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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같은 열세 편의 황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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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
일주일은 칠 일 / 마갈리 가르시아 라미스(Magali Garcia Ramis) 입 다문 마을 / 이사벨 가르마 (Isabel Garma) 청탁 / 솔레다드 푸에르톨라스(Soledad Puertolas) 할머니와 황금다리 / 클라리벨 알레그리아 (Claribel Alegria) 독립 영웅 /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Cristina Peri Rossi) 또 다른 마리아나 / 비비아나 메예트(Viviana Mellet) 독이 있는 이야기 / 로사리오 페레(Rosario Ferre) 시네 프라도 /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Elena Poniatowska) 새 집 / 실비아 몰리나(Silvia Molina)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안드레아 마투라나(Andrea Maturana) 타인의 축제 / 릴리아나 에케르(Liliana Heker) 일상 / 카르멘 나랑호(Carmen Naranjo) 훌륭한 어머니처럼 / 아나 마리아 슈아(Ana Maria Shu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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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를 죽이지 마세요."
둘세 로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살려주세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내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안셀로 모레야노 상원의원은 열다섯 살 먹은 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타데오 세스페데스가 딸에게 무슨 짓을 할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러나 둘세 로사의 티 없는 눈에는 말할 수 없는 힘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 자기 딸이 목숨을 구하면, 반드시 자기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임을 알았다. 둘세 로사는 침대 위에 앉았고, 그도 딸 옆에 앉아서 문을 향해 조준했다. 죽음에 신음하던 개들의 울부짖음이 잔잔해지자, 빗장이 열리고 걸쇠가 공중으로 치솟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방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상원의원은 여섯 발의 총알을 쏘고 의식을 잃어버렸다. 타데오 세르페데스는 죽음으로 신음하는 늙은이를 품안에 안은 채 재스민 화관을 쓰고 있던 천사를 보자,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그런 동안 천사의 흰옷은 붉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늙은이를 다시 바라보고 동정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폭력에 취한 채 여러 시간 동안 싸워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는 내 거야." 그는 자기 부하들이 그녀에게 손을 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 pp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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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니아, 참 훌륭한 딸을 두었어요."
그 순간 로사우라는 그녀가 팔찌와 요요를 모두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네스 부인이 무언가를 찾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로사우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 팔을 뻗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끝마칠 수는 없었다. 이네스 부인은 하늘색 봉지에서 찾지도 않았고 장밋빛 봉지에서 찾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기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이내 그녀의 손은 두 장의 지폐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오늘 제가 정당하게 번 돈이야. 정말 고맙다." --- pp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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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상상력과 시적 직관으로 이끌어낸 역사적 현실과 여성적 일상에 대한 엄밀한 보고
문학은 일차적으로 작가 개인의 특수한 체험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 작가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와 시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우리가 무시하지 못한다면, 문학이란 곧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문학은 역사처럼 시대의 양상을 맹목적으로 수렴, 기술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의 눈을 통해 창조적으로 비판하고, 해석하면서 존재한다. 주지하다시피 라틴아메리카는 아시아, 아프리카와 함께 ‘제3세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제3세계는 과거 ‘발견과 정복의 시대’에 구미 각국의 영토 확장의 대결장이 되었으며 수세기를 피지배 식민지로서의 굴욕적인 역사를 체험했다. 이들이 독립을 쟁취한 것은 불과 반세기 정도 전의 일일 뿐이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조국이 겪은 지난한 역사에 대한 자각과 첨예한 자의식으로부터 자신들의 문학을 정립하기 시작했다.(중남미의 작가들이 대부분 뛰어난 창작자인 동시에 비평가이며 이론가였다는 사실이 이 같은 사실을 잘 반증한다.) 그들은 문학을 통해, 외세와 독재자의 폭력, 야만과 우상이 상존하는 카오스적인 시대 상황에 대해 단호하게 저항했다. 그들은 문학의 다양한 어법, 즉 직설과 은유, 환상과 비유 등의 적실한 활용을 통해 그 폭력들의 비극성을 보다 뚜렷하게 고발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파블로 네루다, 옥타비오 빠스, 바르가스 요사 등의 문학은 모두, 자국의 쓰라린 역사의 상흔을 문학적 열정으로 승화시키면서 완성된 것들이다. 중남미의 작가와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활발하게 소개된 때는 1980년대이다. 아마도 1982년 출간, 소개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은 중남미 문학의 매력을 우리 독자들에게 최초로 깊이 각인시킨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1980년대 중반은 이제는 사용하기 거북한 용어가 되어버린 ‘제3세계문학론’이 주목을 끌 때였다. 당시에는 중남미 문학이 제3세계문학론과 결부되어야만 한국에 소개될 만한 가치가 있는 듯이 여겨지던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5공 치하에서의 일련의 반독재 운동과 민중주의가 감상적 단계를 뛰어넘어 과학적인 이론화와 조직화를 모색하면서 중남미에서 자생한 종속이론, 관료적 권위주의론, 해방신학을 한국적 상황에 접목하려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하지만 중남미 문학의 체계적인 수용은 당시에는 여러 가지 여건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중남미 문학 연구의 저변이 너무나 취약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수용자의 제한적인 입장은 중남미 문학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시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냉전은 종식되었고, 거대담론은 와해된 것처럼 보인다. 국가간 인종간의 섞임과 뛰어넘기가 정치적 제도와 문화적 관습들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유행하고 있다. 외국문학의 수용에 있어, 도덕적인 전제로서의 시대적 조건과 제약이 거의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이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의 출간은 이를테면, 이처럼 변화하는 현 시대의 상황을 반증하는 또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사벨 아옌데,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로사리오 페레, 카르멘 나랑호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조국의 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까지를 한데 모은 현대 라틴여성문학 대표소설선집이다. 라틴여성문학 대표소설선집이라는 이름으로 중남미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책으로 묶여 출간되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중남미 문학이 소개된 이후로 최초의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얇은 책은 이처럼 문학사적으로도 모뉴멘탈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선집에 묶인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현대 라틴여성문학의 현주소를 적실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의 여성문학이 나아갈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이들 여성작가들은 식민지 경험과 폭력과 내전 등으로 점철된 중남미라는 제3세계 지역의 역사적 현실에 주목하는 동시에 그것들이 여성의 삶에 어떤 징후와 영향으로 작용하는지를 섬세하게 탐문하고 있다. 바로 이것은 이들보다 앞선 시대에 소개된 남성작가들의 작품과는 확실하게 구분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운명의 딸』로 우리 독자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사벨 아옌데 같은 작가는 수록작품 「복수」를 통해, 자신의 가족사적 체험을 정치적 언설로 확장하면서, 끔찍한 폭력과 내란의 체험이 여성적 자아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는 폭력의 외관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고 폭력이 남긴 내상의 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마갈리 가르시아 라미스와 이사벨 가르마의 작품 역시, 사회적 현실에 직접 참여하는 여성, 역사적 상황에 직접적으로 놓이는 등장인물들을 창조해 내면서, 정치적 현실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지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탐문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모두 정치적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를 의도하고 있지는 않다. 작가들은 환타지와 이중 화자의 설정 등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민완한 관심을 드러낸다. 자아를 자각하고, 타자와 세상을 발견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은 실비아 몰리나, 안드레아 마투라나의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단지 회상의 차원에서 여성의 삶을 관찰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전망으로 수용되고 확장된다. 아나 마리아 슈아의 작품은 현대문학의 소재로서는 매우 드문 전통적인 모성애를 다루고 있다. 하루 동안 아이들과 싸우는 어머니를 통해 사회적?전통적으로 강요하는 훌륭한 어머니의 모델이 얼마나 억압적인지를 잘 드러낸다. 또한 카르멘 나랑호의 「일상」은 여러 명의 여성인물을 통해 서로 다른 상황을 건설적으로 파괴하면서, 숙명적이고 비관적이며 순응주의적 세계관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선집에 실린 작품들 속에는 남성의 경험과 관점을 수용하는 것에 치중하는 작품들이 있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비비아나 메예트의 작품이 그것에 해당한다. 이들은 여성들이 남성의 심리 속에서 어떻게 억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를 비판적 관점에서 포착한다. 그리고 그것의 허구성과 야만성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라틴 여성 작가들의 다양한 사회적 관점과, 심도 있는 문제의식은 섬약한 내성의 고백문학에 치우친 우리나라 여성 소설의 빈곤에 대해 분명한 시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반적으로 이 책 속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과거 라틴문학의 특질이라고도 볼 수 있는 집단적 의식, 공적인 관점보다는 내면성과 사적인 것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어권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형식 실험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은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담론을 소설 속에서 고대하고 있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소설의 재미와 유효성를 만끽하게 해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여성 개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그 역사로부터 지워지는 억압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이들의 소설은 치열하고 진실한 문학만이 지닐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