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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죽음은 두렵지 않다
1. 죽음이 두렵던 젊은 날 자살을 생각하다 / 안락사,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2. 지금까지 밝혀진 죽음의 순간 심정지 후에도 뇌는 살아 있다 / 체외이탈의 수수께끼 / 신비체험은 왜 일어나는가? / 삶의 목적은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있다 3. 암과 심장 수술을 이겨내고 이상적인 죽음의 순간 / 연명치료는 필요한가? / 생명의 위대한 순환 속으로 특별 에세이 - 나는 밀림의 코끼리처럼 죽고 싶다 제2장 간호대생에게 말하는 삶과 죽음 사람은 죽는 순간 무엇을 생각하나 / 죽음을 앞둔 사람과의 인터뷰 / 고된 간호 현장 / 갈등의 나날 / 번아웃 증후군 / 암 환자 간호의 고충 / 지쿠시 데쓰야 앵커의 죽음 / 남은 시간을 누구에게 먼저, 어떻게 알려야 하나 / 사람은 죽으면 티끌이 되나 / 나치에 학살당한 아이들의 나비 그림 / 육체는 인간 존재의 외피에 지나지 않는다 /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대화 / 임사체험담이 비슷한 이유 / 장기 요양 병동의 현실 / 존엄사, 어떻게 마주해야 하나 제3장 뇌에 관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 / 의식이란 무엇인가? / 뇌과학 최대의 수수께끼 / 뇌는 화학적 기계장치다 / 꿈을 마음대로 꿀 수 있다? / 의식을 수식화할 수 있다? / 기계에 의식이 깃들 수 있는가 / 죽음 이후 의식은 어떻게 되는가 / 동양적 세계관에 가까워지다 맺음말 역자 후기 ‘나의 죽음은 내가 죽어야 한다’ |
Takashi Tachibana,たちばな たかし,立花 隆,본명 : 橘 隆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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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건 TV 프로그램 제작차 취재를 하면서 임사체험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죽음과 가까워진 영향이 더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의 죽음과 젊은이의 죽음, 혹은 불의의 재난과 사고에 따른 죽음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젊을 때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당연해요. 나도 젊은 시절에는 죽음이 두려웠으니까요. …(중략) … 내가 철학에 경도된 것도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두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그저 그렇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보니 점차 관념의 세계로 빠져들었지요. --- p.11~13
비이성적이고 해괴한 것에 빠져들어야만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계에 입성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 p.31 보르지긴 박사와 구도 교수의 연구 결과는 현행 뇌사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심장이 정지한 후 점점 약해지던 뇌 활동이 겨우 몇 초 동안이지만 갑자기 활발해질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죠. 만약 임사체험을 하는 도중에 뇌사판정을 받는다면 생의 최종 단계가 강제로 중단될 우려가 있는 겁니다. 따라서 뇌사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판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p.37 뇌가 고도로 진화한 결과 인류는 풍부한 상상력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거짓 기억을 만들어낼 위험성까지 짊어지고 말았다는 도네가와 박사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분도 많을 듯해요. 인간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상당 부분이 자신의 실제 기억과 학습 기억, 문화와 문명이 심어준 착각이 혼재된 ‘거짓 기억’의 집합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요. --- p.39 위스콘신대학의 신경과학자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 교수가 주장하는 ‘의식의 통합정보 이론’에 따르면 의식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네트워크를 가진 시스템이라면 어디에든 깃들 수 있다고 합니다. 생물뿐 아니라 로봇, 인터넷 같은 무생물도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이론은 현재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데, 만약 검증에 성공한다면 인간은 사망 후 뇌의 네트워크 속 연결망이 사라져 마음도 함께 사라진다고 볼 수 있어요.… (중략)… 임사체험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건 너무도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며 ‘초월적 존재’와 만나는 신비체험입니다. 방송 말미에서는 켄터키대학의 케빈 넬슨(Kevin Nelson) 교수가 진행한 연구를 단서로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인간은 왜 신비체험을 하는지와 같은 수수께끼를 풀고자 했어요. 인간은 죽음의 순간 정서, 의욕, 기억에 관여하는 대뇌변연계의 작용에 따라 백주몽을 꾸는 것 같은 상태가 되면서 충만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되는데, 바로 이때 신비체험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비체험은 뇌 속 기관 중 진화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부분인 변연계와 관련 있다는 가설을 근거로 넬슨 교수는 신비체험이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현상일 가능성을 언급했어요. 인간은 어쩌면 태곳적부터 죽는 찰나에 신비체험을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 p.40 인간이란 막상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상황을 파악하거나 그에 대처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죽음을 걱정할 여유 같은 건 없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겁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 p.52 큰아버지는 여든 살이 됐을 때 “나는 내일 죽는다”라고 가족에게 말씀하시고는 정말로 다음 날 아침에 돌아가셨어요. 일어나실 때가 지났는데도 기척이 없어서 깨우러 갔더니 자리에 누운 채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아무런 징조 없이 평소처럼 지냈지만, 아마도 본인에게는 죽음이 가까이 온 걸 짐작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겠지요. 나도 죽을 때가 가까워져 오는 걸 알게 되면 발버둥 치지 않고 조용히 가고 싶습니다. --- p.56 어린 시절 생각한 이상적인 죽음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읽은 책에 나온 코끼리의 죽음이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코끼리는 죽음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면 무리에서 떨어져 밀림 속 깊은 곳에 있는, 인간은 아무도 모르는 코끼리들의 무덤으로 향한다고 한다. 그리고 무덤에 도착하면 산처럼 쌓여 있는 뼈와 상아 위에 저 홀로 고요히 몸을 누인다고. 나도 죽을 때는 코끼리처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채 혼자서 고요히 죽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사회에서 이렇게 죽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적어도 백부처럼만이라도 죽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성싶다. --- p.67 이제 조만간 여러분은 현장으로 들어가게 될 텐데요, 맨 처음 기다리고 있는 시련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일 겁니다. 간호사의 일은 어떤 의미에서 집안일과 매우 닮아 있어서,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하려고 들면 할 일이 끝없이 생겨나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 할 수는 없고 말이에요.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이 환자도 돌봐야 할 것 같고 저 환자도 안 돌봐주면 안 될 것 같고. 그러면서 녹초가 되어 점점 지쳐가는 겁니다. --- p.87 환자 중에는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확실히 알려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은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니까요. 의사로서 환자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될지, 심리적으로 견딜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자신의 남은 수명을 사실대로 알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은지 환자에게 미리 물어봅니다. 하지만 환자가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도 괜찮으니 꼭 사실대로 말해주세요”라고 했다고 해서, 정말 사실 그대로 말해버리면 큰 충격을 받아 병세가 훨씬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일반적인 규칙을 단순 적용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하는 말의 뉘앙스를 잘 파악해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를 고민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 p.97 결국 의료라는 것은 마지막에는 환자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호할 때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환자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면, 그 환자가 사망했을 때 심리적 타격이 너무 큽니다.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조절해야만 하는 게 간호사라는 직업의 매우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p.99 여러분이 졸업하고 의료 현장에 나가면 환자의 사망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마음가짐이라고나 할까요, 마음의 대비를 제대로 해두어야 나중에 힘들어하면서 ‘나는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나 봐’ 같은 회의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사람이 태어나 죽는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봐야겠지요. --- p.100 “인간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음이란 오히려 인간 존재를 이 세계에 묶어두고 있는 육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라고 인터뷰 중에도 진지하게 답하기에, 내가 “그럼 당신은 죽는 게 두렵기는커녕 기대되겠군요.” 하고 말했지요. 그러자 박사는 환한 얼굴로 빙그레 웃더니 “네, 고대하고 있습니다(Yes, I’m expecting).” 하고 답하더군요. --- p.108 일본존엄사협회는 현재 존엄사를 희망하는 인구가 12만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과거 의사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따라 진료를 했지만, 지금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만을 고집할 경우 앞서 든 예처럼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늘어날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여기서 이익이 남는 사람들,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을 지속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어떤 관점을 취할지 정해두는 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 p.120 임사체험이란 질병이나 사고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난 사람이 의식 회복 후 이야기하는 신비한 시각체험을 말합니다. 체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영혼이 몸을 벗어난 감각, 즉 체외이탈로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고 삼도천 혹은 꽃밭 가운데를 걷습니다. 거기서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만나 행복한 기분에 휩싸였다고 말합니다. 이런 임사체험은 동서고금, 나이, 인종을 불문하고 많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 p.126쪽 흥미로운 점은 죽음의 순간에 쥐의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대량 분비되는 현상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인간도 임사체험 중에 행복감에 휩싸인다는 보고가 다수 있어서 보르지긴 박사의 연구 결과는 임사체험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설을 지지해 줄 유력한 실증연구가 될 거 같습니다. …(중략)… 넬슨 교수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기초로 뇌 깊숙한 곳에 있는 대뇌변연계가 죽음 직전 인간이 백주몽을 꾸는 듯한 신비체험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추적한 과학자예요. 변연계란 파충류에도 있는 진화 초기부터 생겨난 기관인데, 수면을 조절하거나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아직 그 신경전달물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세로토닌이 아닐까 합니다. --- p.142 의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설계한다면 의식을 부여하는 게 기술적으론 가능하겠지요. 가장 큰 문제는 의식에 ‘주체성’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미래 사회가 갈림길에 서 있다는 거예요. 기계에 주체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기계는 사용자인 인간의 도구 내지는 노예일 뿐입니다. 도구로 있는 한 기계가 아무리 높은 차원의 의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인간의 시대가 지속될 테니까요. 다만, 기계가 자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체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걸 허용한다면(로봇 3원칙 등은 무시),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포스트 휴먼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 p.158 앞으로도 과학은 늘 해석의 여지를 남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이 해석의 여지 없이 ‘임사체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식으로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 연구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르는’ 영역은 새롭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 ‘모름’은 내가 죽음에 관한 철학을 공부하며 고민하던 젊은 시절의 그것과 사실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167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조력 자살, 고령자·말기 환자 간호 문제 등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문제를 언급하며 존엄 있는 삶, 존엄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대답하기를 채근한다. 답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지금의 답도 세월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죽음은 내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저 멀리 밀쳐놓은 문제였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가까이 가져와 보기를 권한다. 어떻게 죽을지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지를 생각한다는 뜻이므로. --- p.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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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코끼리처럼 죽고 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어느 시대나 철학적 물음을 던져왔고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지금 우리는 영원토록 살 수는 없어도 더 오래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늙어가는 시간이 늘어났고,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또한 길어졌다. 그 때문일까 죽음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생각도 점차 변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닥칠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가? 죽는 그 순간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사후세계는 있는가? 이상적인 죽음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거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방광암과 심장병으로 두 차례의 대수술과 죽음의 고비를 넘긴 지(知)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흔다섯이 되는 시점에 얻은 답을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삶과 죽음’, ‘이상적인 죽음’, ‘뇌에 관해 밝혀진 사실’ 등을 주제로 잡지에 쓴 글과 대담,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죽음을 겪게 될 간호대생을 위한 강연 등을 모아 정리한 이 책에서 그는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우리는 그의 이 짧은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고백에서 일흔다섯 살 노장의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시절 실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는 그는 “죽음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면 무리에서 떨어져 밀림 속 깊은 곳에 있는 코끼리들의 무덤을 찾아가 산처럼 쌓여 있는 뼈와 상아 위에 홀로 고요히 몸을 누이고 죽어가는 코끼리처럼 죽고 싶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기까지 이 시대 최고의 과학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 NHK 프로그램 [임사체험 인간은 죽을 때 무엇을 보는가〉(1991)와 [임사체험 죽을 때 마음은 어떻게 되는가〉(2014) 제작을 위해 20여 년이라는 시간의 터울을 두고 세계를 돌며 임사체험자, 뇌신경외과 전문의,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들을 만나 죽음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그가 만나온 이른바 관념주의와 신비주의자들이 말하는 사후세계, 임사체험, 마음과 죽음의 관계, 백주몽을 꾸는 듯한 신비체험 등에 대해 들려준다. 또한 이들과는 반대의 관점에 선 뇌과학자와 뇌의학자 들이 죽음과 죽는 순간과 꿈을 꾸는 순간 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다학제적 접근 방법으로 관찰?탐구하고 해석하는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그리고 장기 요양 병원의 환자, 암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료진의 기준과 마음 준비, 죽음의 선고를 받은 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심리, 투병생활의 고통, 암의 재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같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직접 겪게 될 간호대생들에게 간호사라는 직업의 고충을 위로하고 따뜻한 조언을 한다. 다치바나는 이러한 죽음의 문제와 더불어 자살, 존엄사, 안락사, 연명치료, 장례문화 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말한다. [제1장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주간문춘週刊文春》(2014년 10월 30일 호 ~11월 13일 호) [죽음은 두렵지 않다]에서 발췌하여 엮은 내용으로 다치바나 자신이 경험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 죽음이 두려웠음에도 자살을 생각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고백, 그가 생각하는 안락사와 사후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방광암 수술과 심장 수술, 그리고 여행 중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해 철학적 사유는 물론 객관적으로 죽음을 증명하고자 시도하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관념과 과학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으면서 젊은 시절부터 고뇌해온 죽음에 대한 자신의 답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제2장 간호대생에게 말하는 삶과 죽음]은 2010년 11월 교리쓰(共立)여자대학·단기대학 종합문화연구소와 간호학과에서 열린 〈삶과 죽음에 대하여〉의 강연 기록을 재편집한 것이다. 암 환자의 진단과 투병생활, 죽음을 환자 본인과 가족 외에 가장 가까이에서 겪어야 하는 간호인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와 조언들을 담았다. 다치바나는 간호와 치료의 차이, 간호사라는 직업이 감정노동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간호대생들이 환자와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환경 속에서 겪게 될 실수와 갈등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 두어야 할 마음가짐?기준들을 조언한다. 실제 암 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의료인으로서 갖게 될 환자에 대한 고민,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서 볼 수 있는 신비체험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대화 등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병원에서 직접 접하게 될 죽음에 대해 강연하며 환자 본인이 주체적인 죽음을 생각하는 존엄사와 의료인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환자의 삶과 죽음, 그 외에도 정신의학자가 말하는 죽음의 의미까지 실제 의료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죽음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제3장 뇌에 관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문예춘추》 2015년 4월호 〈뇌에 관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을 가필·수정한 것으로, NHK 스페셜 프로그램 [임사체험 죽을 때 마음은 어떻게 되는가〉(2014) 방영 후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내용에 관해 담당 프로듀서와 나눈 대화들이다. 여기서 다치바나는 [임사체험 인간은 죽을 때 무엇을 보는가〉(1991) 취재 이후 20여 년 동안 놀랍게 발전한 뇌과학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의식과 꿈, 죽음의 순간과 꿈을 꾸는 순간 뇌세포 화학전달물질의 변화, 의식의 수식화, 죽음 이후의 의식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밝혀진 사실들을 설명한다. 그는 취재를 통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개인이 겪은 죽음의 진실과 뇌과학이 증명하는 객관적 사실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르는’ 영역이 있고 그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라고 말한다. ‘죽음이란 본래 무엇인가?’, ‘죽는다는 것은 본래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 혹은 답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다.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었는가를 말하거나 말하려고 시도한 것이 이 책이다. - 맺음말 중에서 다치바나는 의학의 발전으로 더 길어진 기대수명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살 수는 없는 우리에게 죽음과 관련된 36가지 주제에 철학과 과학, 종교를 넘나들며 짧고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답을 준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고민과 답은 그가 살아낸 세월의 깊이에서 나온 깨달음일 수도 있고, 전 세계의 뇌과학자?뇌의학 전문의?정신의학자?임사체험자 들을 만나면서 나눈 방대한 지식의 공유로 얻는 지혜일 수도 있고, 책의 서두에서 고백했듯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나이가 들어 죽음과 더 가까워지면서 죽음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 경지에 이른 자의 눈에 보이는 답일 수도 있다. 우린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인생의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할 방법이 없다. 결국 각자의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