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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체
책의 시점: 새로운 자율성을 향하여 1장: 유혹 1. 그림자 없는 그림의 세계 - 매혹과 동시에 신성모독을 유발하는 홍경택의 그림 2. 손의 수다스러움, 눈의 쓰다듬음 - 유승호의 회화라는 육체에 써진 텍스트 3. 사물의 무대 - 매혹적 환영을 상연하는 최지영의 그림들 4. 멜랑콜리아들 또는 나쁜 꽃 - 김성수의 그림을 통해 본 지금 우리의 심리 5. 알고리듬 회화 표면의 영도(零度) - 이상남의 완벽하게 평면적인 이미지 공간 2장: 관찰 6. 회화, 이 빛, 이 불(火), 이 운동 - 유근택이 일궈나가는 한국 동양화 내러티브 7. 쇠락한 곳, [청운시민아파트] - 현실의 진면모를 기록하는 정재호의 동양화 8. 망치의 회화 - 김 을의 ‘정직’과 ‘경험’이 구현한 세계 9. 어느 냉철한 이성의 탐미론 - 문범의 모순들이 구축해 내는 아름다운 가상 10. 한 탐미주의자의 기계적 재현 - 정신집중과 관조적 태도를 요구하는 구본창의 사진들 11.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유토피아 - 박홍순의 ‘주변부 한강’ 사진에서 읽는 우리의 꿈 3장: 경계 12. 꿈 공장의 원더풀 리얼리티 - 정연두의 시뮬라크럼 루시다 또는 진사진경 13. 덧없는 이미지의 무대 - 김아영의 ‘숏컷’, 포토몽타주 작품들 14. 고도 현실주의 사회의 비디오아티스트 - 이분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함양아의 영상작품 15. 파열된 풍경의 빛 - 에라스무스 슈뢰터와 안세권의 사진이 공유하는 초현실적 문화 경험 16. 이중 강압 - 천경우 사진에서 영상과 인간의 상호 응대 17. 테크놀로지시대의 신체와 그로테스크 이미지 - 인간과 기계의 병합 상태를 현상하는 손종준의 [defensive measure] 4장: 확장 18. 창작의 소멸 혹은 소실점을 향하여 - 관객의 자리에 선 작가 윤동천 19. ‘하늘공연장’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 홍영인의 한시적 설치미술 20.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법 - 지니 서의 회화와 비평의 동반 21. 49개의 방과 조각의 열린 미로 - 이야기하고, 그리고, 만드는 안규철의 공간예술 22. 어떤 미술의 하이퍼텍스트 - 현실관찰과 경험을 원천으로 ‘이미지의 직물’을 짜는 함경아 23. 복잡계 안 원리를 향한 충동 - 김주현의 [복잡성의 법칙에 관한 연구]에 대한 미학적이며 의사(擬似)물리학적 연구 5장: 정치 24. 북두팔성의 아이덴티티 -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성좌에서 박이소의 자리 25. 믿음의 테크놀로지 - 박찬경의 [신도안] 영상이 계룡산을 담론화하는 기술 26. 능공허보의 도망자 사진 - 강홍구의 시시하게 아름다운 사진들 27. 더욱 더 먼 시선의 거리 - 이성희의 사진 속 ‘그들’과 ‘우리들’ 28. 네 이웃의 미술, 명작에 反하여 - 임민욱의 시공간 특정적 미술 29. 쌀과 말의 섞임, 지속 가능한 삶의 미술 - ‘믹스라이스’의 이주노동자 중심 예술 프로젝트 글 출처 책을 마치며: ‘그래, 나도 비평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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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비평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대략 10년이 넘어간다. 이 시간이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잡필(雜筆)’에 매달려 온 세월이었는지 내 노트북 두 대의 ‘critic’ 폴더는 상당히 많은 작가들, 전시들, 논제들, 사건들 따위를 두고 쓴 비평문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렇게 배도 안 부르게 쌓여 있는 글 중에서 작가론만을 따로 모았고, 거기서 이 책의 골격을 이루는 5개 주제에 부합하는 글들을 선별, 배치했다. 그 작업은 마치 성좌와 같은 배열의 원리 속에서 이뤄졌는데, 이는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하늘 위에 미술가들과 그들의 미술로 이뤄진 별자리를 그려보고 싶다는 내 소망이 무의식에서 작동한 탓이리라. --- p.8
나는 ‘미술’이란 우리가 매혹될 수밖에 없고,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사랑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책 또는 한국 현대미술로 들어서는 관문에서 궁극적으로 채워질 수 없고, 다다를 수 없는 예술의 ‘무엇’에 매력을 느꼈으면 한다. 맨 앞 장에 유혹을 설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9 미술의 보다 큰 자율성과 생산성은, 미술인들이 미술은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를, 이기적 차원에서 벗어나고 여타 이차적 문제(돈, 명성, 권위, 영향력)로부터 거리를 둔 지점에서 풀어나갈 때, 미술 스스로 확보하리라. 이를 위해 미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미술가들이 ‘시스템 편입자’가 아니라 ‘시스템 유발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예술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팔릴 수 있는 미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면화한 이가 아니라 ‘개인의 미적 자유가 곧 공동체적 삶의 자유로 승화될 수 있는 사회체제를 추동하는’ 예술가가 되자는 것이다. --- p.23 미술이라는 장에 한정해서 말해 보자면, 당신이 작가(artist)든 비평가든 감상자든 ‘그래, 나도 OO이다’라는 의식을 갖고, 소위 전문 영역으로 분리된 경계를 ‘가로지르기’야말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고, 사고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작품을 향유하고, 그러면서 전체를 경험하고 이해해 가기, 바로 그 일 말이다. --- p.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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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작가 29명의 미술(회화, 사진, 설치, 영상 작품 등)을 몸통 삼고, 예술가인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내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대지로 딛고, 비평가의 지각을 작은 스코프 삼아 쓴 책. ‘한국 현대미술’을 우리 현실의 맥락 속에서 미술비평과 미학을 통해 읽고자 했다. 서구 권위적 미술사가 정의한 명작이나 거장과는 거리를 둔, 역사적 정통성이나 천재성을 논하기에는 어딘가 넘치면서도 부족한 감이 있는 ‘지금 여기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현실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하늘 위에 미술가 29인과 그들의 미술로 이루어진 별자리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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