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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명한 샤먼의 눈동자-김애란
2. 우주로 날아가는 굶주린 음표-김경주 3. 능소화의 여인-김선우 4. 탁구공이 지구보다 무거운 이유-박민규 5. 모래보다 오래된 영혼-허수경 6. 광장의 딸-공지영 7. 기찻길 옆 소녀의 고독-신경숙 8. 치파오를 입은 하숙집 딸-김인숙 9. 사랑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나-전경린 10. 시라는 여우와 연애하기-안도현 11. 열두 살에 성장을 멈춘 애어른-은희경 12. 광화문 그 사내-김훈 13. 변혁에 대한 두려움-이문열 14. 중국인 거리의 소녀-오정희 15. 오리엔트 특급- 황석영 16. 문단의 프리다 칼로-서영은 17. 피카소 그림 속 소년-김원일 18. 미완의 하얀 저고리-조세희 19. 사상을 기행하다-김지하 20. 흰 눈썹의 망년우-현기영 21. 실어증의 안개-김승옥 22.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것이다-이문구 23. 소설에게 동양의 젖을 물리다-박상륭 24.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한승원 25. 청송 오일장에서 본 문학의 빛-김주영 26. 게 망태기와 야윈 젖가슴-이청준 27. 빈손의 시학-신경림 28. 닫힌 왼쪽 귀의 노래-고은 29. 완서라는 이름의 은빛 물고기-박완서 30. 칼슘의 여왕-시인 김남조 31.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32. 잉구베이타의 시인-김춘수 33. 누가 미당의 이마를 짚을 것인가 _ 미당 서정주 |
鄭喆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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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믿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면 알 수 없는 부력에 의해 다시 표면으로 불쑥 솟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그것입니다. 바닥에 내려갔을 때 다시 밀어 올려주는 것, 그것은 희망 아니겠어요? _김인숙
상처나 치유는 생이 계속되는 한 생겨나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혹자는 상처 입고 호들갑을 떤다고 하지만 예술가란 낚싯대의 찌처럼 1밀리미터쯤 미끼를 잡아당기면, 혼자서 그 열 배로 춤을 추어서 겨우 물고기가 1밀리미터쯤 잡아당기고 있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광대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요. _공지영 소설을 쓰기 전에는 일상 거의 모든 것을 견디기 어려웠어요. 어제 한 말을 오늘 또 다시 해야 하는 나날은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힘들었어요. 글을 쓰면서 꽃이 피고 있다는 감각을 얻었지요. _전경린 개인적으로 제 자신에게 불만이 있어요.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부분적으로 아파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온 몸으로 아파하는 문학을 그려보고 싶어요. _은희경 이제 묶는 조각들은 이 물가에 살면서 내 영세한 생계를 버티어내기 위해 쓴 것들이다. 본래 그러한 것들을 향해 입을 벌려 지껄일 필요는 전혀 없었을 터인데, 나는 일삼아 지껄였고 지껄일수록 가난해졌으니 불쌍하다. 나여. 어째서 늙은 강물 옆에서 침묵하지 못 하는가……. 덜 삭은 슬픔이 창자를 씻어 내린다. _김훈 천국에는 소설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설은 상처와 불안을 먹고 자라지요. 해결을 본 상태에서는 치열한 글이 나오지 않아요. 이미 초연히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말이죠.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은 삶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말대로 ‘어디를 향해 짖어야 할 줄 모르는 사냥개’가 소설가인 것이죠. 모든 사랑하는 관계가 다 그러하듯 문학은 내 안의 천국이자 지옥입니다. _오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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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서사가 무너진 90년대 초 『풍금이 있던 자리』로 ‘문체의 혁명’이란 찬사를 들으며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경숙. 그 이후 『깊은 슬픔』 『외딴 방』 『리진』 『엄마를 부탁해』 등을 출간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핵심 작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부신 문학적 성공 뒤에는 가난이란 골리앗과 싸우던 힘겨운 시절이 있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상점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신경숙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전기가 들어온 강촌에서 서울로 올라와 구로 3공단 전철역 부근 닭장집에서 오빠들과 살며 동남전기주식회사에 취직해 스테레오과 생산부 A라인에서 일했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모조리 베껴쓰는 문학수업이 시작되었던 시절이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라고 시작하는 『칼의 노래』의 작가. 한국문학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김훈의 문체는, 한국일보 기자 시절 그가 연재한 글을 읽으려 작고한 평론가 김현 선생이 김훈의 기사가 실리는 날 한국일보를 매주 사보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의 에세이는, 그가 연필로 꾹꾹 눌러쓴 에세이와 소설은, 그의 이념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읽고서 매혹당하게 만들고야 마는 김훈 특유의 문장으로 문단과 독자의 인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런 김훈에게도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60년대를 풍미한 무협지, 아버지의 번안소설〈비호〉를 간하면서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소년 시절에 병석에 누운 아버지의 구술을 받아서 무협지 원고를 대필했었다. 그것이 내 문장 공부의 입문이었다.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그 원고료로 밥을 먹고 학교도 다녔고 용돈을 타서 술도 마셨다. 그 아이가, 그 아버지의 나이가 되도록 늙어서 다시 그 책을 펴내니 눈물겹다.” 신간 『뒤집어져야 문학이다』는 국민일보 문학전문기자인 저자가 오랜 기간 작가들과 만나면서 글을 쓰기 위해 넘어서야 했던 삶의 어려움들과 그들의 문학적 성과를 들려주는 책이다. 학원 앞 분식집 서빙, 새벽엔 신문배달, 시체 닦는 일도 해보았고, 몇 달간 노숙 생활을 한 김경주, 세 번의 이혼과 결혼 속에서도 그것을 오히려 자신의 문학의 자산으로 바꾸어놓은 공지영, 이념을 좇아 가족을 버리고 간 생부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진 이문열, 전쟁으로 인한 비극 속에서 그것을 견뎌내며 자신의 소설의 자양분으로 만들었던 고 박경리..... 저자의 말대로 그들은 몇 번이고 인생을 뒤집던 불우의 전력을 문장의 저력으로 환원시킨 광인이었고, 그들의 문체의 힘은 자신의 인생을 뒤집은 그 힘에서 나왔다. 작품을 통해서는 만날 수 없었던 작가들의 또다른 삶의 이면을 읽는 일은 우리 앞에 골리앗처럼 서 있는 삶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이겨내고 자신의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가 믿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면 알 수 없는 부력에 의해 다시 표면으로 불쑥 솟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그것입니다. 바닥에 내려갔을 때 다시 밀어 올려주는 것, 그것은 희망 아니겠어요? _ 김인숙 책 머리에 문학기자로 문단을 출입한 지 어느덧 12년 세월이다. 돌이켜보면 문학은 가당치 않은 틈입자인 나를 거덜냈다. 내가 만난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상처를 문학적 원천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광기와 독기를 뿜어냈다. 반경 백 미터 내에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원폭적 광기와 독기. 그들의 속모를 눈동자에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야 했으니 여기 수록된 글들은 한 시절의 속기록에 가깝다. 그들은 타오르고 있었다. 어떤 지리멸렬을 견디기 위해 창작에의 충동을 가슴에 품은 채 스스로를 풀무질하고 있는 방화범이 그들이었다. 그 불에 덴 사람은 그들 자신이었다. 내가 만난 작가나 시인들은 자신 안의 불길로 타다 남은 잿더미 속에서 스스로를 건져 올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몇 번이고 인생을 뒤집던 불우의 전력을 문장의 저력으로 환원시킨 광인이었다. 문체의 힘은 그 뒤집어짐에서 나왔던 것이다. 스스로를 재탄생시키려는 몸부림이 뒤집어짐이었다. 무엇인가에 들리게 되면 문장은 부력을 갖고 중력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들은 허공에 떠오르려는 공중부양의 유혹을 가까스로 참고 지상에 남아있는 깃털들이었다. 10년 전 미당 서정주 선생을 월담해 대면한 이래 나는 내내 문학의 담장에 걸린 초승달의 심정이었다. 미당의 매섭고도 촉촉한 시선이 잊히지 않는다. 어두운 거실 저편에서 뭔가 마성에 서려 있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시인은 이제 질마재의 귀신이 되었다. 헤아려보니 내가 만났던 문인 가운데 세상을 떠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노경(老境)에 이르렀던 탓도 있겠지만 세월을 견디지 못하는 게 또한 문학이라는 생각에 새삼 무상해진다. 그동안 문단의 주역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주역들이 등장했다. 이 자연스런 교체야말로 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문인이기 전에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한 인간이었다. 마치 오래 전에 헤어졌던 사람처럼 낯설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할 때쯤 운명의 꽃인 그 헤어진 사람과도 같은 문학을 마땅히 만나기 위해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 만남의 풍경 자체가 문학의 본질일 것이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도지곤 했던 화평한 슬픔 땜에 난 술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문학은 비어 있고 문학에는 벽이 없다. 문학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열 수 없는 비밀의 문과도 같다. 그 문을 여는 열쇠가 이 책 어딘가에 숨어 있기를. 문학이여, 문학인이여, 언제나처럼 둥근 침묵으로 이 어두운 시대를 견디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