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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귀신도 나를 볼 수 없고, 부처도 나를 잡을 수 없다-대자유인 제선│인과응보는 정확하지만, 내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과보를 받겠느냐 춘성│나에게 불법을 묻는다면 씨불알놈이라고 하겠노라 혜수│선사라면 어찌해서 앉은 채 몸을 벗지 못하겠느냐 고봉│여인아, 내가 이제 안락삼매에 들 시간이구나 경허│내가 미친 것이냐, 세상이 미친 것이냐 우리 곁에 온 천진불-천진 도인 혜월│무소유의 도인은 천하를 활보하는데, 영악한 여우는 제 그림자에 묶여 절절 매는구나 금봉│‘지금 당장’ 너는 누구냐 우화│남의 눈치나 보며 산다면 천진불이 죽는다네 인곡│새가 어찌 무심 도인을 경계하랴 정영│술에도 깡패가 마시는 술이 있고, 중이 마시는 술이 있다 일우│몸에 붙은 때 같은 그 마음을 왜 붙들고 있느냐 진흙 속에 핀 연꽃 속인들-속에서 핀 깨달음 혼해│여인의 아픈 마음이 곧 내 마음이 아니냐 철우│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라 일엽│매일 매일이 명절날이 아니더냐 경봉│여의주를 여기 두고 어디에서 찾았던가 백봉│우주가 한바탕 웃음이 아니냐 너희를 모두 지옥에서 내보낸 뒤에야 지옥문을 나서리라-자비 보살 수월│가난한 나무꾼도 중생에게 베풀 것이 한량없이 많구나 만해│나는 지옥에서 쾌락을 즐겼노라 만암│자신에겐 추상같되, 남에겐 훈풍이 되리라 보문│마취 없이 내 뼈를 도려내거라 석봉│이 세상에서 참는 자보다 강한 자는 없다 눈 쌓인 새벽길을 어지러이 걷지 마라-승가의 사표 한암│어찌 돌멩이를 쫓는 개가 되겠느냐 지월│나를 때린 네 손이 얼마나 아팠을 것이냐 벽초│봄날 들판의 쟁기질이 내 법문이다, 이랴 이랴 쭈쭈쭈쭈 법희│맑은 물로도 어찌 그 깨끗함에 견줄 수 있겠느냐 효봉│토끼 같은 새끼들조차 버렸는데, 어찌 이 몸뚱이를 아끼겠느냐 동산│이 문을 들어선 순간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아라 지혜의 보검으로 벼락을 베다-지혜의 선사 만공│사자굴에 다른 짐승은 없다 용성│해와 달은 중국의 것이냐, 조선의 것이냐 보월│스승도 내 칼을 비켜갈 수는 없다 전강│천지에 부처의 몸 아닌 곳이 없는데, 어디다 오줌을 누란 말이냐 금오│꾀 많은 여우보다 미련한 곰이 되리라 탄허│그대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그대의 오늘의 삶을 보라 책을 끝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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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선사’들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만 있을 법했다. 그토록 치열하고, 자유롭고, 자비로웠던 선사들이 이 시대에도, 그것도 소리 소문 없이 우리와 함께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구한말 이래 근현대사의 암흑시기에 그들은 진흙 속의 연꽃이었고, 어두운 밤의 달님이었고, 가뭄 끝의 단비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빛을 비춰주고는 자신의 진면목은 감추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알아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에 대한 기록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무문관에서 수행 정진할 때 다른 선승들에겐 가족이나 절친한 도반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선에겐 아무런 방문객이 없었다. 그는 진정한 무문관 수행자였다. 그래서 그가 6년간 홀로 지낸 방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방 주위를 감싸고도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맑은 기운만이 그의 철저한 수행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었다. 스스로 자취 없는 경계로 사라져버린 제선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문 없는 문에 드니, 주인 없는 주인이 천지에 하나 가득 아닌가. --- p.26 구름이 가듯, 옷을 벗은 혜수는 그렇게 허물을 벗어버렸다. 그가 방장이나 조실이었다면 달마나 육조 같은 조사들이나 하는 것으로 전해진 좌탈입망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세상이 요란할 일이었지만, 떠돌이의 법구는 조용히 불태워져 산에 뿌려졌다. 탑을 세워주는 이도 없었고, 상좌 하나 없으니 그를 기리는 제사도 없다. --- p.45 금봉은 말년에 법보사찰인 해인사의 조실로서 납자들을 지도했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서 한 법문 중에 금봉이 자신을 깨웟던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한 선승이 금봉에게 찾아와 “화두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금봉은 “어떻게 화두를 드느냐”고 물었다. 선승이 “본래의 나는 누구였던가”라고 화두를 든다고 하자 금봉은 큰 소리로 질책했다. “‘지금 당장’ 그대는 누구인가?” 법정 자신도 이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참선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 pp.90~91 나주는 전라도에서 불교세가 더욱 미약해 그야말로 스님들이 앉아서 딱 굶어죽기 십상이었다.고암은 천진한 우화가 오자 “다른 선방에서 안거를 나고 올 테니 한 철만 절을 지켜달라”며 우화에게 절을 맡기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다보사를 떠안은 우화는 그 뒤로 꼬박 30년 동안 절을 지키다 이곳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러면서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고암의 제자나 도반들이 오면 “스님이 금방 오신다고 했는데 왜 여태 안 오실까?”라며 “절을 잘 지키고 있으니 어서 오시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하곤 했다. --- p.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