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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Egl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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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서 바람이 오면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 바람이 동쪽에서 부는 날이면 유황 냄새에 목이 콱 멘다. 그게 북풍인 때에는 시커먼 연기가 머리 위로 날아든다.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쪽에서 바람이 일어나면, 딱히 다른 단어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 정말 똥냄새가 난다. 이 바람 한가운데에 사는 우리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런 것에는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는다. 결국 이건 습관의 문제이다. 사람은 모든 것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7쪽
나는 철로 변에서 놀았고 전신주를 올라갔으며 폐수 처리장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 그리고 커서는 폐차장에 버려진 자동차의 찢어진 좌석에서 첫 섹스를 했다. 나의 추억은 기름에 오염된 바다에 빠진 물새의 추억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아무튼 추억은 추억이다. 아무리 나쁜 고향이라도 정이 붙게 마련이다.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찌든 때처럼. --- pp.12~13 서둘러 잠들고 싶지도 않다. 꿈속에서 대가리 없는 짐승들이 내게 복수를 하려고 떼 지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고, 사람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아니고, 내게 선택권이 있었던 일도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헛일이었고, 여전히 그놈들은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된다. 그리고 악몽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바로 다른 악몽으로 갈 생각을 해야만 한다. --- p.27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때와 너무 비슷한 나머지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발목이 잡히고 조금씩 늪 속으로 미끄러져 빠져들게 된다. 건너편에 강둑이 보이지만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강둑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일 초마다 목이 죄어들고 일 분마다 부랴부랴 허둥거려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낮 다음에 자연스레 밤이 오고 계절은 저절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 같은 사람은 잊고 산다. --- pp.94~95 아침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침과 같은 건 아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아침인지 아닌지조차 눈치 채지 못한다. 밤과 아침의 차이가 미묘해서 아침을 구별하려면 꽤나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 색조만 조금 더 밝을 따름이다. 심지어 늙은 수탉조차도 구별하지 못한다. 어떤 날에는 낮에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다. 물론 태양이 텄을 테고 저 지평선 너머 안개와 매연과 묵직한 구름과 대기에 매달려 있는 먼지 속 어디쯤엔가 그 태양이 있을 것이다. 북극의 밤이 잔뜩 흐렸다고 상상하면 될 것이다. 우리의 낮은 종일토록 바로 그것과 흡사하다. --- p.168 일간지 『위마니테』에 따르면 에글로프는 해학과 시적 표현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는 독특한 작가이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한쪽에는 진부한 일상에 대한 냉소, 다른 쪽에는 감상주의라는 낭떠러지로 실족하기 십상인 좁은 길을 나아가는 에글로프의 행로가 평론가의 눈에는 아슬아슬하게 비쳤다. “첫 작품은 가능성은 보였지만 의혹이 남았고, 두 번째 작품은 가능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미심쩍었으며 『도살장 사람들』에 이르러 그 의혹마저 말끔히 씻겨 나갔다.”고 평했다. 그가 자아내는 웃음은 현실에 대한 차가운 냉소나 남에 대한 우월감과 자아도취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요령껏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망설임과 허둥거림에 동참하며 느끼는 자기조롱에 가깝다. 악취 나는 현실을 그리되 더럽게 보이지 않고, 빙그레 웃게 만들지만 조롱에 빠지지 않는 가느다란 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의 기량은 『도살장 사람들』에서 확인되어 2005년 「엥테르 상」을 받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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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처리장, 쓰레기하치장, 폐차장에 둘러싸인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 일 년 내내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고, 비행기가 공중에서 뿌리는 윤활유가 비처럼 내려 끈적끈적하게 몸을 휘감는 곳, 바람 따라 악취가 풍겨나는 황량한 이곳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도살장에서 가축을 죽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피와 체액 그리고 동물들이 질러대는 비명으로 가득 찬 도살장, 그곳에서 조금씩 미쳐가며, 현실에 적응해 무기력하게 삶을 계속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남자는 늘 시궁창 같은 삶에서의 탈출을 열망한다. 한때 그도 폐허와 같은 이곳에서 사랑도 하고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돌아오는 것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일상뿐, 그에게 현실이란 잠 없는 길고 긴 악몽일 뿐이다. 벗어날 수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이 죽인 도살장 짐승으로 변하는 악몽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통해 길 잃고 방황하는 암울한 삶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린 조엘 에글로프. 이제 에글로프가 안내하는 황량한 세기말의 풍경은 그가 자기 스타일로 재해석한 현대의 서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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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현실 속에서 길 잃은 사람들,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 1위! 2005년「엥테르 문학상」수상작! 프랑스 독자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소설! 해학과 시적 표현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는 독특한 작가, 조엘 에글로프를 만난다! 『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로 국내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 조엘 에글로프의 소설 『도살장 사람들』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 가장 문제적 작가”라는 특별한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조엘 에글로프는 이번 작품으로 독자들이 직접 뽑는 문학상인 「엥테르 문학상」을 수상했다. 특유의 해학적 시각으로 어수룩한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펼쳐 보인 『도살장 사람들』, 조악한 환경의 소도시에서 소망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는 진창 같은 삶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길을 잃고 헤매는 그들의 모습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이 도살장 짐승으로 변하는 악몽을 꾸는 주인공을 통해 암울한 삶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린 『도살장 사람들』은 탈출구조차 찾을 수 없이 뿌연 안개로 뒤덮인 인생, 그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문제작이다. “나는 철로 변에서 놀았고 전신주에 올라갔으며 폐수처리장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 그리고 커서는 폐차장에 버려진 자동차의 찢어진 좌석에서 첫 섹스를 했다.” 일 년 내내 안개가 끼고 똥 냄새가 나는 곳, 어린아이는 창백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늙을 수 없는 곳. 폐허와도 같은 황량한 그곳에 다른 생명을 죽여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도살장 사람들이 있다. 도살장에서는 동물을 죽이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폐차장에서 고물을 줍거나, 폐수에서 썩어가는 물고기를 잡으며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 중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악취 나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발 딛고 선 땅을 박차고 나갈 용기 또한 없다. 어쩌면 이들은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폐수처리장, 쓰레기하치장, 폐차장에 둘러싸인 마을에 사는 어수룩한 사람들의 어두운 일상을 작가 특유의 해학적 시각으로 그려낸 『도살장 사람들』은 프랑스의 젊은 작가 조엘 에글로프의 네 번째 소설이다. “프랑스 문단의 가장 문제적 작가” “해학과 시적 표현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는 독특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조엘 에글로프는 장지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 장의사를 그린 『장의사 강그리옹』과 일식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그린 『해를 본 사람들』등의 전작으로 국내에서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현대문학에서 소개하는 에글로프의 네 번째 소설『도살장 사람들』은 프랑스 평론가들로부터 “첫 작품은 가능성은 보였지만 의혹이 남았고, 두 번째 작품은 가능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미심쩍었으며, 『도살장 사람들』에 이르러 그 의혹마저 말끔히 씻겨 나갔다”며 그의 작품세계가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게 한 소설이다. 악취 나는 현실을 그리되 더럽게 보이지 않고, 빙그레 웃게 만들지만 결코 조롱에 빠지지는 않는 균형감각을 멋지게 펼쳐 보이는 조엘 에글로프. 이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적 표현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는 에글로프의 작품을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