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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Rob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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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묻는다. “어떻게 된 일이죠?”
“계단 아래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어요.” “계단이요?” “집에서요.” “누구 집에서요?” “우리 집에서요.” “당신 정체가 뭡니까?” “난 이 사람 아내예요.” “아버지에겐 이미 아내가 있어요.” “이 사람의 또 다른 아내예요.” “아버지의 정부란 말이죠?” “아니라니까요.” --- p.25 기차가 도착한다. 레일이 진동하면서 압력파가 밀려든다. 문이 열린다. 나는 인파에 떠밀려 북적대는 객차 안으로 들어간다. 이 많은 사람 중 과연 몇 명이나 이중생활을 하고 있거나 비밀 가족을 숨겨두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것 자체는 별로 놀랍지 않다. 이미 숱하게 보고 들어왔으니. 콜걸로 일하는 줌바 강사. 잘나가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위장한 러시아 스파이. 비밀은 그 가치가 적지 않다. 우리는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직을 위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성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비밀이 없다면 자아도 없다. 사회 집단에서, 일터에서, 또는 결혼생활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뻔뻔하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할 수밖에. --- p.61 “이 불륜…… 언제 시작됐습니까?” “내가 서른두 살 때요.” “그때 아버진요?” “지금 당신 나이쯤 됐을 거예요.” “아버지뻘 되는 남자를 상대로 그랬던 겁니까?” “당신은 삼십 대 여자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 내 얘길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정말요?” 그녀가 묻는다. “그래서 날 찾아온 게 아니었어요?” 나는 차마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내 존재가 불쾌하죠? 당신 아버지가 나랑 사랑에 빠진 사실을 믿고 싶지 않죠? 우리가 지금껏 가정을 이루고 살아온 사실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테고요. 이게 왜 이상하죠? […]” --- p.71 케네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결국 사람 마음에 달린 문제야. 단호하게 칼로 베듯이 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얘기야. 윌리엄과 올리비아는 결혼 후 정식 부부처럼 함께 지냈어. 이런 얘기가 네게 얼마나 위안을 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정적 지원 부분에 있어 윌리엄은 올리비아, 메리, 그 어느 쪽도 편애하지 않았어. 오래전, 네 아버지의 자산을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눠 신탁 기금을 세팅해준 적이 있었지. 두 가족을 동시에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 그 친구는 두 배우자가 서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무던히 애를 썼어. 이따금 그 분리벽에 금이 생겨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그럴 땐 내가 나서서 수습해줬어. 그의 두 세상이 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완벽히 분리되도록 말이지.” “치스윅에 있는 집은요?” “그 집은 윌리엄의 뜻에 따라 올리비아의 소유가 됐어.” “생명보험은요?” “두 개의 보험에 들어 계셔.” 데이비드가 말한다. “하나의 수혜자는 아주머니, 또 다른 하나의 수혜자는 올리비아야. 둘 다 몇 달 전에 갱신됐고.” “세 번째 보험도 있어.” 케네스가 덧붙인다. “윌리엄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해 올로클린 재단의 수장 명의로 들어놓은 거야.” --- p.133 “내가 형제를 지키는 자가 아니라고?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고? 성경에 그렇게 적혀 있잖아.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 그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날뛰는 온갖 아이디어에 휘둘리는 중이다. 하지만 그 광기 안 어딘가엔 분명 진실의 일면이 숨어 있으리라. “형제가 있어?” 나는 묻는다. “당신이 내 형제야.” 유언이 대답한다. “내 말은, 피를 나눈 친형제가 있느냐고. 누이나. 가족은 있을 게 아니야.” “당신 아버지가 내 아버지야.” 아직도 주님 얘긴가? 순간 머릿속에서 생각 하나가 폭발하면서 차(茶) 상자와 시트로 덮인 가구에 수북이 쌓인 거미줄과 먼지를 날려버린다. “성이 뭐지, 유언?” 그가 또다시 칼 손잡이로 자신의 이마를 탁 친다. “그러지 마.” 나는 그의 앞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어머니 성함이 뭐야?” “내가 여기 왔다는 거 비밀로 해줘.” 내 입안은 바짝 타들어가는 중이다. “아버지가 누구지?” “선한 의사 선생님이 날 키워주셨어.” 그가 말한다. 그의 손이 찰리와 에마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내 조카들인 셈이야.” --- pp.144-145 “물!” 나는 신음 섞인 목소리로 외친다. “물 좀 가져와요.” 순경이 말한다. 잠시 후, 내 손에 물병이 쥐어진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얼굴에 물을 뿌려본다. 하지만 미친 듯이 움찔대는 손 때문에 물은 얼굴 대신 셔츠만 흠뻑 적셔놓고 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북북 문지르기 시작한다. “도와드릴게요.” 순경이 말한다. 그가 물병을 낚아채 들고 내 눈 위로 물을 붓는다. “고마워요.” 나는 어눌하게 말한다. 내게 호신용 메이스를 분사한 여자는 또 다른 순경에게 내가 휴대폰을 강탈하려 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내게는 반박할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다. 물병을 손에 쥔 순경이 내게 혹시 먹는 약이 있는지 묻는다. 나는 이 동네 주민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순찰차가 도착한다. 우르르 달려온 이들 중 하나가 내 옆에 쪼그려 앉는다. “여기서부턴 내가 맡을게요.” 그녀가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분을 찾고 있었어요.” “이분 왜 이러시죠?” 순경이 묻는다. “파킨슨 병을 앓고 계세요.” --- pp.152-153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듣겠습니까, 교수님. 당신은 우리 수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우리가 당신에게 관련 디테일을 보고할 의무도 없고요. 처음부터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왜 자꾸 끼어드는 겁니까?” “유언 블랙모어가 칼을 들고 내 집에 쳐들어왔어요.” “하지만 당신은 진술서 작성을 거부했잖아요. 왜 그랬죠?”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 난 그 답을 알아요. 형제애 때문이죠?” “그 아인 내 동생이 아닙니다. 난 먼저 올리비아를 만나 물어보고 싶었어요.” “당신은 그녀 집으로 쳐들어가 그녀를 위협했어요.” “아닙니다.” “그녀 손목에 멍 자국이 남아 있던데요.” “내가 그런 게 아니에요.” 맥더미드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이에 낀 소시지를 빼내려 혀를 놀려댄다. 면도하다 베였는지 그의 목에는 새빨간 상처가 나 있다. “동료들에게 당신에 대해 물어봤어요. 다들 좋은 얘길 들려주더군요. 통찰력 있고 머리가 비상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요. 내 눈엔 당신이 스포트라이트에 취해 명예만 쫓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 p.172 “[…] 엄만 널 사랑해, 조지프. 루시도, 퍼트리샤도, 레베카도, 다 사랑해. 하지만 엄만 그 누구보다도 네 아버질 사랑해. 자식이야 주어지는 대로 받는 거지만 남편은 내가 선택해 얻은 거잖아.” “그런 아버지가 다른 여잘 선택했다고요.” “그이가 직접 고백하기 전까진 난 믿을 수 없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산산이 조각나버린다. 포용, 평정, 그리고 품위. 그 모든 게 마구 흐트러졌다가 이내 또 다른 무언가로 둔갑한다. 격노. 나는 어머니가 나만큼 화가 나 있기를, 나만큼이나 배신감과 굴욕감과 버림받은 느낌에 사로잡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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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상하고, 정직하고, 보수적인
축하 카드 속 문구처럼 한결같은 영국 신사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거짓말쟁이에 겁쟁이, 그리고 배신자라고? 웨일스의 시골 농장 집에 있어야 할 아버지가 이곳 런던의 세인트 메리스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 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혼수상태라니. 아버지가 환자로 병원을 드나드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나(조 올로클린)는 언젠가 아버지에게 ‘미래의 신의 주치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올해 여든이 된 아버지는 50년 넘게 의학계 거물로 살아온 분.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 옷에 피를 묻힌 한 여자가 침상 옆에 앉아 울면서 아버지 손을 잡고 있다. “죄송하지만 누구시죠?” “난 이 사람의 아내예요.” “아버지에겐 이미 아내가 있어요.” “난 이 사람의 또 다른 아내예요.” 나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서 있다. 어떻게 이런 잔인한 농담을 늘어놓을 수 있지? 몰래카메라인가? 머리에 둔기로 잔혹한 외상을 입은, 침상 위 저 남자는 아버지가 분명하다. 그 옆의 여자는 분명 어머니가 아니고. 정신 나간 여자인가? 친구인가? 정부인가? 혹시 범행을 저지른 자?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찰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 조사를 시작한다. 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라고 주장하는 그녀, 올리비아 블랙모어는 현재 51세로 20년 전, 즉 서른한 살 때 아버지의 환자였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자신은 간신히 살아남아 우리 아버지가 집도한 수술로 다리 절단을 모면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십 대에 테니스 선수 유망주였던 그녀를 아버지는 병상에서 바로 알아보고 그녀의 재활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발리에서 불교식으로 결혼식을 올렸고 런던에서 이십 년간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런던에서 금요일부터는 웨일스에서 보내는 식으로 이중의 삶을 살았다. 나는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다정하고 익살스러운 또 다른 모습의 아버지의 사진들을 마주하면서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에게서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모습들이 다른 집에 있었던 것……. 나는 곧이어 어머니도 올리비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올리비아의 알리바이가 불명확하고, 같은 날 어머니가 아버지를 미행해 런던에 왔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케네스 패시지와 그의 아들 데이비드 패시지도 올리비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자산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 두 가족을 동시에 챙겨왔고 생명보험도 백만 파운드짜리를 두 개 들어놨다. 올로클린 재단 수장 명의로 든 것까지 포함하면 세 개라고. 아버지는 두 가족이 마주치지 않게, 그의 두 세상이 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완벽히 분리되도록 했던 것. 진실을 파고들수록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세계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그런 가운데, 진단받은 지 13년 된 파킨슨병, 16개월 전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 그리고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고투하는 작은딸의 애처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아버지와 다른 인간인가? 아버지를 깨워 묻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줄 수 없다. 과연 누가 아버지의 삶을 무너뜨렸는가? 어떤 동기가 팔십의 노인을 그토록 잔혹하게 폭행할 수 있는가? 질투? 복수심? 돈? 거짓으로 점철된 한 남자의 말년은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아버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숨기고 있던 진실도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모든 진실들이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결국 자식들을 실망시키기 마련이야.” 그 말이 옳다. 우리는 부모를 숭배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며, 그들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쓰거나 편견을 보이는 순간, 우리의 신은 한낱 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감히 범접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로 아버지 역시 한낱 결점투성이 인간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된 덕분이다._본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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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영혼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릴러.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스티븐 킹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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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될 것이다” -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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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탁월한 작품”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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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텀의 작품은 그저 경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심금을 절절하게 울린다.” - 린우드 바클레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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