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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일기에서 Ⅰ: 버드 씨의 설계도 … 버드 씨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Ⅱ: 세탁실 탐험 … 그림쇼 씨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Ⅲ: 드디어 터널개통식 … 보엔 씨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Ⅳ: 의사가 필요해 … 마을 아낙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Ⅴ: 멜러 목사의 뼈다귀 서랍 … 헨들리 씨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Ⅵ: 파울러흉상과의 재회 … 플레저 부인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Ⅶ: 에든버러에서 길을 잃다 … 어느 하녀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Ⅷ: 마침내 마개를 뽑다 … 두 번째 하인의 이야기 공작의 일기에서 Ⅸ: 덤불 속의 묘비 … 워커 씨의 이야기 작가에 대하여 옮긴이의 말 |
Mick Ja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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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새벽이었다. 곧바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아도 새로울 게 없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 공작의 12월 1일 일기 중에서
* 내 감정은 나에게도 종종 수수께끼다. 거의 매일매일 감정을 견뎌내기를, 감정에 씻겨 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피부와 뼈의 족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다른 영혼들과 어울리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 공작의 2월 19일 일기 중에서 * 이제 머리가 몹시 욱신거리면서 톱이 한쪽으로 밀려나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톱을 조심스럽게 비틀어 돌렸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흔들면서 머리에서 톱을 뽑아냈다. 톱 끄트머리에 피투성이 뼛조각이 둥그렇게 걸려 있었다. 마침내 뚫렸다! 나를 꽉 막고 있던 마개가 뽑혀나간 것이다! 나 자신과 바깥세상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이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약간 어지러웠지만 시야는 놀랍도록 맑았다. 머리에서는 씨근대는 것 같기도 하고 빨아들이는 것 같기도 한 소리들이 새어나왔다. 조그만 공기주머니가 내 두개골 밑에서 기어다니는 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에는 핏빛 거품이 머리에 뚫린 구멍 위로 둥실 떠오르더니 이내 펑 터지면서 사라지는 모습도 보였다. 전체적인 느낌은 파도가 쏴하니 밀려드는 것과 비슷하다고밖에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마음이 평온해지자 나는 머뭇거리며 손가락 하나를 구멍 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잉크병처럼 아주 깊고 축축했다. 손가락은 축축하고 뜨듯한 뭔가에 닿을 때까지 계속 내려갔다. 뭐였을까, 나의 조그만 계략상자? 아니면 그 끔찍한 과일? 붕대를 두르고 욕실에 들어가 몇 차례 게워낸 후 안락의자에 앉아 한두 시간쯤 졸았다. 그런 다음 깨어나 이 글을 기록했다. 상처에 연고를 약간 발랐다. 이제 내 몸을 침대에 놔둘 참이다. --- 공작의 2월 25일 일기 중에서 * 문아래 틈새로 복도를 향해 쪽지를 밀어내고 삼십 분쯤 지나니 클레멘트가 오는 게 느껴졌다. 그가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마음의 눈에 그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서서히 이맛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공작님, 어디 편찮으세요?”라고 연필로 휘갈겨 쓴 종이 한 장이 문 밑으로 나타났다. “아닐세.” 나는 문에 대고 나직하게 말했다. 또 다른 쪽지. “그럼 왜 숨어 지내십니까?” 이 마지막 질문에는 속 시원히 대답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무거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몇 분을 기다린 후 그는 나를 혼자 내버려두었다. --- 공작의 3월 2일 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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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브레드상, 영국왕립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믹 잭슨의 완벽한 고딕환상소설!
『언더그라운드 맨』은 국내에서 이미 『뼈 모으는 소녀』로 검증 받은 믹 잭슨의 데뷔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실존인물인 제5대 포틀랜드 공작 윌리엄 존 캐번디시-벤팅크-스코트이다. 이 기이한 이야기가 출간되자마자 믹 잭슨은 최고의 신인작가상인 휘트브레드상과 영국왕립협회가 주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부커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힘 있는 서술구조와 고딕풍의 급반전, 2차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배치가 소설의 짜임새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며, 진지한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재치와 환상적 요소가 흥미를 끌어올린다. 작품의 배경 역사 속 위대한 은둔자, 포틀랜드 공작 5세의 고독한 일기 포틀랜드 공작 5세는 상식을 뛰어넘는 별난 인물이었다. 거대한 영지 지하에 여러 개의 터널을 파 땅 속으로만 돌아다니며, 저택의 작은 방에 처박혀 하인들과도 쪽지나 전성관(방과 방을 연결해 소리를 전하는 관)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대인기피증이 심했다고 전해진다. 공작의 외모와 기벽에 대한 소문들은 지금까지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로 회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집물로 가득한 성과 그가 만들었던 터널들은 이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작가 빌 브라이슨은 공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마음속의 영웅인 포틀랜드 공작 5세 스코트 벤팅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은둔자다. 그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웅장한 저택에서도 작은 방에 머물며 쪽지로 의사소통을 했다. 음식은 부엌에서 식당까지 조그만 철로를 만들어 날랐다. 어쩌다가 사람을 마주치면 공작은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서 있었고, 하인은 가구를 보듯 모른 척 지나갔다. 모두 사전에 약속된 것으로, 이를 따르지 않은 하인은 공작의 개인 스케이트장에서 지쳐 쓰러질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야 했다.” -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 중에서 재치 넘치는 이야기사냥꾼 믹 잭슨이 이 기이한 공작의 이야기를 놓쳤을 리 없다. 전해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인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으로 온갖 기괴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공작의 사연에 믹 잭슨은 탁월한 상상력을 가미하여, 이 소설을 단순한 이야깃거리를 뛰어넘어 인간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인식의 신뢰성을 파헤치는 탄탄한 고딕환상소설로 탄생시켯다. 지금 우리 발밑으로 누군가 터널을 파고 돌아다니고 있다면? - 비밀로 가득 찬 어느 귀족의 흥미진진하고도 애잔한 초상 기이한 인물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허무맹랑하고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앞에서 밝혔듯 이 소설은 분명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삼았다. 시간상으로는 『언더그라운드 맨』이 믹 잭슨의 첫 작품이지만, 『뼈 모으는 소녀』에서 이미 믹 잭슨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특유의 냉소의 맛을 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일관된 분위기가 어떻게 풍부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독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서부터가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믹 잭슨의 탁월한 상상력과 구성능력은, 어느 순간 소설 속의 공작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발밑에 굴을 파고 바깥세상을 엿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공작의 외롭고도 성실한 자기몰두를 지켜보며, 독자는 때로 공작을 바라보는 주변인물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공작 자신이 되기도 하면서 그가 느끼는 허무함과 불안한 존재감에 나를 이입하게 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이색적인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언더그라운드 맨』은 사회부적응자인 어느 귀족의 애잔하고도 복잡한 희극성을 묘사함으로써 존재와 정체성을 흥미롭게 파헤치는 데 성공한 자기진단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