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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술잔
현기영
화남 200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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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인간과 대지
바다와 술잔
바다, 인간의 모태
저 거친 초원의 바람 속에서
지워진 풍경
자연아로서의 삶
(...)

2. 잎새 하나 이야기
세월 밖의 사내
회주먹 아바이
정임의 발견
실종
봄병아리
(...)

3. 상황과 발언
호나우드와 카마라 대주교
여론의 타락
눈뜨는 망령
터미네이터를 이기기 위하여
기억의 부활
(...)

4. 말의 정신
나의 문학적 비경 탐험
변신의 즐거움
21세기 작가의 운명
초토의 꿈 - 인간 긍정의 문학

5. 변경인 캐리커쳐
어른 속의 아이 - 시인 신경림
웅혼한 4.3서사극 - 화가 강요배
재입산의 꿈 - 소설가 김성동
몸 속의 오동나무 - 시인 이재무
잃어버린 공동체의 꿈 - 시인 박철
(...)

저자 소개 1

HYUN,KI-YONG,玄基榮

민족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1941년 제주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5회 신동엽창작기금, 제5회 만해문학상, 제2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1999년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순이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타는 섬』『누란』, 산문집 『젊은 대지를 위하여』, 『바다와 술잔』 등
민족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1941년 제주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2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5회 신동엽창작기금, 제5회 만해문학상, 제2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1999년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순이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타는 섬』『누란』, 산문집 『젊은 대지를 위하여』, 『바다와 술잔』 등이 있다.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다룬 깊이 있는 작품을 써왔고, 중후하고 개성 있는 문체로 오늘의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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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그림 : 강요배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동백꽃 지다' '제주의 자연전' 등의 개인전과 '시대정신전' '코리아통일전' '민중미술 15년전' 등 수십 차례의 참가전을 통해 역사와 현실과 삶의 체취가 담긴 그림을 선보이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1998년 제8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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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9쪽 | 498g | 153*224*20mm
ISBN13
9788995247860

책 속으로

환속 후에도 그는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스님이었던 것이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일점 혈육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가슴을 친다. 의지가지가 없던 그에게 의탁할 곳이 산문 외에 또 어디에 있었겠는가. 불교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돈다고, 절은 자신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한 모태라고, 고향이라고, 그는 말한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김성동은 환속해 있으면서도 늘 정신은 산에 가 있는 사람이다. 두 자녀의 이름도 각각 미륵과 보리이다.
"김성동은 머리를 길러서도 언제나 스님, 미귀(未歸)의 나그네 설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라고 시인 김지하가 평한 바 있다.
그러다가 그는 더는 견딜 수 없어 드디어 서울을 떠난다. 6년 전부터 멀리 지방으로 절이나 절 근처를 떠돌기 시작했으니, 영동의 영국사, 인제 백담사, 양평의 봉선사를 거쳐 지금은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자락 밑 어느 농갓집으로 흘러 들어가 있다. "쇠붙이가 지남철에 달라붙듯이 몸은 늘 절 근처에 가 있는 거야. 일부러 멀리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절에 가 있는 거야."라고 그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모태로 돌아가려는 꿈은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가? 막막한 허무감에 문학 창작의 일손도 놓고, 그렇게 4년쯤 이리저리 유전하고 있던 중, 뜻밖에도 그에게 심기일전할 기회가 생겼다. <불교신문>에서 소설 연재를 제안해 온 것인데, 그 신문의 발행처가 대한불교조계종으로 그를 산문에서 축출했던 바로 그 종단이었던 것이다. 혹시 이것이 계기가 되어 복권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연재소설 <꿈>의 집필에 열심히 매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 된 종교소설을 쓰고 말겠다는 결의가 대단했던지라, 2년 동안의 소설 연재는 피를 말리는 수행과정이었다고 한다. 이 소설이 바로 불교문학상 수상작이다. 수행하는 한 젊은 승려의 갈등 깊은 내면을 공들여 정교하게 조탁된 아름다운 문체로 형상화해낸 이 소설은 불교소설의 압권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2002년)

--- pp. 233∼234

4.3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자, 나는 비로소 대학 때 일부 선배들이 보여준 그 한심한 콤플렉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열등감이 아니라, 그 뿌리가 4.3의 비극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폭도, 용공의 누명을 쓴 채 죽어간 수만의 원혼들, 그 대참사에서 용케 살아남은 생존자들 역시 어쩔 수 없이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눈이 멀게 되어버렸다.
4.3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무서운 금기여서 모든 사람의 입을 얼어붙게 했고, 피해의식은 깊이 내면화되어 마치 제2천성처럼 굳어져버렸다. 그것은 숙명적인 열패감, 자기부정 사상을 낳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것이 그 선배들이 보여준 콤플렉스의 실체가 아니었던가. 그 선배들에게는 손잡아 이끌어줄 바로 윗대 선배들이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그렇듯 4.3으로 인한 제주 인재의 손실은 실로 막심한 것이었다. 고향의 촌로들은 "마을의 똑똑한 사람들은 그 사태에 다 죽고 우리 같은 무식쟁이만 살아남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 중앙도서관에서 관계 자료를 찾아봤으나 극우 편향의 부실한 기록들만 보일 뿐이었다. 어느 날 그 도서관의 지하실에 박혀 있는 먼지투성이의 제주신문 철을 뒤지던 나는 4.3 당시 2년에 해당되는 부분이 뭉텅이째 탈락되어 있음을 보고 처연한 심정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제주신문을 접수한 서북청년단이 그 부분을 파괴해버린 것이었다. 4.3은 그렇게 잔인하게 찢겨 낙장이 되어 있었다. (1993년)

--- pp. 177∼178

장기 베스트셀러로서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는 그 내용 자체가 파시즘의 성격이 짙은 책이다. 로마의 영광을 되찾자는 것이 바로 무솔리니의 슬로건이었거니와, 이 책은 무솔리니가 닮고자 했던 줄리어스 시저를 매우 매혹적인 카리스마로 묘사하는 등 호전적이고, 권모술수, 군사전략에 능한 냉혈의 파시스트들을 '영웅'으로 예찬하고 있다. 말하자면 선악의 구별은 싸움의 승패에 달려 있고 이긴 자만이 정의롭다는 것인데, 수많은 한국 독자들이 그러한 메시지에 매혹당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다. 일본 출생의 이 책은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지만, 한국의 독자들처럼 그렇게 극성스런 관심을 보인 예는 없다. 파시즘을 용납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이러한 독서 현상은 무엇을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일까?
죽은 박정희가 되살아나고 있는 요즈음의 희한한 현상도 아마 그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30년 가까이 군부의 지배를 받아 파시즘에 익숙한 우리인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건달의 냉혹한 세계를 그린 영화 <친구>가 대히트를 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임이 분명하다. (2001년)

--- pp. 108∼109

해는 어느새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사위는 시시각각 어두워 간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옛사랑의 이름, 마리아를 위해서 술잔을 든다. 거나한 취기 속에 떠오른 그녀의 얼굴은 밝은 미소로 환하다. 죽음에 임박했을 때의 그 애절한 표정이 아니어서 고맙다. 잘 있어, 마리아. 자살한 그 두 선배와 알코올 중독으로 죽은 두 친구에게도 술잔을 돌린다. 두 녀석 역시 슬픈 표정이 아니다. 야릇하게 비틀린 캐리커처처럼 재미있고 익살맞은 표정인데, 술기운으로 불콰하다. "애련아, 애련아, 외상 없는 인생 열차에……"를 잘 불렀던 창남이, 작살질의 명수 의광이, 솔치에 쐬여 발이 퉁퉁 부었는데도 그 아픔을 참느라고 눈물을 찔금거리면서 아리랑을 불러대던 녀석. 자, 한잔들 해. (2002년)

--- pp. 32∼33

출판사 리뷰

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현기영(62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씨가 오랜만에 신작 산문집 『바다와 술잔』을 펴냈다. 이 산문집은 지난 1989년 이후 13년만에 펴내는 두 번째 산문집이자, 장편 『지상의 숟가락 하나』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책이기도 하다.

모두 5부로 나뉘어져 총 41편의 산문으로 묶여진 이번 산문집은 소설로써 미처 다하지 못한 작가 내면의 은밀한 자기고백을 담고 있으며, 이순을 넘긴 작가가 문학과 삶과 인생에 대해 느낀 감회와 여러 애환을 담아냄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던져준다.
이번 산문집에서 현기영씨는 '바다'로 상징되는 작가의 고향인 제주에 얽힌 추억담과 고향을 떠나 40여 년 간 서울에서 몸담고 살아온 타관의 삶에서 느낀 여러 감회들이 담겨져 있다. 작가에게 있어 바다는 "어린 시절의 요람이었고, 나의 성장을 도와준 것들 중에서 그 바다가 차지한 몫이 아마도 절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우리 문단에서 소문난 두주불사형 애주가인 이 작가의 '술잔'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이번 산문집의 책갈피마다 묻어 있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신경림 시인이 이 산문집에 대해 "현기영은 눈이 밝은 사람이다. 세상을 보는 데 그렇고 사건의 핵심을 집어내는 것이 또한 그렇다. 이번 산문들은 그의 아픔도 보여주고, 기쁨도 보여준다. 자랑스러운 곳도 내보이고 부끄러운 곳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 내면의 은밀한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작가 박완서씨가 촌평한 것처럼 "현기영의 바다엔 술잔이 놓여 있고, 현기영의 술잔엔 바다가 들어 있다. 글을 써서 섬 하나를 다 사버린 친구가 있다. 글 쓸 돈으로 아름다운 제주도의 바다와 바위와 바람을 통째로 사버린"그의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한 1주일쯤 이 작가와 함께 여행을 하고 온 것같은 느낌이 든다. 아울러 "흔한 길을 버리며 황야를 걸어온 작가가 기록한 청춘송가"(작가 전성태의 말)로도 읽히는 이번 산문집은 젊은 날의 실존의 몸부림이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가를 깊이 체득하게 한다.

제1부 '인간과 대지'에는 작가 내면의 은밀한 자기고백과 제주바다와 그 붉은 노을, 그리고 작가의 안식처로서 청소년 시절부터 그의 성장을 지켜본 용두암 바위에 얽힌 여러 회상들로 채워져 있다. 문단 안팎에서 산문문학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바다와 술잔」을 보면 폐결핵으로 죽어간 비운의 첫사랑 소녀 마리아에 얽힌 애틋한 추억과 제주 4·3 후유증으로 인해 자살했던 고교 선배들과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두친구의 죽음에 대한 회상, 그리고 고3(제주 오현고)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첫사랑의 죽음으로 2번이나 겨울바다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고교 시절의 고해성사적 이야기들이 우리의 가슴을 친다.
제2부 '잎새 하나 이야기'에는 5편의 엽편 소설이 실려있다. 결벽증에 시달리던 사춘기 시절의 홍역과 교사 시절의 자기체험을 비유적으로 다룬 「세월 밖의 사내」, 실향민 선주의 이야기로 분단문제를 제기한 「외주먹 아바이」, 그리고 '술'에 얽힌 자전적 이야기인 「실종」은 독자들에게 해학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준다.
제3부 '상황과 발언'에는 이 작가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칼럼들로 이뤄져 있다. 박정희 기념관 문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창조적 결합 문제, 민간인 학살문제와 친일문학의 청산문제, 영어 공용화론과 지역감정 문제, 폭력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패자일 뿐이라고 웅변으로 증거한 9·11 테러사건과 보복전쟁의 문제 등 19편의 명쾌한 칼럼들이 우리의 막힌 가슴을 속시원하게 뚫어준다.
제4부 '말의 정신'에서는 그의 문학적 출발의 배경과 '제주 4·3 비극'의 작품화에 따른 숨겨진 비화들이 실려있다. 특히 작가의 문학적 연대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의 문학적 비경탐험」을 보면 젊은 날 순수문학을 지향했고 서구문학을 문학적 모범으로 삼은 이 작가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데뷔작인 「아버지」발표 이후 고향의 재발견과 자아 찾기의 과정으로 '제주 4·3의 비극'을 형상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두환씨의 합수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는 필화사건의 전말을 다루고 있어 이 작가의 문학적 원형질을 엿볼 수 있다.
제5부 '변경인 케리커쳐'는 그와 친교를 맺고 있는 시인 신경림, 소설가 김성동, 화가 강요배, 시인 이재무 등 문학예술계 인사들과의 교류에 얽힌 에피소드와 회상 또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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