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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1부_물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다 임실 섬진강 완도 청산도 제주 올레 제주 다랑쉬오름 부안 변산 청송 주왕산 문경 토끼비리 2부_너와 나를 잇는 고개 평창 대관령 옛길 평창 백운산 칠족령 인제 점봉산 정선 백운산 화절령 문경새재와 옛길박물관 영주 죽령 옛길 순천 조계산 굴목이재 밀양 재약산 사자평 산청 지리산 장터목 3부_풍경이 된 사람들을 찾아서 고창 선운산 장성 축령산 문경 하늘재 해남 두륜산 홍성 덕숭산 강진 만덕산 봉화 청량산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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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풍경에의 의지
내가 나를 경험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바로 걷기다. 걷기를 통해 우리의 몸은 우리를 둘러싼 대지와 하나가 된다. 이 여행서는 ‘물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는 리듬감 있는 수평적 확장을 통해 ‘너와 나를 잇는’ 고개와 같은 수직적 상승을 경험하게 되고, 그를 통해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유기적 구성을 따르고 있다. 가령, ‘풍경이 된 사람들을 찾아서’의 한 대목을 보자. 구강포에 노을이 내려앉는 저녁. 다산은 초당을 나선다. 숲이 우거진 초당은 이미 어둠이 깔렸다. 천일각을 돌아서 산길로 접어든 다산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른 발걸음으로 고개를 넘는다. 어디선가 뻐꾸기가 운다. 등줄기에 서늘한 땀방울이 흐른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희미하게 들리던 목탁 소리가 한결 뚜렷하다. 무언가 발길에 차인다. 다산은 어둠 속에서도 그게 무엇인지 안다. 동백꽃이다. 몽우리째 떨어져 뒹구는 동백꽃을 밟고 있는 것이다. 다산은 짚신 속의 버선이 또 꽃물이 들어 붉게 변해 있을 것도 안다. 다산은 조용히 대나무로 짜 만든 사립을 밀치고 들어선다. 어둠 저편에서 누군가 미소를 짓고 있다. 다산은 그가 누구인지도 안다. 그가 잰걸음으로 다가와 다산의 손을 잡는다. 혜장스님이다. 다산에게 차를 가르쳐준 스승이자 세상을 논하는 벗이다. 혜장은 다산을 선방으로 이끈다. 이제부터 둘의 이야기는 달이 기울도록 이어질 것이다. _「강진 만덕산」 편에서 진경산수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뤄진 풍경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여기서 다산과 혜장의 만남을 둘러싼 풍경들은 단순한 배경물에 머물지 않고 대화에 그윽한 향기를 주는 능동적 구성물로 작용한다. 동백꽃과 구강포의 노을과 휘영청 떠오른 달이 그들이다. 풍경과 인간이 호혜롭게 서로를 지지하는 이 같은 경관이야말로 걷기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걷는 것이 쉬는 것이라면, 쉬는 것은 곧 자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옛길은 과거의 길이 아니라 하나의 ‘오래된 미래’다. 우리는 잊혀져가는 길을 온몸으로 숨 쉼으로써 파시즘적 속도에 지친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 다랑쉬 오름의 바람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머리카락은 대지를 들어 올리는 풀잎이 되고, 대관령 옛길 고개에 있을 때 우리의 숨결은 나뭇가지를 붕대처럼 하얗게 감싸는 상고대가 되어 빛나기 시작한다. 은빛 억새 바다, 백두대간 첫 고개, 자작나무 숲길을 따라 온몸으로 만나는 ‘오래된 미래’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을 거슬러 ‘느림’의 미학을 예찬하기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제1회세계느리게걷기대회’까지 열린다고 한다. 작가도 말하고 있거니와 걷는다는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두 발은 꾹꾹 눌러 내디디고 동시에 두 팔은 바람과 함께 호흡하는 ‘걷기’야말로 아날로그화의 가장 처음이 아닐까. 해서 역설적이게도 이 책의 23갈래 길 위에서는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온갖 도시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흙길, 돌길, 물길 위에서 꽃과 나무에, 바람에 눈 맞추고 귀 기울이며 느릿느릿 걷는 것은 내 몸에 주는 소중하고도 벅찬 ‘휴식’이 될 것이다. 특별히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지도와 코스를 요약해서 설명해놨다. 지도와 함께 적어놓은 해설 가운데 별(★)로 표시한 코스 난이도도 유용한 정보다. 또 길의 풍치와 느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계절도 일러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