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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겸손한 삶
작은 나라 스위스 스위스의 작은 칸톤, 아펜젤 독일 국경 너머 아펜젤로 향하다 아펜젤,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다 아펜젤의 축제 속으로 알프스의 시간은 지상과 다르다 소박한 알프스 사람들 예술을 사랑하는 알프스 산골 사람들 자연을 사랑하고 예술적 감성을 키우다 아펜젤 독일어만이 가지는 감성과 유머 역동적인 아펜젤 종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요들소리에 귀 기울이다 알프스 산골에서 키우는 동물들 아펜젤의 치즈와 음식들 아펜젤의 전통은 축제를 타고 흐른다 자연과 함께 하다 아펜젤의 시간을 추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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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펜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을 꼽자면 단연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직접민주주의 현장이자 최고의 입법기관이며, 마을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엄숙한 이 역사의 광장은 14세기경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아펜젤의 마을광장 보리수 옆에 약 3,000명의 주민들이 모여 집회를 갖는데,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관광객들까지 합치면 작은 마을은 인파로 가득 넘친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손을 들어 표결을 하지만, 그 어떤 외부적 압력도 받지 않고 누구나 자유로이 의견을 표현한다. 압도적인 다수일 때는 쉽게 가결을 선포하지만, 불명확할 상황이면 일일이 거수자의 수를 헤아린다. 현안문제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투표함에 투표를 한 사실은 없다. --- p.50 아펜젤 축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어린이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이다. 아펜젤의 상징인 곰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로 분장한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환한 기쁨을 안겨준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별도행사를 마련하지 않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참여하여 즐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어린아이들을 앞세우며 어른들이 들러리 역할을 해준다. 어린이에 대한 아펜젤 어른들의 배려에는 감동적인 것들이 많다.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안전대책이다. 어느 골목길이든 찻길로 통하는 골목 출구에는 거쳐가야 할 차단장치가 3겹으로 되어 있다. ‘어린이 유괴방지용 시계’를 발명한 것도 바로 이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위험에 직면하면 120데시벨의 비상신호음을 냄으로써 유괴범의 기도를 즉시 좌절시킬 수 있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잘해주면 이기심과 의타심을 키우게 되리라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어린이교육은 그간 아이들을 한낱 어른들을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써 다루어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에서 비롯하여,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기만을 요구하는 어른 위주의 가치관을 문제로 삼는다. --- pp.77-78 9세기 초 샤를마뉴 대제의 식탁에 오를 만큼 높은 명성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아펜젤 치즈는 다른 지방의 것에 비해 유난히 작다. 1282년도에 적힌 기록을 살펴봐도 그 무게가 6~8킬로그램을 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10세기 말 알라만 인과 레토로마 인들은 알프슈타인 주변에 정착하여 지역을 개간하고 사냥, 목축, 알프스 영농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후 상 갈렌 수도사들이 들어와서 기독교를 전파하고, 1071년부터 아펜젤의 교구교회가 세워지고 점차 수도원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농지활용이 수월치 않았던 사람들은 농산품 대신 매년 그들에게 치즈를 세금으로 바쳤다. 이때부터 ‘대등가치가 있는 공물’은 어떤 연유인지 무게가 아니라 개수로 납품하기로 상 갈렌 수도원장과 약정하였고, 그리하여 아펜젤 농민들은 치즈를 되도록 작게, 여러 개로 만드는 꾀를 부리게 되었다. --- pp.157-158 약 5,000명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는 상 갈렌 대학(HSG)은 1898년에 상과대학을 주축으로 창립되어 창조적인 마인드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600여 년이 넘는 대학들이 즐비한 유럽 내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입장이지만, 경영학, 경제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경영실무 법 분야를 옹위하고 있는 국제 MBA 및 박사학위(PhD) 프로그램은 이른바 정예주의로 치열한 경쟁대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베겔린 은행(1741년 설립)도 이곳에서 출발했다. 활발한 무역업무의 지상과제를 천명하기 위해서 화려한 건물 꼭대기에는 헤르메스 신상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의 유명한 사립학교 ‘로젠베르크 연구소’가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엘리트들을 수용하고, 세계 각 대학과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상 갈렌을 무역, 상업, 금융,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드는 싱크탱크이다.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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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조차 축제로 만들어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곳이 유럽 국가 중에 있다면 믿겠는가? 믿지 못하겠더라도 믿어야 한다. 스위스는 각 주 단위인 칸톤별로 중요한 사항이나 입법 등을 주민투표로 정한다. 그리고 매년 3~4번 이상씩 연방정부의 결정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한단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볼 알프스의 작은 마을, 아펜젤에서는 ‘란츠게마인데’를 매년 연다. 14세기부터 시작됐다는 이 마을투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는 의무적인 입법행위다. 이걸 보기위해 몰려든 관광객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투표가 끝나면 란츠게마인데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모두 모여서 해마다 색다른 컨셉의 행사를 열고 마을 사람들 모두 모여 하나됨을 즐긴다. 아펜젤은 독일에 가까운 스위스의 변방에 있지만 알프스를 끼고 있어 평화롭고 행복한 곳이다. 물론 예전부터 그래온 것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옆마을 가족친지와 다른 국적으로 갈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고, 종교전쟁의 광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알프스의 맑은 공기 때문일까. 이곳 사람들은 그런 역사적 부침을 이겨내고 알프스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알프스가 전부이지만 풍요로움 삶 알프스는 많은 것을 인간에게 베풀어준다. 맑은 공기와 물을 주고, 그것을 통해 아펜젤 사람들은 목축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펜젤러 치즈는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을 딴 치즈 브랜드가 생길 정도다. 알프스 산맥 곳곳에 들어선 마을들은 그 주변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탐사코스나 산책게임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고 생계를 유지한다. 굳이 땅을 파헤치고 공장을 세우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든 셈이다. 예전부터 건강회복을 위한 요양소나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던 이 지역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기능도 갖췄나보다. 토마스 만은 아내의 휴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고전명작으로 꼽히는 《마의 산》을 집필했고, 로버트 발저는 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아름다운 시와 소설을 써냈다. 알프스가 가지는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알려진 소설도 이곳이 배경이다. 미친듯이 돌아가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고속 발전만을 추구하는 요즘에 어울리지 않는 느긋하게 살아가는 스위스의 작은 칸톤, 아펜젤. 하지만 그 속에는 문화유산이 맑은 계곡물처럼 흘러넘치고 정신적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땅을 파헤치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색다른 발전을 보여주는 스위스에 빠져든 작가와 함께 아펜젤의 일상을 체험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