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최필원의 다른 상품
|
아니, 아니, 아니. 루미키는 아파트에서 혼자 여름을 보내고 싶었다. 고요함을 마음껏 누리면서. 술에 취해 부르는 즐거운 노래도, 새로 캔 감자도, 청어 요리도 전혀 그립지 않았다. 참한 여학생처럼 공손히 미소를 흘리며 담소나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장래 희망이나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는 것도, 생물학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짓궂은 삼촌들을 피해 다니는 것도 그녀가 원치 않는 일들이었다.
--- p.13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엄청난 비밀이 분명 있었고, 그런 이유로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는 늘 알 수 없는 기운에 짓눌려 가슴이 답답했다. 아빠의 긴장한 모습. 엄마의 슬퍼 보이는 젖은 눈. 루미키가 불쑥 들어갈 때마다 갑작스레 끊겨버리는 그들의 대화. --- p.25 방금 꾼 악몽도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그녀가 두려움을 알기 전부터 꾸던 것. 꿈속에서 루미키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서 있다. 무척 어리다. 두 살쯤 되었을까.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울에 비친 그녀 자신의 모습과 어두운 방뿐이다. 그녀가 한 손을 들면 거울 속 소녀가 그녀를 따라한다.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활짝 웃기도 한다. 거울 속 소녀가 그대로 따라한다. 그때 거울 속에 또 다른 소녀가 나타난다. 뒤로 바짝 다가선 소녀는 그녀보다 나이가 많지만 비슷한 외모이다. 그들은 똑같이 하얀 드레스 차림이다. 소녀가 루미키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따뜻한 손이 그녀를 안심시킨다. 소녀가 몸을 기울이고 속삭인다. “Du ar min syster alltid och alltid och alltid.” 넌 내 동생이 될 거야.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 p.39 멀리서 온 공주는 용의 목을 끌어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이 곁을 지켜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둘이 함께라면 그 누구도 필요 없다고. 그들은 공주들과 용들이 사이좋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용은 공주를 등에 태우고 보름달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 p.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