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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덜 중요한 부분에 사로잡히다
Ⅰ. 몸 1. 손손으로 쓰는 메시지 2. 눈나를 바라보는 너 3. 코자존심과 욕망 사이 4. 입술입술로 그리는 표정 5. 머리카락자꾸만 만지고 싶은 그것 6. 유방여자의 권력 혹은 자비 7. 팔부재하는 것의 힘 8. 배와 배꼽인체의 중심에서 9. 등몸의 그늘 혹은 매혹 10. 음모그려지지 않은 노출 11. 엉덩이넉넉하고 튼튼한 육체의 대지 12. 발관능적이거나 겸허하거나 Ⅱ. 몸짓 1. 미소애매하고 다면적인 웃음 2. 키스숨결과 영혼의 결합 3. 눈물액체로 된 포옹 4. 응시환영과 허영의 경계 5. 접촉마음을 어루만지다 6. 뒷모습가까우면서도 먼 7. 베일진리를 말하는 은밀한 방법 도판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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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에는 우리의 시선을 매혹하는 기이한 세부가 존재한다. 이런 세부 때문에 아우라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우라가 무엇인가? 신비에 가까운 감정으로 의미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비지성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지극히 심정적인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푼크툼이 있는 이미지는 아우라와 접맥되는 것이다. 여기 미술작품의 디테일, 특히 몸의 세부들은 분명 시선의 유예, 방황, 정지, 황홀경을 불러일으키는 번뜩이는 순간을 제시한다. 이처럼 시선을 매혹
하는 수많은 지점에는 어떤 운율 같은 것이 존재한다. _「덜 중요한 부분에 사로잡히다」에서(7쪽) 초상화 속 부부의 시선이 너무 자연스럽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먼저 우리를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의 시선은 그림 앞에 서 있는 우리를 향하고, 자신들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정면으로 그들의 시선을 감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이들의 ‘시선’은 ‘응시’로 전환된다. 시선은 그저 보는 것(look)이며, 시선과 시선이 만나면 응시(gaze)가 된다. 응시란 “나를 바라보는 너를 바라보는 것”이다. _「눈?나를 바라보는 너」에서(43쪽) 입 모양은 카드놀이를 하든, 책을 읽든, 연필을 깎든, 비눗방울을 불든,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는 아마 샤르댕이 그들에게 보내는 섬세한 관심이기도 할 것이다. _「입술?입술로 그리는 표정」에서(81쪽) 니케와 비너스의 팔의 부재는 미의 세계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부재의 형상은 우리로 하여금 수많은 해석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준다. 사라진 것, 잃어버린 것, 결핍된 것, 결여된 것은 그 대상을 더욱 그리워하게 하고, 아쉽게 만들고, 애끓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재는 잉여와 과잉보다 더 완벽하다. _「팔?부재하는 것의 힘」에서(148쪽) 실제로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비규칙성이 은밀하고 단정하며 내밀한 형태에서 솟아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이 흠집은 배꼽처럼 그려진 것이 아니라 성인의 몸에서 관객을 주시하는 하나의 눈처럼 그려졌다는 사실을……. 얼마나 문학적인가? 이 눈은 세바스티아누스의 또 하나의 눈으로서 자신의 처형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관객에게 되돌려주는 응시라는 것인가? 따라서 이 배꼽은 눈과 같다. 미세한 방식으로 그려진 이 ‘배꼽?눈’은 거기 있으면서 시선을 끌지만, 보이지 않기 위해 그려진 디테일이다. _「배와 배꼽?인체의 중심에서」에서(171쪽) 서양미술사는 웃는 얼굴을 좀처럼 기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초상화는 근엄하고 엄숙하며 진중하고 무표정하다. 그런 까닭에 미소는 늦게, 폭소는 그보다 뒤늦게 등장한다. 웃음은 고사하고 미소조차 때로는 경박하고 천한 것이며, 영원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_「미소?애매하고 다면적인 웃음」에서(269쪽)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비너스와 큐피드의 키스다. 피상적으로는 사춘기가 된 소년과 어머니의 성적인 장난을 그린 그림이라지만, 낯설고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유려한 선과 우아한 색채와 같은 고전적인 화면 구사력 덕분에 그림은 덜 외설적으로 보인다. 사실, 이 은밀한 키스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비너스와 큐피드 둘 다 사랑의 신이다. 그러니 이 그림의 의미는 근친상간적 의미를 초월하여, 사랑의 나르시시즘적인 속성, 즉 ‘사랑이 사랑을 사랑한 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_「키스?숨결과 영혼의 결합」에서(294쪽) 앞모습이 의식 혹은 페르소나라면, 뒷모습은 무의식이다. 그런고로 뒷모습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얼굴과 손짓은 마음을 숨길 수 있지만,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도 않으며,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뒷모습은 표피가 아니라 내면인 것이다. _「뒷모습?가까우면서도 먼」에서(369쪽) 맨 처음 이 조각상은 내게 여성도 남성도 아니고, 어른도 아이도 아닌 환상이었다. 이 조각상의 뒷모습에 사로잡힌 이유는 바로 그것이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 같았기 때문이다. 진리를 그리스어로 알레테이아(al?theia)라고 부르는데, 원래 뜻은 ‘탈은폐’(비은폐)다. 그리스인들은 진리라는 것을 단순히 드러냄 혹은 노출이 아니라, 숨겨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 그러니까 숨기는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이야말로 미지의 세계로서의 진리를 드러내는 가장 명료한 동시에 모호한 메타포가 아닐까. _「뒷모습?가까우면서도 먼」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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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물 때 그림은 속삭인다
영국의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는 “디테일들은 그 자체의 내재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선택되었고 미를 고른 사람의 취향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림 속 몸과 몸짓에 천착해 자신이 매혹된 지점을 연구하여 우리를 관능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서양미술사에서 ‘몸’과 ‘몸짓’의 형태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선별해, 작품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그림 읽기를 시도한다. 시대별 혹은 작품경향에 따른 분류가 아닌, 인체의 형태로 접근한 지은이의 흥미로운 시도는 그림에 대한 해석을 풍부하게 만들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지은이는 사람들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한 부분을 가만히 바라볼 때, 자신이 던진 시선이 단지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역설한다. 오랫동안 디테일을 바라보게 되면 그림 역시 자신의 시선에 화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시선은 그저 보는 것(look)이며, 시선과 시선이 만나 응시(gaze)”로서 그림은 감상자에게 어떤 ‘보상’을 선사한다. 몸과 몸짓에 보내는 관능의 시선 제1부 ‘몸’에서는 손, 눈, 머리카락, 유방, 배와 배꼽, 엉덩이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품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이는 마치 단숨에 서양미술사의 온몸을 훑는 것과 같다. 가령, 로댕의 「대성당」,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뒤러의 「기도하는 손」과 「자화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등은 얼핏 한 주제로 묶이기 힘든 작품들이지만, ‘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롭게 ‘이미지텔링’된다. 이렇게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익숙한 작품의 덜 주목받은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림 전체가 아닌 디테일을 통해 화가가 전하고자 한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또한 감상자가 발견한 각각의 디테일은 “더 이상 누구의 것도 아닌 새로운 사물 하나”로서 자신만의 온전한 의미를 갖는다. “손은 몸의 일부분이 아니다. 손들의 표정, 손들의 감정, 손들의 생각이 있다. 이런 손짓들은 은밀하고 미묘한 기호들의 천국이다. 그것은 감각의 축제를 넘어선 의미의 축제와도 같은 것이다.”(17쪽) 디테일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있지 않다. 때로는 사라지고 없는 부분이 풍성한 디테일을 지닌다. 팔과 손을 잃은 조각상을 통해 부재와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케 하고, 목의 일부와 입만이 남은 「왕비 얼굴의 파편」을 살피며 사라진 부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움트게 한다. 제2부 ‘몸짓’에서는 미소, 키스, 눈물, 응시 등 몸의 언어를 다룬다. 예를 들어, 브론치노의 「미와 사랑의 알레고리」를 볼 때, 비너스와 큐피드의 키스에 담긴 함의를 밝혀내고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들을 한 꺼풀씩 벗긴다. 마찬가지로 툴루즈로트레크의 그림 속 키스신에서 작가와 작품 대상간의 관계, 작가의 삶을 읽어낸다. “로트레크의 작품들은 창녀들과의 유대 관계가 돈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창녀들의 내밀한 일상을 몰래 지키고 있다가 갑자기 잡아내는 방법이 아닌, 그들의 삶에 직접 동참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299쪽) 또한 프리드리히와 카유보트가 뒷모습에 천착했던 것처럼 예술가가 몰두했던 대상들을 더 깊게 파고들기도 하는데, 이는 작품 너머의 이야기를 철학, 문학적 관점을 미술사와 접목하여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이러한 지은이의 그림 읽기는 서양미술사의 140여 작품들을 ‘숨은 그림 찾기’하듯 종횡무진 탐험하며 독자를 흥미로운 지점으로 이끈다. 디테일, 시선의 길을 트다 이 책은 네이버캐스트 ‘미술의 세계’에 연재한 「몸으로 본 서양미술」을 새롭게 다듬고 작품을 추가 및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관능의 대상인 ‘몸’, 그중에서도 몸의 디테일을 좇아 들려주는 서양미술 이야기는 연재 당시, 방대한 미술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읽어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했으며, 몸의 디테일과 그림의 해석에 따라 여러 화제를 모았다. ‘몸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고 전개되는 작품의 뒷이야기는 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감상자의 시선이 그림의 다양한 지점에 놓일 수 있게 확장시키며 더불어 독창적인 관찰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감상자는 비로소 안다고 믿었던 그림 앞에서 놀라움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작품을 제대로 훑어봄으로써 화가가 전하고자 한 함축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책은 우리에게 가만히 그림 가까이로 다가오라는 신호를 건넨다. “내가 그림 속 몸의 디테일에 몰입하고 천착했던 일은 예술가들의 은폐된 상처와 만나는 아슬아슬한 동시에 웅숭깊은 사건들이었다. 그들이 단지 상처를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면, 나는 내 시선을 재빨리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어떤 디테일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드러내는 예술가가 아닌, 자신의 상처와 절망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인식과 지혜, 통찰을 드러내려는 예술가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