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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존슨의 머리말 / 잰시스 로빈슨의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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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h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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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 ‘테루아르’를 정확히 번역할 영어단어는 없다. 지형terrain이라는 단어가 가장 근접하긴 하지만 그 의미를 올바로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수많은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테루아르는 프랑스인들의 환상”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지도 모른다. 즉 프랑스의 우수한 토양과 지형, 그리고 알 수 없는 특징 덕에 자국 와인이 특별하다는 점을 주장하려고 애써 꾸며낸 말이란 얘기다.
하지만 테루아르는 절대 환상이 아니다. 모든 땅엔 테루아르가 있다. 당신의 정원과 나의 정원에도 테루아르가 있다. 아마도 서너 개는 존재할 터인데, 한 집의 앞마당과 뒷마당만 해도 식물을 키우는 데 서로 다른 성장 조건을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체적이고 자연적인 성장 환경을 일컬어 테루아르라고 한다. 호주 원주민 언어 중에 테루아르와 의미가 거의 근접한 ‘팡카라pangkarra’라는 단어가 있는데, 인류가 대지와 깊은 관계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 p.26 「테루아르」 중에서 포므롤에는 알아보기도 힘든 작은 길들이 언덕 위로 아무렇게나 엉켜 있다. 모든 주민들이 와인을 만드는 것 같고, 모든 집들이 포도밭 사이에 있는 것 같다. 풍경에 고르게 박힌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두 샤토의 이름을 달고 있고, 교회 역시 작은 포도원처럼 보인다. 이곳이 바로 포므롤이다. 지질학적으로 이곳은 대규모 자갈 언덕으로, 약간 굴곡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평탄하다. 리부른 방향의 토질은 사토沙土 성향인데 비해 생테밀리옹과 접한 북쪽과 동쪽엔 종종 점토질도 섞여있다. 포므롤 와인은 보르도 레드 중에서도 특히 부드럽고 풍부하며 매끄러운 와인이다. 양질의 포므롤은 짙은 색을 지니지만, 과도한 신맛과 떫은맛은 느낄 수 없다. 성숙한 자두향과 심지어 크림향도 난다. 포므롤은 정치체제에 비유하자면 민주주의다. 포므롤의 와인엔 등급이 없는데, 등급 분류체계를 만들 만큼 오래 판매활동을 이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샤토들은 소규모 가업 형태여서 주인이 바뀜에 따라 변화가 잦다. 토질 또한 복잡하지 않아서 자갈 토양 다음에 자갈이 좀 더 많거나 적게 섞인 점토 토양이 이어지거나, 또는 모래 섞인 자갈밭 다음에 자갈 섞인 모래밭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런 구획들은 정확히 포도밭들의 경계와 일치한다. --- p.106 「프랑스 / 포므롤」 중에서 독일의 우수한 포도원들은 대부분 포도재배의 북방 한계선에 인접해 있다. 많은 땅이 보통의 농업엔 적합하지 않다. 만약 포도나무를 심지 않았더라면 그냥 숲이나 헐벗은 산으로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세계 제일의 화이트와인이 나온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독일인들은 그 일을 해냈고, 더 나아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향기롭고 풍미 있는 우아한 와인들을 생산한다. 비밀은 당도와 산도의 완벽한 균형에 있다. 언뜻 들으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맛 없이 달콤한 와인은 깊이가 없고, 단맛 없이 시큼하기만 하면 너무 날카롭다. 그러나 작황이 좋은 해엔 이 둘이 서로를 상쇄하며 마치 독일의 장인이 만든 톱니바퀴 기계처럼 정확히 맞아 돌아가는데, 거의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와인은 포도와 땅의 정수를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낸다. 반짝반짝 빛날 만큼 투명하고 솔직하다. --- p.225 「독일」 중에서 레바논의 샤토 무사르Musar는 이미 와인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비범한 인물인 세르주 오샤르Serge Hochar는 지난 세기 무려 20여 년 동안이나 지속된 내전의 와중에서 어렵사리 이 와인을 만들어 왔다. 건지乾地농법으로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생소, 카리냥을 사용해 풍부하고 이국적인 맛을 내는 동시에 마치 보르도 와인처럼 아로마가 뛰어나다. 장기간 숙성시켜 출고하며 구입 후에도 수십 년을 보관할 수 있다. 레바논의 다른 주목할 만한 와이너리로는 보르도와 론의 중간쯤 되는 스타일의 레드와 산뜻한 로제와인을 만드는 샤토 케프라야Kefraya, 전통 있고 규모도 큰 샤토 크사라Ksara, 보르도와 론 출신의 3인조가 설립한 마사야Massaya, 도멘 와르디Domaine Wardy, 클로 생 토마스Clos St Thomas 등이 있다. --- p.286 「동지중해」 중에서 서쪽에 욘트빌이 있다면 동쪽엔 스태그스 립Stag's Leap이 있다. 명성은 화려하나 막상 가보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고립지일 뿐이다. 아틀라스 피크의 기슭이 동쪽을 병풍처럼 두르는 한편, 서쪽의 계곡바닥 가운데엔 높은 구릉이 솟아있다. 사실 스태그스 립은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경우다. 유명한 ‘파리의 심판’ 때문이다. 1976년 파리 와인품평회에서 스태그스 립 와인셀러Stag’s Leap Wine Cellars의 카베르네가 보르도의 쟁쟁한 그랑 크뤼들을 누르고 당당히 1등을 했다. 정확히 30년 뒤에 다시 열린 품평회에서도 캘리포니아 와인들이 똑같은 상황을 재연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의 저자들도 당시 판정위원으로 있었다. 이 와이너리의 소유주는 워렌 위니어스키Warren Winiarski인데, 발음이 까다롭다. --- p.305 「스태그스 립 / 미국」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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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보급 와인평론가 두 명이 쓴 고품격 와인책『와인 아틀라스』를 만나다
와인은 건전한 취미가 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술이라고 한다. 와인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하나하나 공부하며 알아가는 탐구의 대상이다. 소주평론가는 없어도 와인평론가는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와인을 허영의 음료가 아닌 음악이나 미술, 문학과 같은 하나의 문화로서 다룬 책은, 최소한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와인 아틀라스』는 현존하는 최고의 와인평론가라는 평가를 받는 휴 존슨과 그에 버금가는 인물인 잰시스 로빈슨이 평생에 걸쳐 완성한 본격 와인 레퍼런스 북이다. 지난 38년간 14개 언어로 번역돼 400만부 이상이 팔린, 와인애호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철저히 만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다. 『와인 아틀라스』의 특징은 저자들의 친절하고 전문적인 설명 및 약 200장에 달하는 전 세계 와인 산지들의 상세 지도, 그리고 책 전체에 녹아 있는 ‘테루아르’에 대한 강조다. 독자들은 설명을 읽고 지도를 찾아보는 동안 와인을 즐기는 동시에 이해할 수 있으며, 테루아루를 통해 코카-콜라와는 다른 와인의 다양성과 개성을 느끼게 된다.『와인 아틀라스』는 와인을 사랑하는 모든 애호가들을 위한, 전통과 신뢰의 품격이 살아 숨 쉬는 와인책이다. 와인 레퍼런스 북의 결정판 또 한 권의 흔한 와인책이 아니다. 『와인 아틀라스』를 쓴 휴 존슨은 영국의 국보급 와인평론가다. 공저자인 잰시스 로빈슨도 세계 와인평론계에서 휴 존슨의 뒤를 이어 미국의 로버트 파커와 함께 2인자의 자리를 굳힌 명실상부한 ‘와인의 여왕’이다. 그들이 40년 넘게 공들여 집필하고 다듬어온 필생의 역작이 바로 이 책 『휴 존슨,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다. 1971년 초판 발행 이후 현재의 제6판까지 진화해 오는 동안 전 세계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14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4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마디로 ‘뼈대 있는’ 와인책이다. 이 책의 설명 한 줄, 그들의 말 한 마디가 와인의 가격을 좌우하고 와인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세계적 와인전문지 『디캔터』도 이 책을 “절대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책absolutely indispensible”이라며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질과 양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극찬했다. 2009년 한국의 독자들도 드디어 『와인 아틀라스』를 한국어판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휴 존슨 · 잰시스 로빈슨의 눈으로 와인 읽기 우리나라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와인평론가는 아마도 로버트 파커(Jr.)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와인도 여타 소비재 상품과 다를 바 없으며 와인에는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질의 기준이 존재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 책의 저자인 휴 존슨은 “모든 와인은 테이스팅할 때의 조건과 시점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며 그 평가는 너무나 주관적이다”라고 반박한다. 와인은 슈퍼마켓의 코카콜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을 획일화, 거대화하는 이 시대의 폭력에 반대하고 다양한 것, 개성적인 것,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탐험가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와인의 모든 특성과 개성은 결국 테루아르(26~27쪽 참고)로 귀결된다며 “이제는 미국이나 칠레, 호주 등 신세계 와인들도 테루아르 고유의 성격과 특징을 끌어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예쁜 레이블의 질 좋은 샤르도네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와인의 균질화를 말하는 로버트 파커와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장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로버트 파커는 와인에 점수를 매기기 좋아하는 평론가다. 우리나라 와인 매장에서도 그가 매년 발표하는 이른바 ‘파커 포인트’를 마케팅 용도로 즐겨 사용한다. 천차만별 개성을 자랑하는 와인들을 붕어빵 같은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이 폭력성이라니! 반면에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인 잰시스 로빈슨은 “좋은 와인이란 높은 점수를 얻은 와인이 아니라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고 단언할 만큼 와인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그녀는 ‘당신이 맛본 최고의 와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1947년산 샤토 슈발블랑Cheval Blanc을 꼽았는데, 그 이유가 와인도 훌륭했지만 와인을 마시는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늦은 밤이었고,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며 긴장했다가 마침내 쉬게 된 시점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죠. 와인 맛이란 절대 객관적일 수 없어요.”(『조선일보』 인터뷰 참고, 2007.12.29) 이 책 『와인 아틀라스』는 두 저자의 이러한 생각과 신념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와인 세계 전반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야와 높은 눈높이, 그리고 세련된 태도를 제공한다. 로버트 파커가 와인의 ‘기술’을 말한다면 휴 존슨과 잰시스 로빈슨은 와인의 ‘릿술’을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두 저자의 눈을 통해 와인과 그 이면쟀 세계를 차근차근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면 이 책에서 말하는 ‘와인의 예술’은 어떤 것인가? 첫째, 와인은 테루아르다 ‘테루아르terroir’란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등 와인의 특성을 결정짓는 모든 주변 환경을 뜻한다.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생산자도 테루아르의 일부에 포함된다. 고급 와인애호가일수록 테루아르에 민감하다. 테루아르의 강력한 옹호자인 휴 존슨은 이 책을 통해 테루아르를 본격 해설하고 있다. 『와인 아틀라스』에 약 200장의 상세한 와인 지도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테루아르를 이해하면 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지형과 토양 등 환경적 조건을 빼놓고는 특정 와인과 그 생산지의 특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루아르는 자연스레 와인의 다양성으로 연결된다. 모든 포도밭의 테루아르가 다르다면 세상의 모든 와인도 다를 수밖에 없다. 둘째, 와인은 다양성이다 소주나 맥주는 언제나 보장된 일관된 맛이 미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와인을 마시는 걸까? 와인 초보자들은 주로 분위기 때문에 와인을 찾는다. 하지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애호가나 마니아들은 다양성이야말로 와인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말한다. 와인의 다양성은 곧 ‘와인의 개성’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와인 아틀라스』는 이러한 와인의 개성을 책 전체에 잘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리슬링 포도로 양조하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와인이 똑같은 포도를 사용하는 지척의 독일 와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그 유사성보다 차이점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126~129쪽) 마찬가지로 호주의 클레어 밸리와 에덴 밸리의 리슬링 와인이 거의 흡사하면서도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다.(344쪽) 셋째, 와인의 고정관념은 불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와인의 세계에 눈을 뜰 수 있다.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발포성 와인만이 와인의 전부가 아니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과 마데이라 와인, 스페인의 셰리주, 호주의 벌꿀 술인 미드mead 등도 모두 와인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와인이다. 휴 존슨은 요즘 유행에 뒤져 평가절하되고 있는 셰리주의 입지를 안타까워하며 “최상품 셰리는 부르고뉴의 일류 와인들과 맞먹는 와인수집가들의 애장물”이라고 평한다.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한 가지는 달콤한 스위트와인의 재발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위트와인이 마치 와인 초보자들의 전유물이거나 데이트 용도의 이른바 ‘작업용 와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샤토 디켐(102~103쪽)과 같은 명품 스위트와인은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특히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266~269쪽)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넷째, 와인의 지평을 넓힌다 와인 생산지의 지리적 다양성 역시 중요하다. 여타 와인책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호주, 칠레 정도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와인 아틀라스』는 6개 대륙 총 53개국의 와인을 두루 살핀다. 심지어 ‘이런 나라에서도 와인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레바논과 인도, 우루과이, 이스라엘,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의 와인까지도 다루고 있다.(차례 참고) 중국은 벌써 세계 제6위의 ‘푸타오쥬(葡萄酒)’ 즉 와인의 생산 대국이다. 저자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유명 와인생산국에서도 아직 유명세를 덜 탄 ‘숨은 진주’와 같은 산지들을 발굴해 이 책에 실었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146~147쪽)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핑크빛 와인인 로제와인의 고장이다. 독일 프랑켄(250~251쪽)의 1540년산 와인이 1960년대에도 음용이 가능했을 만큼 훌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다섯째, 진정한 명품 와인을 찾아서 요즘 청담동의 멋쟁이들은 루이뷔통 가방을 들지 않는다.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아닌, 오직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는 명품을 발굴한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와인책을 펴면 가장 먼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그랑크뤼 1등급 샤토 5개의 이름부터 나온다. 아니면 가격 대비 품질 효용이 높은 칠레 등의 신대륙 와인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책 『와인 아틀라스』는 이른바 ‘고수들의 메카’라는 부르고뉴의 와인부터 시작한다. 부르고뉴 지역의 상세 지도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키안티로 유명한 토스카나보다 ‘고수급 와인’의 또 다른 대명사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나오는 피에몬테 지역을 먼저, 그리고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런 면에서 고급 애호가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킨다고 하겠다. 여섯째, 와인의 트렌드를 읽는다 패션에 유행이 있듯 와인에도 생산과 소비의 경향이 존재한다. 와인의 세계에도 유행과 트렌드, 그리고 메가트렌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애호가들이 그 흐름을 읽기란 쉽지 않다. 『와인 아틀라스』는 저자들의 높은 전문성을 토?로 이러한 와인의 경향을 잘 짚어주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시작된 샤르도네(화이트 품종의 하나) 열풍이 거의 끝나고 다시 레드 와인으로 회귀하는 단계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호주의 포도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336~338쪽) 요즘의 웰빙 추세를 대변하는 유기농 와인과 생명농법에 관해서도 꾸준히 조명한다.(특히 30~31쪽) 와인 양조법에도 유행이 있다. 현재의 큰 문제는 오크의 남용이다.(향과 성분이 짙은 새 오크통을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발효용으로 쓰며, 심지어 오크칩을 넣기까지 한다. 원래는 오래 묵힌 오크통을 발효시에 6개월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 오크를 많이 쓴 와인은 마치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과 같아서 처음 몇 번은 맛있지만 금방 질리고 만다. 이 주범이 ‘철새 양조자’들이다. 미셸 롤랑(본문에서는 이름을 적시하지 않지만)이 원조격이랄 수 있는 이 양조꾼들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철새처럼 오가며 일을 하는 현대의 글로벌한 양조 컨설턴트들을 일컫는 말이다(17쪽). 일곱째, 지도로 와인을 이해한다 이 책은 전 세계 모든 유명 와인산지의 상세 지도를 포함한다. 대부분의 지도는 개별 포도원 하나하나까지 상세하다. 특히 유럽 고급 산지들의 경우에는 개별 밭 단위로 확인이 가능하다. 지도는 또한 각국의 공식 와인 산지들과 등급들, 즉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C, 스페인의 DO, 미국의 AVA 등을 꼼꼼히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들의 친절하고 전문적인 설명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독자들은 손에 든 한 병의 와인을 즐기는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300여 장의 생생한 현지 사진과 1,000개가 넘는 와인레이블은 막연한 이론으로서의 와인이 아닌, 실제 유명 와인들의 생김새와 그 생산지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보여준다. 여덟째, 가장 최신의 정보 『와인 아틀라스』의 모든 내용은 휴 존슨과 잰시스 로빈슨이 최근 수년 동안 전 세계를 직접 발로 누비며 수집한 최신 정보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특히 약 200장에 달하는 이 책의 모든 지도는 이번에 새로 그린 것이다. 여타 와인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 안에 담긴 정보가 보통 10년 가까이 오래된 과거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내서의 경우는 자료수집 단계에서 이미 출간된 외국의 문헌에 의존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와인 아틀라스』가 와인 레퍼런스 북으로서 남다른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의 모든 와인 지식의 집대성 『와인 아틀라스』는 지구촌 모든 와인 산지를 돋보기로 꼼꼼히 살피는 동시에 와인이라는 주제 전반을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 와인 레퍼런스북인 한편,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와인의 역사, 포도 재배, 와인 양조, 테이스팅 방법, 보관 및 숙성 방법 등 거의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개별 와인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고급 명품 와인부터 생수보다 싼 싸구려 와인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와인을 다룬다. 프랑스의 명품 와인 산지인 샤토뇌프-뒤-파프(138~139쪽) 바로 뒷장에는 벌크와인(양을 우선한 저급 와인) 생산지인 랑그독 지방이 이어진다. 『와인 아틀라스』는 초보자부터 현장 전문가까지 와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책장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할, ‘절대적으로 필수 불가결한’ 아이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