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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한 시대를 이끈 당당한 주역들
조선왕조 500년의 문이 닫히다 - 순종과 그의 시대 (이용창) 더 들여다보기: 왕위 즉위 연도는 어떻게 표기했을까 쓰러져가는 고려 왕조의 끝을 붙잡고 - 삼척에 한을 묻은 공양왕 (류주희) 더 들여다보기: 신돈은 왜 ‘늙은 여우’라 불렸을까 혼이 되어서도 경주로 돌아가지 못하다 - 천년왕국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 (조범환) 더 들여다보기: 경애왕이 정말로 포석정에서 술잔치를 벌였을까 해동성국의 영광을 뒤로하다 - 발해의 마지막을 바라본 대인선 (이효형) 더 들여다보기: 발해 멸망의 또 다른 가정, 기후 변동설 영웅의 시대, 고구려의 부활을 꿈꾸다 - 역사의 주연이 된 보장왕 (김현숙) 더 들여다보기: 고구려왕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저문 백마강에 오명을 씻고 - 삼천궁녀의 전설에 묻힌 의자왕 (이병호) 더 들여다보기: 흑치상지의 묘가 낙양의 망산에 있는 까닭은 첫 왕조의 마지막 왕 - 최초의 국가 고조선의 마지막을 살다 간 우거왕 (송호정) 더 들여다보기: 고조선을 발전시킨 철기문화의 비밀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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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왕조의 멸망을 지켜본 인물의 개인적인 노력을 잘 모른다. 이 부분을 살펴보는 것은 당시를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긴 세월 동안 갖은 곡절을 겪으며 이어온 왕조의 문을 닫는 왕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우리는 긴 시간 동안, 때로는 급속히 기울어가는 동안 벌어지는 여러 풍경들, 분노와 타협과 투항 세력 간의 갈등, 절망적 사투와 체념 사이의 심리적 줄타기, 혹은 죽임을 당하거나 혹은 굴욕 속에서 질긴 생명을 이어간 마지막 왕들의 개인사를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 p.5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은 왜 고종을 비롯한 친위 세력과 ‘친일파’를 앞세운 일본의 국정 농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을까? 순종은 정말 무능하고 무기력한 군주였을까? 이런 물음은 순종이 어느 시점부터 정신적·육체적으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자식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 배다른 동생인 영친왕 이은이 황태자가 됐다는 것, 순종이 고종의 황위를 계승한 것은 일본이 눈에 가시와도 같던 고종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분이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망국을 초래하고도 ‘식민지 조선의 이왕(李王)’으로 일본의 보호 속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며 살아남았다는 것 등도 덧붙여진다. --- pp.38~39 과연 포석정이 주연을 베풀고 즐겁게 노는 장소였을까? 포석정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신라의 왕들이 술잔치를 베풀고 즐겁게 논 장소는 대체로 안압지였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안압지는 공간이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연회를 베풀기에도 적절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아름다운 꽃과 동물들로 가득 찬 섬을 오가며 배를 타고서 노는 장면이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렇지만 포석정은 그렇지 않다. 실제 그곳을 가 본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협소한 장소에서 어떻게 술잔치를 베풀고 놀았을까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당시에 포석정의 규모가 어떠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현재와 비교해 보아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 pp.146~147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하며 한때 황제국적 체제를 누렸던 거대한 국가 발해의 멸망 원인은 무엇일까? … (중략) … 근래에는 학자들이 자연재해나 기후와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경향도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잦아지고 있는 갖가지 자연 현상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발해의 경우도 내·외부적 요소 외에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나 기후까지도 관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렇게 넓은 영토를 가진 발해가 어찌하여 거란의 본격적인 침략에 한 달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멸망했을까? --- p.176 보장왕은 걸출한 영웅호걸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 영류왕을 시해하고 권력을 독점한 연개소문은 역사적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인물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고 국제사회를 뒤흔든 대단한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 외교의 달인이자 역사의 승자인 신라의 김춘추와, 그 승리의 주역 김유신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영웅이다. 의자왕 역시도 해동증자라고 칭송받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이 천하 통일을 이루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고, 기나긴 중국 역사상에서도 제일로 손꼽히는 당 태종에, 마침내 고구려를 굴복시킨 당 고종, 사람 보는 눈이 무서울 정도로 뛰어났던 최초의 여황제 측천무후까지. 그야말로 천하영웅의 시대 속에서 보장왕의 입지는 너무나 미약했다. --- pp.189~190 우리나라 고대의 전쟁은 주로 성곽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군대의 게릴라전이었다. 이처럼 수만 명이 동시에 한곳에 집중해 전쟁을 치른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한 경험이 없는 백제에게 15만 나당연합군이 동시에 협공을 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당나라 13만 대군이 바다를 건너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백제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나당연합군의 파죽지세에 밀려 결국 백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의자왕은 이때가 돼서야 “성충의 말을 듣지 않고 이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한마디가 『삼국사기』에 전하는 유일한 의자왕의 육성이다. --- p.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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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방향타를 잡은 마지막 왕들의 진면목과 그들의 ‘시대’를 재발견하다!
전문 역사학자가 들려주는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적 역사 서술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기획한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쇠락해 가는 왕조의 선장이 되어 비겁자, 허수아비의 오명을 쓴 왕이 됐지만, 한 시대를 당당하게 이끈 우리 역사 속 일곱 왕조의 마지막 왕들의 진면목과 찬란한 왕조의 문을 끝내 닫아야만 했던 그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출간된 시리즈의 전작 『베스트셀러의 저자들』,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처럼 이 책도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왕’이라는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 왕들과 함께 쓸쓸히 사라져 간 ‘시대의 풍경’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긴 시간, 혹은 급속히 왕조가 기울어 가는 동안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 분노와 타협을 거듭하며 투항하기까지의 갈등, 절망적으로 사투하고 체념하고를 반복하는 심리적 줄타기,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역사의 기운, 또는 죽임을 당하거나 굴욕 속에서도 질긴 목숨을 이어갔던 왕들의 개인사와 스산한 시대의 풍경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울러 새로운 왕조를 연 영웅들과 그 영웅들에 맞서 왕조를 유지하고자 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 부흥운동을 벌이고 계승 국가를 세웠던 사람들, 나라가 망한 후 황무지에 뿔뿔이 흩어진 유민들의 눈물겨운 이야기 또한 그 ‘풍경’ 안에 배경으로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 발해의 건국자는 대조영, 그렇다면 발해의 마지막 왕은? 무관심 속에 잊힌 마지막 왕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장에서 듣는다! 고구려의 시조는 주몽, 발해의 건국자는 대조영이다. 우리는 이렇게 한 왕조의 첫 왕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인물들은 대개 부패와 타락으로 가득한 시대나 모순으로 가득한 상황을 타개하고 새 역사를 창조한 위대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특히,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사극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출판물을 통해 어린아이들까지 단군, 주몽, 온조, 박혁거세, 대조영, 왕건, 이성계와 같은 인물들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지막 왕들에 대한 관심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하다. 고조선의 마지막 왕인 우거왕, 발해의 대인선은 우리에게 왜 그런지 모르게 생소한 인물이고, 백제의 의자왕은 아직도 삼천궁녀의 전설에 묻혀 향락과 타락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천년왕국 신라를 하루아침에 고려 왕건에게 바친 비겁자이고, 보장왕과 공양왕은 각각 시대의 영웅이었던 연개소문과 이성계의 등 뒤에서 벌벌 떠는 허수아비 왕으로,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고종이나 일제의 역사에 가려져 아예 존재감마저 없는 왕이 되었다. ‘마지막 왕’이라고 하면 ‘왕’에 관한 궁금증보다는 ‘마지막’이라는 말 자체에서 우리는 이미 ‘타락, 문란, 비겁, 항복, 허탈함, 눈물……’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이 책은 한 왕조가 쇠락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거나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왕들에 대한 변론이 아니라, 혼돈의 시대에 마지막 왕이 되어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왕들과 그 시대를 읽어내는 데 주목했다.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사실, 고종과 명성왕후, 일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 있었기 때문에 망국에 대해 책임을 질 것도 그럴 능력도 없는 임금이었다. 이 책은 이런 ‘사실’은 그대로 두고 순종이라는 인물이 서있는 ‘지금-현실’로서의 시대 상황을 그리는 데 중점을 둔다. 순종 편의 구성은 대략 이렇게 진행된다. 순종이 승하한 이후, 창덕궁에서 순종의 대여가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해 육조거리에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곡소리, 친일파도 눈물을 흘린 순종의 국장일을 계기로 일어난 6?10만세운동이 생생한 자료사진과 문헌을 통해 그려지고, 곧바로 마치 영화의 플래시백(회상 장면)처럼 카메라는 1907년 7월 고종이 강제로 퇴위당해 순종에게 왕위를 넘겨주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한일합병을 위한 일제의 계략, 지나치게 순종을 보호했던 명성왕후, 순종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된 ‘김홍륙독다사건’이 숨 막히게 펼쳐지고, 합병조약 체결에 끝까지 반대했던 순종의 인간적인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이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 현장에서 왕들의 목소리와 표정 하나까지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해방 후 귀국길에 김구가 경순왕릉을 제일 먼저 참배한 까닭은? 발해의 마지막 왕이 적장이 타고 있던 말의 이름을 하사받았다고? 마지막 왕들이 겪어야 했던 굴욕과 망국 이후의 삶, 그리고 숨겨진 에피소드들. 이 책은 망국 이후 왕들의 삶과 사?진 왕조의 정신을 끊임없이 이어가고자 한 사람들의 이야기, 비운의 주인공이 된 마지막 왕에 관한 슬픈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당나라로 압송되어 며칠 만에 급사한 후 나라를 망친 남북조시대의 패주들과 함께 낙양의 북망산에 묻히는 신세가 된 의자왕, 고려 왕건에게 항복 후 벼슬을 받아 조용히 여생을 마쳤지만 죽어서도 경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기도 연천에 잠든 경순왕, 고려로 귀부한 신라인들이 고려 조정의 주축 세력이 되어 결국 신라계 인물을 고려왕으로 탄생시켰던 극적인 이야기, 공양왕릉이 강원도 삼척과 경기도 고양시 두 군데에 있게 된 이상한 사연과 아버지 경순왕의 항복에 반대해 항려운동을 하기 위해 강원도로 향한 마의태자, 이와는 반대로 발해가 망하자 고려에 투항해야만 했던 발해국 세자 대광현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순왕의 후손 김구가 해방 후 귀국길에 경기도 연천에 들러 경순왕을 참배한 흥미있는 사진과 발해의 마지막 왕 대인선이 적장인 거란국의 태조 야율아보기가 타고 있던 말의 이름을 하사받는 굴욕적인 순간도 포착되었다. 본문에서 미처 다 이야기되지 못했던 흥미있는 이야기들은 각 장의 끝 「더 들여다보기」에 덧붙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해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다. 대인선 편에서 언급된 ‘백두산 화산 폭발설’에 이어 중세 온난기 이후 급격한 기후 변화로 발해가 망했다는 가설인 ‘기후 변동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외에도 요즘 사극에서 오류를 범해 문제가 되었던 왕의 즉위 연도 표기와 관련된 내용인 ‘왕조의 즉위 연도는 어떻게 표기했을까?’(고종 편), 고려 말기 공민왕에 의해 발탁되어 정치 일선에 등장한 풍운아 신돈과 관련된 ‘신돈은 왜 늙은 여우라 불렸을까?’(공양왕 편), 포석정이 연회장이 아니라 제의를 올리는 사당이었을 가능성을 포석정에서 발견된 ‘포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통해 밝힌 ‘경애왕이 정말로 포석정에서 술잔치를 벌였을까?’(경순왕 편), 백제 멸망 후 당나라로 들어가 장수가 되어 공을 쌓은 흑치상지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 ‘흑치상지의 묘가 낙양의 망산에 있는 까닭은?’(의자왕 편) 등의 이야기를 관련 문헌과 사진자료를 통해 파헤친다. 이밖에도 포석정을 ‘포석사’라고 기록한 『화랑세기』의 기록에 관한 진위 여부, ‘삼천궁녀’의 신화가 사실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에서 따온 ‘문학적 표현’이 잘못 변주된 것이라는 점, 기자가 조선으로 건너와 세웠다는 기자 조선의 허구성, 경술국치의 현장인 이완용과 통감 데라우치의 합병조약이 이루어진 남산 통감 관저의 터가 어디인지, 합병조약이 어떻게 날조된 것인지도 밝혔다. 강원도 인제군에 남아 있는 김부탑 2기와 김부대왕각 유적을 통해 그곳이 마의태자의 항려운동 중심지였을 가능성과 고조선이 발전하는 데 밑바탕이 된 철기문화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고구려 부흥운동의 주역이었던 우리 역사에서 잊혀진 말갈족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이 책의 미덕이다. 새로운 왕조에 밀려났지만, 한 시대를 당당히 이끌어갔던 패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첫 장! 이 책의 구성은 시대 순서를 따르지 않고,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왕조인 조선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첫 왕조인 고조선의 우거왕까지 여행해 가면서 왕조의 마지막을 통해 시대를 읽고 더 나아가 현재의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학창시절에 단지 외우기 위해 암송했던 ‘태-정-태-세-문-단-세……고-순’ 속의 ‘순’이라는 글자로만 남아 있던 순종의 목소리를 역사의 현장에서 듣고, 망국의 유이민이 되어 포로로 압송되거나 황무지에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민중들의 눈물을 보고, 『발해고』의 서문을 통해 “당나라 사람 장건장도 『발해국기』를 지었는데, 고려 사람이 어찌 홀로 발해 역사를 지을 수 없었던 말인가”라며 발해의 역사가 기술되지 않은 것을 통탄해한 조선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의 발걸음을 따라 백두산 천지의 물맛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새로운 왕조에 밀려났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고 기꺼이 난파선의 방향타를 잡았던 마지막 왕, 그 패자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첫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