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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아이다미쓰오 추도 1. 한 순간의 만남이 버림 변명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남자는 거짓말 감동 가득 (...) 2. 부드러운 마음 방관자 서로 나누면 부드러운 마음 나의 본질 안색 (...) 3. 부처님의 잣대 불평 잣대 겁보늠름 생명 무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일본어판 후기 아이다미쓰오 약력 저서 역자 후기 |
Mitsuo Aida,あいだ みつを,相田 みつ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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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실패한 덕분에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한 덕분에 조금씩이나마 나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거듭한 덕분에 다른 사람을 탓할 자격이 없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무슨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나 자신의 나약함과 야무지지 못함을 정말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비틀거리는 것에도 감사해야 하고 넘어지는 것에도 감사해야 합니다. ---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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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바로 이 순간
생명 무상(無常) 지금 바로 이 순간뿐인 당신의 생명 나의 생명 옛 사람은 「지금」이라는 순간조차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금」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지」라는 말은 이미 사라지고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변하지 않은 상태로 정지되어 있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한 것을 <무상(無常)>이라고 합니다. 만물은 끝없이 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상이므로 갓난아기가 성인이 되며, 꽃봉오리가 꽃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상인 까닭에 어느 누구에게도 내일의 생명을 보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p.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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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不)
「不」이라는 글씨는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많이 나옵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이란 말처럼. 이 「不」이란 글자는 단지 부정의 의미가 아니고, 「무(無)」나 「공(空)」과 같이 상대적 분별을 뛰어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선악, 대소, 빈부, 지위의 높고 낮음처럼 인간이 만든 상대적 가치관을 일체 무시해버리는 것이 「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철저하게 내가 나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철저하게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것이란, 지금, 여기서 나의 생명을 완전히 불태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를 완전히 불태웠을 때, 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것이 「不」입니다. 「不」은 내 한 평생의 테마입니다. --- p.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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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어야지 대수롭지 않은 것부터 끊어가야지
연근의 실 견혹(見惑)이란 한번에 돌을 깨뜨리는 것과 같고 사혹(思惑)이란 조금씩 연근의 실을 자르는 것과 같다 불전(佛典)에 의하면 인간의 방황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돌을 쪼갠듯이 시원스레 해결 가능한 인간의 도리(道理)에서의 방황―견혹(見惑)과 연꽃의 뿌리를 자르면 나오는 실처럼 겉으로는 잘라진 것 같아도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근본적으로 조금도 잘라지지 않는 마음 속의 방황―사혹(思惑). 괴로운 것은 사혹(思惑).「대수롭지 않은 것」을 깨끗이 단념하지 못하고, 연근의 실처럼 날마다 끊임없이 방황하는 못난 나입니다. --- p.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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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고 또 미루고 변명한 늘어놓다 하루 해가 저문다
할 수 없었다 하지 않았다 어느 쪽일까 하지 않은 이유 찾으려면야 얼마든지 있겠지― 내가 남에게 변명할 때는 그래도 나은 편. 내가 나에게 악착같이 변명할 때가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얘기. --- p.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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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색이 이토록 환하게 빛났던 적이 있었던가―」
이 말은 석가모니가 득도하여 일찍이 함께 수행했던 다섯 명에게 맨 처음 설법하셨을 때의 말씀이라고 합니다. 나는 재가(在家) 불교도로서 전문적인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깨닫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가능해지면, 마음이 밝고 상쾌해지며 안색이 환하게 빛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요. 내게 주어진 오늘의 생명을 생기 넘치고 발랄하게 사는 것― 그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p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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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안장(政法眼藏)』은 도겐 선사의 유명한 저서입니다.『불염오(不染汚)』란 어떤 것에도 물들거나 더러워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이런저런 것들로 마음이 더러워집니다. 예를 들어 나에 대한 비판이나 험담을 들으면 화를 내게 되고, 이와는 반대로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시 말해서 칭찬과 비난에 마음이 더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돈에도 더러워집니다. 가난하면 궁상맞아 보이고, 돈이 좀 있으면 부자인 척합니다. 양쪽 다 돈에 마음이 물들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직에 오래 있다보면 자못 공무원 치를 내게 됩니다. 공무원이라는 지위에 물들기 때문입니다. 돈에도 명예에도, 또한 사회적 지위에도 물들거나 더러워지지 않으며 본래의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그것이 불염오(不染汚). --- p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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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면서 변명만 늘어놓는 인간, 아부하고 남은 깎아 내리면서도 자신은 보태어 표현하는 거짓된 일상, 요령은 피우면서도 타인의 시선에는 민감한 나 자신 등 다분히 고백적인 아이다미쓰오의 글은 숨기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거짓말을 하면 내세에 가서 염라 대왕에게 혀를 뽑힌다고 한다. 나는 도대체 몇 개의 혀를 가지고 가야 좋을는지.” 이런 식으로 일상의 모순을 제3자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반성과 고백으로 보여주기에 강한 질타보다 따갑게 느껴진다. 여기에 평생 선을 공부하며 얻은 깨달음을 더하여 우리에게 반성과 새로운 모색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비오는 날을 화창한 날과 비교하여 ‘궂은 날’로 간주하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버리는 것이 곧 자연스런 생활 태도요, 이것이 미래지향적인 삶을 의미라는 것, 자기 부정과 자기 긍정의 조화를 통하여 오만과 비굴한 인간의 단면을 설명하는 부분, 진실의 길이란 칠전팔도(七顚八倒),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쓰러지는 것이라 하여 언제나 미완성일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부분 등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고민의 흔적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잘난 체 하며 강연을 마친 후의 부끄러움과 나이가 들어도 미녀에게는 약한 자신 등 저자의 허술한 부분은 이러한 진지함 속에 오히려 인간적으로 남는다. 시종일관 자기 반성의 어조로 풀어내고 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임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존엄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우쭐대고 옹졸한 자아에서 벗어나, 타인과 스스로에게 솔직한 내가 되고, 배려와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문명의 충돌과 힘의 논리로 자행되는 전쟁, 그리고 무고하게 희생되는 생명. 이러한 혼란기에 놓인 우리들에게 이책은 마음의 위안과 지혜를 전한다. “정파리 거울 앞에 서기 전까지 꼬옥 감추어두고 싶은 그 일도 이 일도” (정파리의 거울이란 염라 대왕이 사는 곳에 있는 거울, 인간이 이 세상에서 범한 갖가지 죄업들을 속속들이 비춰낸다는 참으로 무시무시한 거울) <덕분에>의 한 부분이다. 인간이 정해놓은 상대적 가치관 속에 벌어지고 있는 세상을 보면서, 우리들에게 떳떳한 삶, 진실된 삶의 가치를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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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빈부, 지위 고하 등 인간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상대적 가치관들. 양분되는 가치관 사이에서 선망되는 편에 서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가는 우리의 인생. 하지만 종종 우리는 벽에 부딪친다. 과연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 또 다른 힘으로 군림하려드는 부와 힘의 논리가 선망의 대상으로 정당한가! 작게는 일상 속에서 또 요즘과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쉽게 품게되는 의문들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는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 일기를 펼쳐 자기 자신을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모색을 찾듯이 말이다.
이러한 때에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책, 자아를 비춰, 부족한 나 자신을 반성함으로써 깨달음을 전하는 책 <덕분에>가 도서출판리수에서 출간되었다. 이책은 일본의 서예가이자 시인인 아이다미쓰오의 작품으로, 저자는 전시와 전후 동란기에 청춘 시대를 보내며 '생명'의 소중함을 통감한 이후 자신의 말, 자신의 글을 테마로 일관된 작업을 해온 예술가이다. <덕분에>는 아이다미쓰오의 작품 중 가히 '사색의 에센스'라 할 만한 저서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지에 1년간 연재된 내용을 묶은 책으로 아이다미쓰오 최절정기의 작품이다. 한 인간으로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시기에, 서예가로서도 연령에서 오는 자신감과 체력적인 안정, 그리고 창작 의욕의 균형 아래 씌어졌다는 점에서 아이다미쓰오가 완전 연소된 대표작이다. 아이다미쓰오의 작품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책은 시(詩)와 함께 여타 저서에서는 드문 수필 형식이 덧붙여져 국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심오함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필체로 사랑받는 아이다미쓰오의 서체는 글자 하나하나가 보는 이에게 무엇인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데, 특히 이 책의 서체는 완숙된 시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담담한 스타일로써, 사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전국민의 뜨거운 애정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