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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사랑이 저만치 가네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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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급기야 이처럼 선언할 수 있음에 얼마나 가슴 벅찬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방금 내가 뭐라고 했죠? 사랑. 사랑. 오마이갓 이게 얼마만인가! --- p.8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은 아니었어요. 20대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랬어요. 또 하루 저물어가는 서른 즈음 되어서도 마찬가지. 외로움에의 내성이 누구보다 강한 편이었지요. 어쩌다 여자를 만나고 어쩌다 연애를 하고 어쩌다 멀어지는 일들이 어쩌다 반복되었지만 어쩌다 혼자되었을 때도 외롭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평생 혼자 살아도 크게 나쁠 것이 없겠다고 믿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불과 얼마 전부터, 30대 중반 접어들면서, 뭔가 달라지더군요. 이따금씩, 비로소 외롭더군요. 외로움이란 이를테면 서러움 아니면 가려움 같은 것이더군요. 제기랄 슬프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 p.12 누군가와 깍지 껴서 굳게 잡은 손을 그네처럼 흔들며 거리를 활보했던 게 언제던가. 곁에 있는 누군가가 좋아서 흐뭇하고 곁에 없는 누군가가 그리워서 흐뭇하던 게 도대체 어느 시절 추억이던가. 가련하구나 인생이여. 병신 같은 마지막 청춘을 병신같이 흘려보내고 30대 아니라 40대 50대가 되어서도 다만 외로움을 친구 삼아 병신같이 늙어갈 운명이란 말인가. --- pp.53-54 어쩌면 나는, 빌어먹을, 주영을 사귀면서 선희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 지민을 사랑하며 제니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 민조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채환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 선희를, 지민을, 주영을, 제니를, 채환을, 민조를, 이연을 그토록 열심히 사랑했지만 결국 남남이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 한때는 진심으로 진심이었건만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 모두 그 때문이었을까. --- p.87 서로 아끼는 상대임에도 지나치게 많이 아는 대신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황만큼 진귀한 관계가 없음을 내가 그렇듯 그녀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애써 알려고 하거나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뿐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보다 중요하고 반가운 행사들이 둘 사이에 너무 많아서 문제일 따름이니까. --- p.117 간섭. 집착. 착각. 편견. 오해. 갈등. 거짓. 회피. 불신. 의심. 질투. 불만. 증오. 권태. 망각. 사랑에 빠진 이들이 너무도 허술하게 빠져들곤 하는 마음의 질병 관계의 그늘. 세상에 흔해빠진 연애소설과 일일연속극 가운데 저 질병 저 그늘의 힘을 빌지 않고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 p.120 세상 무엇보다 나를 들뜨게 했던 대상이 세상 무엇보다 처절한 상실의 고통으로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 나 아닌 누군가에게 얼마나 미치도록 미쳤었는지를 가장 어이없는 방식으로 입증하는 관계 변화. 집착이 클수록 뒤에 가 망각 또한 깊어짐을 알지 못하는 한 시절. 이별. --- p.155 언젠가 내가 약해지고 느려지고 블편해지고 사라진 이후에도 내게 더없이 완벽한 그녀는 끝내 세상에 남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겠지. 언젠가 늙고 약해지고 느려지고 사라질 걱정 없이 부조리한 생을 부조리하게 비웃으며 이겨내겠지. 그렇겠지, 그녀라면. --- p.236 잠깐 달고 오래 짠 것이 사랑이니까. 그것에 이 소설에서 그려져야 할 사랑의 숙명이니까. 설탕 같고 소금 같은 사랑에 오이처럼 올리브처럼 푹 절어진 채 살아가야 할 차연의 명복을 빈다. ---「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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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술자리에 우연히 만나, 35세 동갑 남성 차연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N. 만남을 계속하면 할수록 알 수 없이 놀라운 매력으로 차연을 사로잡는다.
N은 가까워질수록 신비한 여인이었다. 인터넷 백과사전만큼이나 적재적소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가 하면, 몇 달간 단 십 분도 잠들지 못할 만큼 심각한 불면증 환자임에도 늘 생생한 모습이었으며, 언젠가는 거리의 불량배들을 단숨에 때려눕힌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욱 차연을 미치게 하는 것은 지난 연인들의 좋은 모습을 그녀가 빠짐없이 갖추고 있으며, 좋지 않은 모습들은 그녀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세상 가장 완벽한 연인이었던 N의 실종 N이 실종되고, 차연은 미친 사람처럼 그녀의 행적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연은 ‘N의 남자들’을 만나게 된다. 미심쩍은 분위기의 그들은 720년 후 미래에서 온 과학자들이었다. 이윽고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알고 보니 N은 유전자합성사이보그, 인간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는 실험용 사랑 로봇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완벽한 연인과의 완벽한 사랑’이라는 이상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는 것이었고, 차연은 그 대상이었다. 그녀의 모든 면이 차연의 이상형과 일치했던 것은 바로 그런 프로그램 덕분이었던 것이다. 사랑이란 잠깐 달고 오래 짠 것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각인되지 않았던 그녀 N이 시간이 지난 후 새삼스레 머리에 떠오르고, 강렬할 것 없는 만남을 시작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이 쌓여 사랑을 이뤄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차연과 N이 연인 관계에 이르는 것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점점 차연의 온몸 온 마음 온 일상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그 사랑이, 달콤하기가 여름 낮잠만큼이나 아쉽고 짧은 반면에 치명적이기는 전갈의 독만큼이나 무자비하고 끔찍한 종류의 것으로 바뀌어간다. 차연은 이렇게나 고약한 사랑을 영원히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신화의 시시포스처럼, 평생 동안 끊임없이 반복하여 맞이해야 할 천형의 덫에 걸리고 말게 된다. 그 천형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소설을 읽는 내내 고민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