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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엘리자베스
『감자껍질파이클럽』의 두 주인공, 줄리엣과 엘리자베스. 줄리엣은 20명이 넘는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실제적인 주인공이다. 엘리자베스는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문학회 사람들의 추억 안에서, 편지 안에서 살아있는 또 다른 주인공. 솔직하고 용감한 성격의 둘은 묘하게도 꼭 닮은꼴이다. 건지 섬에 사는 나의 새로운 친구들로부터 온 편지를 베끼느라고 손가락이 삔 것 같긴 하네요. 그들의 편지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원본을 동봉해서 지구의 아래쪽으로 보낸다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나에게 이 사람들과 이들이 전쟁 중에 겪은 일들은 매혹적이면서 감동적이거든요. 동의하세요? 여기에서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 「줄리엣이 시드니에게 보낸 편지」 지금까지 계속해서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느껴왔어요. 내가 들어가는 방마다 그녀의 자취가 머물고 있어요. 이 집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책을 사들여서 쌓아두었다는 아멜리아의 서재에도 그렇고, 그녀가 물약을 저었다는 이솔라의 부엌에도 그래요. 엘리자베스에 대해서 얘기할 때, 사람들은 모두 언제나, 지금도 역시, 현재형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돌아올 거라고 확신해 왔어요. --- 「줄리엣이 시드니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모두 늦든 빠르든 엘리자베스에 대해서 언급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이야? 세상에, 줄리엣, 부커의 초상화를 그려서 그의 생명을 구해주고 그와 함께 거리에서 춤을 춘 사람이 누구였지? 문학회에 대한 거짓말을 생각해 내고, 결국 문학회가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 누구였지? … 엘리자베스는 자유를 포기한 채 자신의 운명을 건지에 맞췄잖아. --- 「시드니가 줄리엣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건지 섬 문학회 회원들이 사랑한 작가와 작품들 도시가 사랑한 작가, 찰스 램 “때로 나는 찰스 램에 대해 생각하면서, 1775년에 태어난 사람이 나에게 두 명의 친구를 -당신과 크리스티안처럼 훌륭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에 감탄하곤 합니다.” --- 본문 중에서 이솔라가 사랑한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캐시의 유령이 뼈밖에 없는 손으로 유리창을 긁어대는 그 장면에서 나는 멱살이 잡힌 것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 그리고 불쌍한 히스클리프가 황무지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죠.” --- 본문 중에서 에벤이 사랑한 작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말을 아끼면 아낄수록 그가 창조해 내는 아름다움은 더 큰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감탄하는 구절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 --- 본문 중에서 존 부커가 사랑한 철학자, 세네카 “그의 글은 상당히 재기가 넘칩니다. 글을 읽으면서 웃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본문 중에서 윌 티스비가 사랑한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 “칼라일의 책은 종교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그 자체의 소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판에 의해서 안다는 것, 놀라운 얘기 아닌가요? 저에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왜 설교자가 말해줘야 합니까? 만일 제가 혼자 힘으로 영혼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있다면 영혼의 소리도 혼자의 힘으로 들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본문 중에서 클로비스 포시가 사랑한 시인, 워즈워스 “제가 사모하는 후버트 부인이 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좋아, 후버트 부인이 시를 좋아한다면 나도 시 몇 편을 찾아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직도 워즈워스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클라라 소시가 사랑한 작가, 클라라 소시 “단언하건대, 찰스 디킨즈의 어느 작품보다 내가 쓴 책이 더 많은 눈물과 슬픔을 유발했습니다. 나는 새끼돼지 구이를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해 읽고 그리고 나서 5단 케이크에 대해서도 읽었죠. … 나의 맛있는 요리법을 듣자 그들은 드디어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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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난 1946년 1월. 전쟁 중에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라는 풍자 칼럼을 연재하여 인기를 얻은 30대 작가 줄리엣은 좀 더 진지한 작품을 쓰고자 소재를 찾는 중이다. 이 무렵 그녀에게 두 가지 소식이 찾아온다. 하나는 ‘타임스’에서 특집 칼럼을 청탁한 것이고, 또 하나는 채널 제도(諸道) 건지 섬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날아든 것. 줄리엣은 건지 섬 주민의 편지를 읽다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모임에 호기심을 품는다.
건지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들 각자의 사연과 전쟁 중 건지 섬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된 줄리엣은 점점 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마침내 그녀는 물량 공세를 퍼붓던 미국의 백만장자 레이놀즈의 구애도 뿌리친 채 배를 타고 건지 섬으로 건너간다. 모임의 중심 인물인 엘리자베스는 수용소로 끌려간 뒤 행방이 묘연하다. 줄리엣은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그녀의 딸 소녀 키트와 함께 지내는 동안, 엘리자베스가 자기와 무척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랑스러운 키트에게는 모성애마저 느끼기 시작한다. 줄리엣이 건지 섬에 도착하면서부터,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쟁 중의 이야기와 줄리엣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쟁 이후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여기에 더해, 엘리자베스와 수용소에서 함께 지냈던 프랑스 여인 레미가 섬으로 오고, 줄리엣이 건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야기는 한층 흥미진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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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건지 섬 개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의 배경인 건지 섬은 면적 78.1㎢, 인구 6만 3,100명(2003년 기준)이며, 주도(主都)는 세인트 피터포트이다. 영국 땅이며 외교와 국방에 있어서도 영국에 의존하지만 독자적인 자치의회와 법, 그리고 독자적으로 발행한 화폐를 가지고 있다. 또한 지리상 영국보다는 프랑스에 가까워서인지 프랑스의 생활양식에 가깝고 노르만어와 프랑스어가 섞인 사투리를 사용한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은 건지 섬에 요새를 축조하고, 수비대를 주둔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5년이나 지속되다가, 1945년 5월에 이르러서야 이들 섬의 독일군도 항복하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최후방이면서도 최전선에 놓이는 아이러니를 겪다 보니, 섬 주민들은 독일군들에게 표면상 협조한 부분도 있었다. 해안 포대, 섬 내 지하 야전 병원 및 탄약고 등등의 요새 시설들은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어, 이 지역 관광거리 중의 하나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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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이겨낸 건지 섬 사람들의 매혹적인 이야기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2차대전 중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던 채널 제도(諸島)의 건지 섬에서 벌어진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채널 제도는 영국 자치령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동부 해안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수백 년 전부터 독자적인 의회와 화폐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지역이다. 2차 대전 중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유일한 영국 영토이기도 하다. 해안선과 구릉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풍광의 건지 섬은 예부터 유서 깊은 관광지이다. 프랑스의 문호 빅톨 위고가 한동안 머물며 작품을 썼던 집은, 환상적인 자연 경관과 더불어 건지 섬의 관광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이 아름다운 섬에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과 용기, 우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진심으로 사랑한 독일군 장교의 아이를 낳은 엘리자베스, 독일군 점령 직전에 손자를 본토로 피신시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에벤, 닭과 염소를 키우며 남성용 강장제를 만들어 파는 이솔라, 연정을 품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워즈워스의 시를 암송하는 크로스비, 먹을 게 없으면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티스비(‘감자껍질파이’를 만든 장본인). 순박하고 매혹적인 건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이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건지 섬 어느 모퉁이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소설로 펼쳐진 『인생은 아름다워』의 세계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독일군 치하에 있던 보통 사람들이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기지와 유머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게 한다. 탈출한 소년 노동자를 위하다 수용소로 끌려간 엘리자베스 그리고 홀로 남겨진 그녀의 딸 키트를 보살피는 건지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어린 아들을 위해 안쓰러운 연극을 벌이던 로베르토 베니니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선물 같은 소설 제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는 대한민국. 주머니도, 사람들의 가슴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좋은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받고 힘든 시기를 버텨낼 힘을 얻는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은 전쟁이 강요하는 억압과 결핍 속에서도 사람들 간의 우정과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끝없는 배고픔, 언제 수용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 고난의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문학의 힘. 끌려간 친구를 대신해 홀로 남은 아이를 내 자식처럼 보살피는 이웃들의 인정. 그리고 이 모든 무거운 것들을 감싸 안는 유머 넘치는 문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