빙 고프먼은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신분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내가 볼 때는 낙인이 그들의 인간성까지 훼손한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낙인찍힌 자들은 인간이지만 인간 이하로 간주된다. --- p.119 모욕에는 실존적 위협이 포함되어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욕하는 주제가 제도일 때는 더욱더 그렇다. 결정적으로 모욕에는 괴롭히는 자가 피해자에게 야기하는 절대적 무력감이 포함된다.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은 자기에게 중요한 이해관계를 보호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설사 모욕당하는 사람이 형세를 역전시켜서 자기를 괴롭히는 자의 비문자적인 의미에서 짐승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할지라도, 이것이 그의 모욕감을 완화시켜 줄 수는 없다. --- p.138 어떤 사회는 장애인용 설비를 마련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서 장애인들이 상당한 독립성을 확보하지만, 또 어떤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욕당한다. 어떨 때는 장애인들에게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물질적 수단이 존재하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회가 이런 수단을 마련해놓고도 장애인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을 때 그 사회는 장애인을 모욕한다고 볼 수 있다. --- p.200 가난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부당한 주장은 말 그대로 부당한 주장일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가난이 실패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왜 그 사람의 인간적 존엄성까지 훼손하는 것일까? 경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험에 떨어지는 일은, 그에게 실패할 변명의 여지가 있든 없든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 사람이 자기가 선호하는 생활양식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은 분명 그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인간으로서 거부할 이유는 될 수 없다. --- p.243 품위 있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인가? 품위 있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최고의 사회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 놓인 일시적인 이상인가? 품이 있는 사회와 롤스의 정의로운 사회가 갖는 관계와는 무관하게, 품위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가 충족시켜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보일 것이다. 이와 별개로, 현실 정치 속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설립하는 과정에 실제로 품위 있는 사회가 확립되어야 하는지 물을 수 있다. 품위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의 확립을 대신하는 일시적인 대용품 역할을 할 위험은 없는가? --- p.293 내가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은 품위 있는 사회의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 개념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야기다. 명예와 모욕이 의인화된 영웅으로 등장하는 중세 스타일의 우화가 아니라, 개념은 개념으로 남으면서 현실을 비판할 근거가 되는 유토피아의 그림을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다. --- p.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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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간-맹(盲)의 사회에 대한 자성
마갈릿이 제시한 ‘품위 있는 사회’는 하나의 사회에 있는 ‘제도들’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품위 있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보다 더 급하게 실현해야 하는 사회이며, 현실적으로 정의롭지 않더라도 이 사회는 반드시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품위 있는 사회’는 사회가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사회이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이 정당한 이유로 모욕감을 느낄 그런 조건들과 싸우는 사회다. 마갈릿은 이런 사회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로 인간의 존엄성을 들었다. 마갈릿은 “사람들이 무엇을 모욕하고, 또 어떤 것을 존중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로 사람으로서의 자기-존중(자존심)을 부정하고 사람을 사람 아닌 존재로 다루는 현실에 대해 “사람을 어떤 ‘물건’이나 ‘기계’로 또는 ‘동물’이나 ‘인간 이하’로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 대한 무시는 사람을 그 표현과 감정과 기분의 변화 등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민감하게 보지 않는 방식으로, 충분히 또는 세심하게 보지 않거나 마치 사물이나 동물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낙인찍기)은 인간의 공동체로부터 배제시키거나 거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마갈릿은 이렇게 인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의미의 모욕을 ‘인간-맹(盲)’이라 칭했다. “자비로운 사회는 품위 없는 사회다” - 사회제도를 향한 불온한 도발! 저자가 말하고 있는 품위 있는 사회에 한국 현실을 비춰보면 어떨까.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는 인간을 존중하고 모든 인간에 대한 모욕은 잘못임으로 그 사회는 자신의 품위 문제를 단순히 어떤 국적이나, 시민권이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만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거주는 하지만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도 존중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때리지 마세요, 저도 사람입니다”라는 한국어부터 배우는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우리는 그들을 공동체의 완전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품위 없는 사회다. 마갈릿의 표현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등시민”으로 자기-존중(자존심)에 손상을 입게 되는 시민이다. 마갈릿은 또한 품위 문제를 문화적인 부분으로 연결시켜 설명한다. 포르노그래피가 사적이 아닌 공적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동성애자들처럼 사회적 소수자의 생활양식을 문화가 외면할 때, 사회가 충분히 여력이 있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데 노력하지 않는 것도 상당히 모욕적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연고주의나 학벌주의도 특정 집단의 배제의 원리가 작동하므로 사회의 품위를 훼손한다고 볼 수 있다. 마갈릿은 이렇게 사회에 보이지 않게 제도화 되어 있는 속물근성, 사생활, 관료제, 실업사태 등까지도 그 본성은 상당히 모욕적인 속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복지제도는 겉으로는 한 사회의 품위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대상자들을 동정이나 자비의 대상으로 만들면서 부끄럽고 열등한 존재로 격하시킨다는 점에서 모욕적이며, “자비로운 사회는 품위 있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도발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회 VS 품위 있는 사회 마갈릿은 ‘정의로운 사회’와 ‘품위 있는 사회’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정의로운 사회가 각자가 기여한 바에 따라 사회적 명예의 분배가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사회라면, 품위 있는 사회는 더 나아가 그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즉, 명예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마갈릿은 정의로운 사회는 반드시 품위 있는 사회여야만 한다고 본다. 하지만 어떤 사회는 그 성원들에 대해 정의로울 수 있지만, 그 사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방인)에 대해서는 모욕을 행사하는 사회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지, 아니 더 나아가 그런 종교집단들이 그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여성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규범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갈깃은 특히, 복지 사회의 이념을 언급하면서 롤즈의 사회 정의의 이념은 분배 유형을 실현시킬 정의로운 절차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 그 분배의 인간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다고 비판한다. 마갈릿은 이 책에서 ‘평등’과 ‘불평등’에 관해서도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는 불평등도, 설사 그것들이 정의로운 사회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고 관용될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한 참을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모든 불평등이 다 모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한다. 마갈릿은 평등보다 더 근원적인 규범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불평등이 문제인 것은 바로 불평등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차원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마갈릿의 관점이다. 불평등한 취급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일정한 ‘존중’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존중의 사회를 위하여, 품위 있는 사회를 향하여 마갈릿에 따르면, 어떤 흉악범도 그가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근본적 자유를 가지고 있는 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본적 자유’란 인간이 어떤 순간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고, 자신의 삶을 그 순간부터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모든 인간은 그 능력과 자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런 생각은 롤즈의 《정의론》의 사상적 기반인 칸트적 전통과는 다르게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해야하고, 결코 오용되지 않아야 하며, 비종교적이고 인간적인 것이어야 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 목적을 결정하고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서 출발하는 칸트적인 정당화가 마갈릿에게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철학적 반성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인간을 단지 수단으로 대우하지 말 것을 요구한 칸트적 ‘존중’ 개념을 넘어서는 문제에까지 나아간다. 마갈릿은 나치가 유태인들을 단순히 착취와 같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냥 모욕하기 위해 힘든 일을 반복시킨 역사적 사례를 들면서 칸트보다는 조금 더 광범위한 ‘존중’의 문제를 다루려고 시도한다.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자기존중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공동체 형식이 바로 민주주의임을 말하며,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삶의 형식’이 되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어느 누구도 모욕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참여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기존중이 보장되고 ‘사회제도들’에게 모욕받지 않는 사회, 무턱대고 모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똑같이 어떤 것을 나누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존중을 누리면서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반적인 평등주의적 사회정의의 이상은 정말 중요하고 본래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 존엄성의 보장이라는 가치 지향을 중심으로 재정립되거나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