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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할 수 있는 사랑이 너무 많습니다
시즌 1 - 카트만두의 연인들 01_빌 바둘과 버선띠의 아주 특별한 신혼여행 02_나마스떼, 카트만두! 03_당신을 처음 만난 날 04_디빠, 개, 먼지, 그리고 까마귀들 05_미녀들의 도시 06_7kg의 아이들 07_50켤레의 슬리퍼 08_사랑에 관한 두 가지 시선 09_내 고운 당신들 10_짧은 이별, 긴 설렘 11_카트만두에서 제일 바쁜 여자 12_청혼을 한다는 것 13_떠나갈 때 이야기하는 것들 시즌 2 - 햇살 부서지던 날들 01_사랑한다면 카메라를 버려라 02_안나푸르나 버팔로 반딧불 03_사랑이 지나가면 04_삶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05_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크 소리 06_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07_내 친구는 수드라 08_내 생애 마지막 전시회 09_굿바이, 칠드런 시즌 3 -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01_축제를 즐기는 방법 02_달라이 라마는 아니지만 03_수꿈바시로 놀러오세요 04_쓸쓸한 저녁의 따뜻한 주막 시즌 4 - 인생은 아름다워 01_모터사이클 다이어리_네팔편 02_인드라의 청춘에 고함 03_그들이 사는 세상 04_눈물이 주룩주룩 에필로그 - 그곳을 그리워하며 이곳에 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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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히말라야나 티베트의 경이로운 자연보다 더 특별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하다 왔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환한 햇살들이 부서진 나날들이었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히말라야를 넘어온 비구름 아래서도 반짝이던 햇살이었습니다. 웃고, 울고, 싸우는 것이 모두 사랑과 통하는 것이라면, 이 책이 ‘사랑 이야기’로 불려질 수도 있겠습니다. --- 「Prologue」 중에서
“그 여자들을 다 사랑했다는 거예요?” 이제야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엇갈리고 있는지 명확하게 감이 온다. 하지만 이미 ‘루비콘의 강’을 건넜다. “글쎄요. 돌아보면 정말 사랑했던 여자도 있고, 아니었던 여자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내가 ‘사랑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여자는 한 명뿐이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려오는 20대 후반, 그 시절의 3년을 함께 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사랑을 어떻게 두 번 할 수 있어요?” 진부한 듯 하면서도 신선한 질문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내가 그 사람이 싫어져 헤어졌대도 한때는 그 사람을 사랑한 거잖아요. 그 사람이 내가 싫어 떠났을 땐 평생 그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나요? 또,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해서 예전의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나직한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것도 가능하더라. 사랑? 내가 사랑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랑이란 단호하게 일반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내 경험과 다른 사람들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얻은 ‘경우의 수’ 같은 건 있다.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다. 사는 동안에 100명이 넘는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100명이 넘는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디빠의 생각처럼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도 있다. 적어도 우리가 ‘사랑’이란 단어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그 경우의 수를 가급적 넓게 잡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시즌 1,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시선'」 중에서 “아뇨, 올 수 있어요. 전 괜찮아요.” 괜찮지 않았다. 로지는 매일 4시 50분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교실에 도착했다. 지각이 3일째 이어지던 날, 조심스레 이유를 물어봤다. “4시 10분에 학교가 끝나는데요.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뛰어와도 늦네요. 죄송해요.” “학교가 어딘데?” “할머니 집 근처에 있어요.” 택시로 25분이 걸리는 거리를 40분 만에 쉬지 않고 뛰어온 것이었다. 그것도 밑이 다 닳은 슬리퍼를 신고……. 차가 못 가는 지름길을 골라 왔겠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 일이었다. 너무 무심하고 안일한 선생과 너무 사려 깊은 아이……. 우리 반 출석부에는 세 가지 도형이 그려진다. ○,×,△. 로지의 출석 란에는 그 후로도 항상 ‘△’가 그려진다. 다수결로 결정한 수업 시간을 바꿀 수는 없으며, 지각은 지각이기 때문이다. 단, 나에게 로지의 ‘△’는 ‘○’보다 훨씬 어여쁜 도형이다. 미안하고 고마운 기호다. --- 「시즌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크 소리'」 중에서 가끔 네팔 최대의 힌두 사원 ‘뻐슈뻐띠_Pashupati’에 다녀온다. 힌두교인이 아닌 사람은 사원에 입장할 수 없지만,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카트만두 제1의 관광 명소다. 사원을 끼고 흐르는 ‘바그머띠’ 강은 갠지스와 만나는 힌두교의 성스러운 강이다. 규모 면에선 갠지스 강변의 화장터 ‘바라나시’에 견줄 바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날마다 수십 명의 사자_死者들이 불에 타 사라진다. 사람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진 낮은 불길 옆 칸에 새 장작더미가 쌓아올려 지고, 화염이 절정에 다다른 그 옆 칸에선 팔과 다리가 툭툭 굴러 떨어진다. 흰 천에 감싸인 주검들은 곳곳에 널브러져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산 사람들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그 사이를 분주히 지나다닌다. 강변으로 내려갈 수 없는 관광객들은 다리 위 같은 관람 포인트에서 이 풍경들을 내려다보며 촬영을 한다. 이곳에서 죽음은 250루피를 내고 구경하는 관광 상품이다. 조금 더 나아가도 ‘문화인류학적 관조’ 정도를 넘어서기 어렵다. 슬픔이나 아픔은 없다. 4개월간의 체류를 통해 이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꽤 체득한 나로서도, 저 아래에서 타오르는 익명의 불길에 나를 이입하기는 힘들다. 뻐슈뻐띠에서, 산 자와 죽은 자는 서로 섞여들지 못하고 점점 더 격리된다. 죽은 자도 외롭고, 산 자도 외롭다. --- 「시즌2,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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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길이 끝나는 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사랑과 마주치다 1년간 네 번의 방문, 180일간 네팔에서 머물며 그들과 뒤섞여 살며 사랑했던 충일한 삶의 기록.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에세이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떠오른 가벼운 생각의 편린을 단편적으로 나열해놓은 책이 아니다. 네팔이라는 순수한 땅에 머물며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사랑한 기억들을 적어 내려간 진정성 있는 기록들이다. 가난과 남루함이 운명처럼 각인된 사람들, 그들의 오염되지 않은 영혼과 삶의 방식은 경쟁과 속도밖에 남지 않은 우리 사회와 대비되며 가슴 뻐근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연민을 읽을 수 있는 아름답고 다채로운 사진은 그 감동에 몇 미리쯤의 눈물을 더한다. 느림과 공존의 미학이 있는 나라 네팔에 머물며, 살며, 떠나고, 또 잊지 못해 금세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지냈던 눈부신 생의 아름다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인생의 보물섬에서 만난 찬란한 빛, 디빠 다큐멘터리 촬영 차 머물렀던 네팔의 한 가정에서 저자는 운명적인 사랑과 마주친다. 그녀는 ‘찬란한 빛’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집의 큰딸‘디빠’. 삶을 송두리째 다시 쓸 결심까지 할 정도로 저자는 디빠를 가슴 깊이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내밀한 감정을 교환하며 조심스럽게 마음을 키워간다. 피부색 따위의 사소한 차이들을 뛰어넘어 저자는 디빠에게 청혼하기에 이르는데,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청혼을 거절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름다운 두 사람이 엇갈리는 지점에서 우리는 순전하고 빛나는 사랑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소중하지만 가장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사랑’. 한없이 가벼워지고 퇴색된 요즈음의 사랑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들의 사랑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해왔던 사랑, 당신이 하고 있는 사랑, 당신이 꿈꾸는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이냐고. 착하고 순한 눈빛을 가진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의 무늬를 새기다 저자는 각자의 사연을 지닌 많은 이들과 만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을 쌓아간다. 수정처럼 빛나는 아이들, 사랑을 잃고 미쳐버린 남자, 여행객으로 잠깐 스쳐갔던 한국 여대생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는 순수한 네팔 청년, 텔레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기타리스트, 자신을 거리의 철학자라고 지칭하는 19년 경력의 관광 가이드, 늦은 나이에 모국어를 배우기에 열심인 네팔의 어머니들, 그리고 ‘코리안 만체’(한국사람)를 보고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저잣거리의 낯모르는 많은 네팔 사람들……. 네팔의 길모퉁이마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특별함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들이 선물하는 가볍지 않은 웃음, 달콤한 눈물은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면서 깊은 여운으로 남아 그곳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