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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라임 라이더 아름다운 아델라이데 목성의 마지막 오후 안단테 아르페지오 아무도 말한 적 없는 슬픔 아보카도 아지트 흔적 당신은 재즈처럼 엔딩 크레디트 스토리텔러 be my Muse 차라리 체리파이 팝콘 파라다이스 좋은 시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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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나이는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기다리고 있지 사랑이라 부르지 않아도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물 흐르는 아픔과 꽃 피는 고통을 알게 되었어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리워하고 있지 더럽혀지고 버려져도 죽을 때까지 사랑인 사랑을 --- 「차라리 체리파이」 중에서 저기, 기억나요? 그 영화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죽을 만큼 사랑하는데,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죽을 만큼 행복한데, 난 그 행복이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았어요. 그 벅찬 시간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이제 곧 망가지고 망가뜨리고 심장이 멎을 만큼 고통스러울 거야, 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결국 그렇게 되었죠. 결국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 그 사람과 나는 엔딩 크레디트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때, 우리가 만났으니까요.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무엇, 그래도 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무엇, 아직 무어라 말하기엔 이른 그 무엇에 대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거예요. 지금은 다만 그렇게만 말할 수 있어요. --- 「엔딩 크레디트」 중에서 그녀는 피곤했고 다리가 아팠고 심장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러나 쉬지 않고 걸어가면, 언젠가 집에 도착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지않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 속에 들어가 달콤한 슬픔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 「be my Muse」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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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동화를 꿈꾸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처럼 사랑할 수가 있을까 지금보다 더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어제보다 오늘 이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까? 황경신 작가는 미발표 신작『종이인형』에서 열다섯, 무지개빛 색깔을 담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다. 하지만 ‘사랑 동화’라고 해서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마시멜로처럼 한없이 말랑한 ‘사랑’만 기대했다면 조금 더 찬찬히 읽어봐야 한다. 어쩌면 그녀가 사랑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 모든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이었다. 라는 ‘be my Muse’의 한 구절이 그녀가 노래하는 사랑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에 탄생한 황경신의 동화는 비오는 날 남겨진 빈 라테 잔과 같이 쓸쓸하고도 애틋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죽을 만큼 사랑하는데,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죽을 만큼 행복한데, 난 그 행복이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았어요. 그 벅찬 시간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이제 곧 망가지고 망가뜨리고 심장이 멎을 만큼 고통스러울 거야, 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어요. (‘엔딩 크레디트’ 중에서)라며 사랑과 행복의 또다른 이름 슬픔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처럼 사랑할 수가 있을까, 지금보다 더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어제보다 오늘 이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오직 궁금한 것은 그것이었다. 라며 가슴 터질듯 짓눌러오는 사랑의 ‘흔적’ 앞에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나이는 지났지만, 아직도 사랑이라 부르지 않아도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기다리며(차라리 체리파이), 언제까지나 그리워하며 그럼에도 사랑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황경신 월드’의 언어와 미학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아련함과 먹먹히 가슴을 적셔오는 슬픔이 사랑이란 식물을 기르는 거름이자 물이다. 동화라는 순수한 공간에서 사랑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순간에 찾아온 비극(팝콘 파라다이스)과 비극의 끝에서 시작된 사랑(라임 라이더)이 교차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체념한 순간 사랑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고(아무도 말한 적 없는 슬픔), 아보카도들과의 대화를 통해 거의 포기했던 사랑을 다시 이어간다(아보카도 아지트). 끝내 피지 못한 꽃망울 같던 빛바랜 시간도 기억 너머로 출렁인다. 사랑스런 연인의 옛 연인의 존재에 집착하며 소심해지다가 결국 진실을 회피하고(당신은 재즈처럼), 한 여인의 파티 같은 장례식장에 그녀의 옛 남자들이 모두 모여 대화(좋은 시절)를 나누기도 한다. 이야기의 색깔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사랑'이란 슬픔과 기쁨을 모두 안고 있는 하나의 얼굴인 것이다. 슬픔의 식물을 키우며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하다가 가벼워지라고 위로를 건넨다(안단테 아르페지오). 그리고 ‘성장’과 ‘어른’이란 이름으로 잊고 지내라 강요되는 감정들과 이미 잊어버린 기억들 속에 무뎌진 시간들을 엉뚱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빚어낸다. 충동적으로 떠나며 시작되는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설정 자체만으로도 먹먹해지고 아련한 ‘아델라이데’, 끝을 앞두고 드러나는 애틋한 드라마 ‘목성의 마지막 오후’는 상상의 시공간 속에서 그 시절의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립지만 외롭지 않았던, 행복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날들. 그 짧고 강렬한 햇살과 같은 추억의 단편들. 사랑을 둘러싼 천변만화 같은 동화에 젊은 일러스트레이터(이해정 외 7명)의 참신하고 다양한 일러스트가 예쁘게 입혀져 더욱 동화의 품격과 사랑을 높인다. 사랑은 좀 더 무겁고 깊은 무엇이어야 한다. 사랑은 우리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무겁고 깊은 무엇의 중심에 존재해야 한다. 사랑은 우리의 힘과 의지로 시작하거나 유지하거나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느냐 마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랑은 완벽하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우리가 그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랑을 모욕하는 일이다. 라는 ‘라임 라이더’의 한 구절처럼 황경신 작가는 애틋한 그리고 너무나 완벽한 그 이름 ‘사랑’을 노래한다. 크고 작은 설레는 꿈을 꾸며 늘 마음 깊이 사랑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에 아파했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사랑 동화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