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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사람들
벙어리 노예 영혼을 담는 기계 이름 없는 중사 흐느끼는 낙타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어느 낯선 사람의 죽음 털보와 나 작가의 말 -- 속세의 인연 |
三毛,본명 : 천핑(陳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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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에 나 있는 단 하나의 아스팔트 길을 나는 날마다 지나간다. 죽은 듯 고요한, 생명도 없고 슬픔이나 즐거움도 없는 듯한 길이지만, 사실 그 길도 세상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로, 좁은 길이나 굽은 길이나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손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느릿느릿 흐르는 세월을 오고 간다. ---- 250쪽, 「길 위의 사람들」 중에서
사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광대한 사막을 어찌한다는 일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도저히 내가 기대하는 수준에 이를 수가 없었다. 수없이 사막에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주제넘은 원대한 계획을 접고 몇 가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사람을 찍자! 나는 사람이 좋아.” --- 59쪽, 「영혼을 담는 기계」 중에서 이 마을에는 많은 사하라위 친구들이 있었다. 우체국에서 우표 파는 사람, 법원의 문지기, 회사의 운전기사, 가게 점원, 장님인 척하고 돈을 구걸하는 거지, 나귀를 끌고 물을 나르는 사람, 권세 있는 부족장, 가난한 노예, 경찰, 좀도둑, 이웃집의 남녀노소…… 삼교구류三交九流가 모두 우리의 ‘샤헤이피(친구)’였다. --- 99쪽, 「흐느끼는 낙타」 중에서 아이는 엄마 품에서 활기차게 꼼지락거리다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떠들기 시작했다. “유격대가 호세를 죽여라, 싼마오를 죽여라.” “이런 죽일 놈!” 커바이는 아이를 엎어 놓고 때리려 했다. 순박한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때리면 뭐해요. 애가 뭘 알아요?” 나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커바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를 흘깃 보고는 금방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디 사람인지 가르지 말아요! 우리는 모두 무라나(신)의 자식이잖아요!” --- 117쪽, 「흐느끼는 낙타」 중에서 대자연의 경치도 나를 뒤흔들었지만 작은 마을에서 쉬어 갈 때마다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의 즐거움은 더욱 커졌다. 만약 이 세상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나를 사로잡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있기에 세상에는 재미와 생기가 넘친다. --- 180쪽,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중에서 호세는 왜 바다 밑에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세는 바다를, 사람이 없는 바다 밑의 세계를 열렬히 사랑했다. 호세는 세상에서는 쓸쓸하고 서글퍼도 물속에서는 즐겁다고 말하곤 했다. 이번에 라그라시오사에서 잠수하는 것은 그의 마음속 염원을 따른 것이었다. --- 182쪽, 「카나리아 제도 유람기」 중에서 이따금 찾아드는 고독은, 나라는 인간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다 열지 않았다. 호세는 내 마음속의 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심지어 한자리 차지하기도 했지만, 나는 나만의 구석자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것,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 결혼도 그 구석자리를 없앨 수는 없었고, 나의 동반자에게 전부 열어 보일 필요도 없었다. 그가 아무 때나 뛰어들어 소란을 피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 216쪽, 「털보와 나」 중에서 이런 속세의 인연이 내가 글을 계속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부모님의 은혜를 고작 한바탕 속세의 인연에 비유한다면 무정하다는 소리를 듣는 걸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부모님은 이 글을 보고 틀림없이 또 상심하시겠지. ‘속세의 인연 역시 중요하다는 것, 구름과 연기처럼 금세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 당신들의 자식은 이 끊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연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눈 속에서 부모의 생명보다도 귀하고, 부모는 자식의 마음속에 결과적으로는 그 사랑의 부담을 지운다. 지난날 내 부모님의 상처를 보상할 방법은 없다 해도, 앞으로 펼쳐진 길은 이제 평안하고 성실하게 밟으며 다시는 그분들의 애를 태우지 않으리라. --- 232쪽,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