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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그림이라면, 법의학자의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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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사실과 진실 사이
1. 예수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다? ─ 그림으로 보는 예수 가슴의 상처 2. 결핵은 예술가의 창작을 돕는 병? ─ 은근히 결핵에 걸리기를 바랐던 예술가들 3. 발 그림과 발을 사랑한 시인 ─ 은밀하게 표현된 발에 대한 페티시 4. 인체의 가장 신비한 변화 ─ 뭉크가 그린 사춘기 소녀 5. 역사상 가장 잔혹한 사형법, 생피박리형 ─ 법관을 중벌로 다스린 「캄비세스 왕의 재판」 6. 해부학의 토대가 된 형벌의 잔악성 ─ 해부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 그림들 7. 노출성 강간과 공포 배란 ─ 마그리트의 「강간」과 클림트의 「다나에」 8. 사회가 묵인한 여성 약탈, 약탈혼 ─ 그리스 신화 속 약탈혼 이야기 9.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에로티시즘 ─ 클림트와 말러 작품의 공통점 10. 여성은 약하지만 모성은 강하다 ─ 여성의 심리를 보여주는 그림들 제2부 삶과 죽음에 관한 진실 1.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은 독사 때문일까? ─ 그림으로 살펴보는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2. 결핵에 걸린 여인은 아름답다 ─ 미인박명(美人薄命)을 보여주는 두 그림 3. 적장을 죽인 여인들의 비밀 ─ 이스라엘의 유딧과 한국의 논개 4. 사약을 받은 철학자와 음악가 ─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차이코프스키의 사인(死因) 5. 추락사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추락하는 남자를 그린 그림들 6. 문란한 성 도덕, 강간 ─ 루크레티아 그림이 주는 교훈 7. 파멸을 부른 과격 ─ 다비드가 왜곡한 마라의 죽음 8. 진실과 함께 드러나는 욕망과 집착 ─ 대량학살을 그린 그림들 9. 주도와 숙취, 폐주에 대하여 ─ 드가의 「압생트」와 레빈의 「무소르그스키의 초상」 10. 죽음의 위상도(位相圖) ─ 옛 사람들과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개념 제3부 그림 속 ‘추미(醜美)의 병리’ 1. 최후의 심판과 생피박리 ─ 미켈란젤로의 남성미 넘치는 작품들 2. 베토벤에게서 메두사 머리를 떠올리다 ─ 두 점의 「메두사」와 「베토벤」의 초상 3. 상상 임신과 두부 분만(頭部分娩) ─ 화가 자신을 모델로 삼은 임신과 분만 그림 4. 거만한 자도 병의 고통 앞에서는 순종한다 ─ 나폴레옹을 그린 그림들 5. 청각 장애를 딛고 피어난 예술 ─ 베토벤과 고야의 광적인 집중성 6. 감정이 배어 있는 두 그림 ─ 반 고흐가 그린 두 의사의 초상화 7. 퐁파두르 부인의 흥망 ─ 라 투르와 부셰가 그린 초상화 8. 호화롭지만 악취가 났던 베르사유 궁 ─ 베르사유 궁과 태양왕의 흉상 9. 흑사병과 죽음의 방패막이 ─ 뵈클린과 만테냐의 그림 10. 미친 사람을 화폭에 담다 ─ 제리코와 반 고흐의 그림 속 환자들 제4부 그림으로 드러나는 질병 1. 화가 손의 관절염과 그림의 변화 ─ 르누아르가 그린 두 점의 「목욕하는 여인들」 2. 노동과 근육의 통증 ─ 밀레가 그린 농민들의 모습 3. 통풍 환자였던 두 왕의 그림 ─ 루이 14세와 카를 5세의 초상화 4. 유혹과 파멸의 연관성 ─ 유혹의 비너스와 슈베르트의 매독 5. 여인의 미(美)와 추(醜)의 이항 대립 ─ 렘브란트가 그린 두 여인의 누드화 6. 생명이 있는 한 인간은 존엄하다 ─ 거지 소년을 그린 그림들 7. 퐁파두르 부인과 하이든의 편두통 ─ 유별난 두 편두통 환자 8. 근친상간과 근친혼 ─ 브론치노와 벨라스케스의 두 그림 9. 의료의 변천 과정을 보다 ─ 의사의 왕진 그림들 10. 결핵 환자를 그린 그림들 ─ 뭉크의 「병든 아이」,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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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창엽 (flux@yes24.com)
법의학은 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 관계를 연구하고 해석하며 감정하는 학문이다. 법의학자는 살인에 대한 사인, 범행의 시각 판정, 혈액형에 의한 친자 감정같이, 재판상의 사실 인정을 위한 증거를 의학적 견지에서 채집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일반적으 로는 범죄현장에서 주검이 말하는 살인의 진실을 엄밀한 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하고 증언해 주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화와 의학의 만남』의 저자는 죽은 이의 인권을 지켜주는 법의학자이다. 저자는 사회의 건강과 개인의 인권을 깊이 생각하는 시각으로, 몸의 생명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 또한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영혼을 살리는 예술 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이번에는 미술에 눈을 돌렸다. 법의학자의 눈으로 음악 예술을 살펴 본 두 권의 저서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와 『모차르트의 귀』 를 쓰기도 한 저자는 오래전부터 미술에 각별한 애정으로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거듭하여 『명화와 의학의 만남』 을 썼고, 예술과 과학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학문임을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예수의 심장은 오른쪽에 있다? 는 흥미진진한 가설을 조반니 벨리니의 「피에타」, 조토의 「십자가의 예수」 등의 작품을 통해 풀어내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이 두 그림에서는 예 수의 심장을 찌른 창상이 오른편 가슴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수가 장기의 일부 또는 전 부가 정상과는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내장역위증 에 걸려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는 가설을 세운다. 이처럼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기형인 우흉심 은 유전된다. 저자의 관심은 당연히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와 예수를 그린 「성모자상」으로 향한다. 어머니들은 아기가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서인지 자신의 심장이 있는 쪽에 아이의 귀를 닿게 하는 경우가 많다. 「성모자상」에서 마리아는 예수의 머리를 오른 쪽 가슴에 안고 있다. 따라서 마리아와 예수는 모두 우흉심 이라는 것이다. 증거가 그럴듯 한 흥미로운 가설이다. 티슈바인의 「캄파니아에서의 괴테」에서는 괴테의 오른발이 없는 대신 두 개의 왼발만이 그려져 있어 발 이 강조되었다며, 괴테가 예순 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신체의 특정 부분-특 히 발을 좋아하는 페티시 증세에 빠져 있음을 말한다. 카라바조의 「메두사」와 스틸러의 「베토벤의 초상」을 보면서 저자는 베토벤이 앓고 있던 심한 간경변을 떠올리고, 베토벤의 머리 모양이 메두사의 머리 모양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의학에 메두사의 머리 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간경변 상태일 때 배에 물이 차서 배꼽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불거진 정맥의 모양이 마치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를 연상 시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베토벤은 심한 간경변을 앓고 있었으므로 그의 배에도 메 두사의 머리가 있었다. 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특이한 연상법이라 할 만하다. 「병든 아이」와 「봄」 「쇼팽의 초상」 「오필리아」에서는 결핵이라는 병의 증세와 역 사, 화가와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폐로성 정열 이라는 폐결핵 환자가 가지는 희망과 창조성 이 흘러넘치는 독특한 마음 상태를 동경했던 1830년대 파리 예술가들의 풍경을 그려낸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을 통해서는 프랑스 대혁명 시절 끔찍한 유혈극의 주동자였던 마라에 대한 영웅적 미화에 급급한 다비드의 그림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있다. 또한 「잠과 그의 형제 죽음」과 「밤」 두 작품의 대조를 통해, 죽음을 자연 스런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한 옛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비교한다. 하나의 발상이 인정받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과정이 요구되는 자연과학자들에 비해 예술가 들은 발상이 떠오르면 이를 그대로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주 부러웠 다는 저자 는 과학자는 예술을, 예술가는 과학을 이해하면 새로운 느낌을 부여받아 힘이 되는 것을 직 접 경험했다며, 예술작품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오래된 진리를 제시한다. 그가 책의 여러 부분에서 제시하는 미학적 관점은 추미의 병리 이다. 인간은 아름다운 면과 추한 면을 동시 에 지니고 있는데, 진실된 미(美)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추(醜)를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이다. 오래된 그림을 보면서 오른쪽에 있는 심장과 알콜 중독, 유방암, 결핵, 류머티즘, 사형제도 등을 떠올리다니 정말 의사나 할 법한 발상이며 다시 봐도 흥미롭다. 이 예들은 법의학을 바탕으로 미술과 인문, 미학에 대한 인식까지 보여주며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 을 제시하는 이 책의 독특한 개성을 보기만 해도 느끼게 해주는 몇 가지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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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이해한다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방법일까, 아니면 보는 이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까. 혹은 그런 물음 이전에 그림 해석에 정답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림이란 그 화가의 개인적, 사회 문화적 배경은 물론 지금 그 그림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그림은 신화적이거나 도상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하면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볼 때 이번에 예담에서 펴낸 『명화와 의학의 만남』(명화 속 이야기 3)은 명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명화와 의학은 얼핏 볼 때, 아무 상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절대 조화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림에는 그 화가나 모델의 생로병사가 잘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접근해 보면, 명화와 의학의 관계를 규명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의학, 그중에서도 특히 법의학의 관점에서 명화를 해석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미술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거듭해 온 법의학계 최고의 권위자인 문국진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명화를 의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예술과 과학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학문임을 입증해 냈다. 미술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에 법의학자의 날카로운 관찰을 녹여낸 이 책이 미술과 의학 두 분야에 큰 의미를 던져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는 흥미진진한 ‘그림 읽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명화를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예수와 마리아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의 경우 오른쪽 가슴에는 폐만 있기 때문에 상처를 입어도 출혈이 심하지 않은데, 조토가 그린 「십자가의 예수」를 보면 그의 오른쪽 심장에서 피가 솟구치듯 뿜어져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흉심은 유전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모자상’을 주목해 본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아기를 왼쪽 가슴에다 안지만,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오른쪽 가슴에 안고 있다. 필시 우흉심 기형이라고 의심한다. 예수나 마리아를 그린 그림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우흉심을 시사하는 그림이 단연 많기 때문이다. 또 독사의 독으로 자살했다는 클레오파트라를 그린 그림을 법의학적으로 분석해 실제 사인(死因)은 일산화탄소 중독임을 읽어낸다. 그녀는 시녀 둘과 함께 죽었는데 독사의 독액은 한 번 무는 것으로 거의 소모되어 세 사람이 동시에 목숨을 잃을 수 없으며, 그들이 쓰러져 있는 자세로 미루어볼 때, 또 클레오파트라가 ‘탄(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 ‘탄’을 방으로 쉽게 들여올 수 있었던 사고 전 정황 등으로 보아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자살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살아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이해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하듯이 아름다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 속의 질병, 기형, 기능 장애 등 건강의 궤도를 벗어나 추하게 보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렘브란트의 그림 「욕실에서 나온 밧세바」의 여인의 몸매를 관찰해 유방암이나 유선암을 앓는 것으로 진단하고 그 누드모델이었던 렘브란트의 두 번째 부인이 그 질병을 지녔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등 이 책은 명화 속 아름다운 부분뿐만 아니라 추한 부분에까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 외에도 뭉크의 사춘기 소녀 그림에서 우리 인체의 신비한 변화를 살펴보며, 해부학적 지식을 토대로 그려진 사형 그림이나 의사의 왕진 그림에서 해부학의 발전 과정과 의료의 변천 과정을 짚어내는 등, 관념적인 회화 설명서나 감상평 위주의 회화 관련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의학’이라는 새로운 컨셉에 맞추어 흥미진진한 ‘그림 읽기’로 독자를 이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학 용어로 풀어썼다는 데서 저자의 섬세한 배려가 배어나며, 특히 흔히 볼 수 없는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