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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동전
깊은 강 적멸 가면의 영혼 죽음의 질문 저문 시간 베니스에서 죽다 시인의 시간 숨겨진 존재 물의 길 섬진강 해설: 지금-여기에서 존재 탐구가 뜻하는 것 - 성민엽 작가의 말 |
JONG,CHON,鄭贊, 본명 : 정찬동
정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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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기억의 힘으로 존재를 찾아가는 탐색
동인문학상, 2002년 올해의 문장상 수상 작가
정찬의 네번째 소설집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세계를 지키는 엄격한 태도를 일관해온 정찬의 네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이 소설집 『베니스에서 죽다』는 폭력적 권력에 대한 비판과 존재 탐구라는 지금까지의 일관된 작품 구도가 시간과 기억에 가 닿고 있음을 말해준다. 첫 작품집에서 제기되었던 ‘시간’의 문제가 이번 작품집에서는 핵심적인 것으로 대두된다. 직선적이고 토막토막 분할되며 과거를 삭제하는 시간의 파괴성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작가는 기억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이 작품집에 실린 11편의 소설들을 통해 시간에 대한 다양한 고찰과 상상을 담아내고 있다. 정찬의 존재 탐구가 1980년대 현실에서는 폭력적 권력에 대한 비판의 근거였다면 지금은 무엇일까. 소설 속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자본의 욕망은 빠름을 요구한다. 빠름이 낳은 것은 시간을 단축시키는 삶, 시간에 의해 추적당하는 삶이다. 뒤를 돌아보는 자는 도태한다. 귀중한 본질은 과거에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 있다. 〔……〕 과거는 들어갈 수 없는 땅이다. 들어갈 수 없는 땅은 땅이 아니다. 그들에게 과거란 부재의 세계다. 그러니 과거의 넋이 있을 턱이 없다.” 이와 같이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후기자본주의 사회든, 소비사회든, 정보화 사회든, 혹은 다른 무엇이건 간에)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그것과 싸우는 일이 지금 여기(혹은 이 소설집)에서 정찬의 존재 탐구가 뜻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비판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탐구 자체가 비판이 된다. 풍부한 고통이 그 탐구와 비판을 더욱 예리하고 더욱 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 정찬은 더욱 완숙한 작품들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인간에게 시간만큼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어떤 권력도 시간의 권력을 능가하지 못한다. 절대 권력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자세는 부복이다. 인간은 시간 앞에서 부복한다. 이 부복의 공간 속에서 인간에게 허용된 유일한 반란이 있다. 기억이다. 기억은 인간으로 하여금 한번 흘러가면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섬진강」 중에서 세상은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거니와 정찬 소설은 결코 그 변화의 바깥에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변화에 일관된 태도로 대응해왔을 뿐인 것이다. 그리하여 정찬 소설의 일관성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변증법을 다른 누구보다도 잘 보여준다. 변하는 것에 현혹되어 변하지 않는 것에 맹목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도 흔한 요즈음 이러한 정찬의 소설 세계는 귀중하다 아니할 수 없다. ─성민엽, 해설 「지금-여기에서 존재 탐구가 뜻하는 것」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