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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길에 반하다
가벼운 걷기에서 울트라 도보까지
유혜준
미래의창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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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울·수도권
지금 남산에는 꽃비가 내린다
* 한강진역에서 한옥마을까지 남산 벚꽃길 따라 걷기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서울 성곽길을 걷다
* 서대문역에서 소의문 터까지 서울 성곽길 걷기

동네공원의 재발견, ‘사육신 공원’
* 노량진 사육신 공원 걷기

탄천에서는 아직도 ‘숯’ 냄새가 난다
* 청담역에서 한강변으로 내려가 탄천길 걷기

걸어서 건너보자, 한강!
* 한강대교 걸어서 건너기 1 * 한강대교 걸어서 건너기 2

비 내리는 성벽길을 우산 쓰고 걸었네
* 남한산성 성벽 따라 걷기

50킬로미터 울트라 도보에 도전하다
* 구일역에서 성산대교·성수대교 지나 양재천까지 걷기

바람이 속삭이는 길, 수리산 임도를 걷다
* 대야미역에서 갈치저수지 지나 수리산 임도 걷기

여기가 서울 한복판 맞아요?
* 안산근린공원에서 백련사길 지나 홍제역까지 걷기

걷기로만 몸무게가 20킬로그램 줄었답니다
* 구일역에서 압구정역까지, 한강 따라 빠르게 걷기

반포에서 우면산까지 명품 산책길
* 반포 산책길에서 우면산공원까지 걷기

폭염경보 날, 용왕님 찾아 용왕산 숲길을 걷다
* 도림천에서 용왕산 숲길 지나 목동 샛길 걷기

봉산, 오르고 또 오르니 하늘 아래 뫼로구나
* 수색역에서 봉산 넘어 약수터 지나 구파발역까지 걷기

불암산에서 맨발길을 걷다
* 공릉역에서 서울산업대 지나 불암산 걷기

가을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는 인천 월미산
*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월미산까지 걷기

수원화성에서 역사체험과 걷기를 동시에
* 수원화성 성벽 따라 걷기

가을 북악산에서 「커피프린스」를 만나다
* 걷기 좋은 길, 북악산길 산책로

초가을, 청계천이 나를 부르네
* 청계천에서 중랑천 살곶이공원 지나 군자역까지 걷기

제주올레
제주올레, 그 첫 번째 기록 l 제주올레 1~9코스
* 첫날, 바리스타 출신 어부를 만나다
* 둘째 날, 죽은 자들의 마을을 지나가다
* 셋째 날, 해녀들의 은밀한 공간을 엿보다
* 넷째 날 오전, 길을 잃으면 항구를 찾아라
* 넷째 날 오후, 제주올레에서 영화배우를 만난다면?
* 다섯째 날, 눈보라 치는 밤 통나무 펜션에서 자다
* 마지막 날 오전, 길 위에서 해녀들을 만나다
* 마지막 날 오후, 바다가 지겨워졌다

제주올레, 그 두 번째 기록 l 제주올레 10~12코스, 7-1코스
* 첫날, 제주행 비행기를 타다
* 둘째 날, 길 잃은 송악산에서 죽은 자를 만나다
* 셋째 날, 제주의 아름다운 숲 곶자왈에 가다
* 넷째 날, 엉또폭포가 나를 슬프게 하다

Epilogue_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 소개

저자 : 유혜준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뱃속에 거꾸로 들어앉아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거의 열 시간쯤 씨름해서 겨우 태어난 아이, 울지 않아서 때 마침 도착한 의사가 인공호흡을 해서 겨우 살려냈다고 한다. 하도 몸이 약해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을까봐 어머니는 늘 전전긍긍 하셨다고. 어렸을 때 꿈은 책이 가득 쌓인 방에 하루 종일 처박혀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 꿈, 절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슬슬 두려워지는 나이에 걷기에 빠져 버렸다. 처음에는 동네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사람들과 어울려 조금씩 멀리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 배낭을 꾸려,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훌쩍 길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날 때, 절대로 책은 가져가지 않는다. 현재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28g | 152*210*30mm
ISBN13
9788959891160

책 속으로

팔각정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책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국립극장 방향입니다.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즐비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무더기로 날리는데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바구니에 꽃잎을 가득 담았다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한 움큼씩 뿌리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날린 꽃잎은 길 위로 흩어지고, 그 꽃잎을 사뿐히 밟으면서 걸음을 옮깁니다. 꽃잎에 취하고 꽃바람에 취해, 걷는 건지 둥둥 떠가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 p.14

오르고 또 오르고, 하늘 아래 있는 성곽길을 겨우 다 오르니 백악산 정상입니다. 백악산은 북악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청운대도 지납니다. 성곽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성곽이 누더기처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돌의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네요. 같은 조선시대에 쌓은 성곽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쌓았느냐에 따라 돌의 크기나 모양, 쌓는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축성 방법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발전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걸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 p.24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길이 있는데 다리도 그 길 중의 하나입니다. 발아래 물이 흐르는 길을 걷는 묘미가 있습니다. 심심하신가요? 그렇다면 한번쯤 집 근처에 있는 한강다리를 건너보는 건 어떨지요? 서울시에서 한창 보행자를 위한 다리 공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보행환경이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차의 소음이나 공기 때문에 한강변을 걷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색다른 경험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 p.52

고즈넉한 성벽길을 걷고 있노라면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 묘사된 그 한없이 척박하고 고된 현실이 새삼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난리를 피해 왕이 묵었던 행궁은 당시 초라한 왕의 신세와는 달리, 참으로 단아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되어 자태를 뽐냅니다. 깊은 산 속에 이런 궁이 있다고는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산성 로터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니 남한산성에 간다면 꼭 한번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 pp.63-64

오르막길을 오르니 좁은 숲길이 나옵니다.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속의 흙길입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서울의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숲은, 산은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눈앞에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펼쳐지니 걷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흙길의 부드러움을 한껏 느낍니다. 사람들은 흙길을 걸어야 건강해진다지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니, 흙이 보통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 p.118

제주올레는 길을 잘 모르는 사람도 걸을 수 있다. 푸른색 화살표가 아주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화살표가 사라진 자리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리본이 매달려 있어 길을 알려준다. 제주올레를 걸으면 화살표를 그리고, 리본을 맨 사람들에게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길을 찾고 이정표를 만드는 일,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끔은 화살표나 리본이 사라져서 이 길 저 길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단 한번을 빼고는 길을 잃은 적이 없다. 그만큼 꼼꼼하게 표시가 되어 있다. --- p.168

이 사람, 여자들이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오늘 오름을 찾아간 사람들이 죄다 여자였단다. 전부 세 명이 다녀갔다나. 역시, 제주올레는 여자들이 더 많이 걷는 길이 맞나보다. 통오름에서 내려와 포장된 도로를 건너니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말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도로를 따라 걸었다. 길옆으로 억새가 줄지어 서 있다. 맑은 하늘을 이고 혼자 걷는다. --- p.185

길가에 야자수가 즐비하게 심어져 있는 곳을 지난다. 이국적인 풍광이라 눈길이 간다. ‘가마리해녀작업장’이라는 가건물 앞에서 길이 막혔다. 문에 노란색과 파란색 리본이 묶여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쓰여 있다. 끊어진 길이 이렇게 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길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리라.
안으로 들어가니 잠수복을 비롯해서 해녀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줄에 매달려 있거나 벽에 걸려 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다.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녀들의 은밀한 공간을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제주에 오던 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흥리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 기억이 난다. 뒷좌석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있었다. 이분들, 내가 탔을 때부터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낯선 나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캵 분은 제주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가 대한민국 땅, 맞아? --- p.199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없는 길을 걷는 것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런데 저 앞에서 한 남자가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남자는 운동복 차림인데 머리가 하얗게 셌다. 흰 머리는 굵은 파마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남자를 스쳐 지나가면서 슬쩍 곁눈질을 했다. 한데 이 남자도 나를 곁눈질하면서 보는 게 아닌가. 시선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은 아마 1초도 채 되지 않으리라. 시선이 마주친 다음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지나쳤다. … (중략) …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영화배우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따지고 보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왕년의 대스타를 만났는데 아는 체도 안 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나중에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 아는 체라도 하고 가자. 내가 앞으로 살면서 길 위에서 영화배우 신성일과 단둘이 마주칠 일이 또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해서 나는 뒤로 돌아 그가 걸어간 방향을 향했다. 그는 칼호텔 앞의 연못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활짝 웃는다. 저 여자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영화배우 신성일 선생님이시죠? --- p.220

호르르 하는 새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들린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한 마리가 여기서 울면 저기서 한 마리가 대답하듯이 긴 울음을 토해낸다. 너, 이름이 뭐니? 나는 새 울음소리가 반갑지만 새들은 숲에 낯선 사람이 나타났으니 경계하라는 의미로 울어대는 것일 게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한 여자가 나를 앞질러 걸어간다. 멀어져 가는 그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걷는다. 이 숲길, 빨리 벗어나고 싶지 않다. 길을 음미하면서 걷고 싶었고, 기억에 오래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숲이 끝나는 곳은 있게 마련. 숲이 끝나도 길은 이어진다, 끝없이. --- p.269

바람이 불면 보리들이 춤을 추듯 일렁거린다. 바람이 불면 무리지어 살짝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나는 보리들. 보리를 보면서 5월이 깊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을 봤을 때만 해도 제주올레를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겠구나 했다. 그런데 길 위에는 나밖에 없다. 여전히 제주올레에는 사람들이 귀하다. 아니,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지금은 나밖에 없는 것이지, 다른 올레 길 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처럼 길 위에 사람이 없구나 하면서 걷고 있을 테지.
호젓한 숲길을, 보리밭 길을, 마늘밭 길을 혼자서 걷는 기분, 좋다.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서 보는 세상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세상과 많이 다르다. 키가 큰 소나무를 감싸고 올라간 담쟁이넝쿨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걷기 때문에 가능하고, 작은 노란 들꽃을 만나 카메라를 들이대고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걷고 있기에 가능하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 뻔하는 것도 걷고 있기 때문이다. --- p.271

한 시간 남짓 걸어서 곶자왈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숲은 끝났다. 아니 그곳은 끝이 아니라 곶자왈이 시작되는 곳. 지금까지 곶자왈을 거꾸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시작과 끝은 누가 정하는가. 곶자왈에 어찌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제 편리를 생각해 그렇게 정해놓은 것이지.
우리는 걸어온 길을 되짚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같은 길을 다시 걷는 것이지만 다시 걸어도 곶자왈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이런 숲에는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 p.315

아, 드디어 7-1코스를 다 걸었다. 삼매봉을 지나 외돌개까지 가는 길은 아까 걸었으니 다시 걸을 필요가 없다.
7-1코스를 끝으로 지금까지 열린 제주올레를 다 걸었다. 제주올레를 다 걸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막막해진다. 어디로 가야 하나. 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건만 내 앞에서만 길이 뚝 끊긴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내가 길 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제주올레를 걷고 난 뒤 성산포로 가서 우도로 들어갔고, 우도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예전에 걸었던 제주올레 일부를 다시 걸었다.
여전히 제주올레는 여자 혼자 걷기 참 좋은 길이다.

--- p.330

출판사 리뷰

여자를 위한 걷기여행 : 서울·수도권 18코스, 그리고 제주올레

이 책은 걷기여행에 푹 빠진 한 여기자의 기록을 모은 것이다. 전국 구석구석 좋은 길을 찾아 걷는 「오마이뉴스」 기자 유혜준. 그녀가 책에서 소개하려는 길은 특별히 여자를 위한 길이다. 우리가 늘 지나쳤던 서울·수도권의 길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특히나 여자들이 좋아하는 길, 제주올레를 완주한 저자는 제주의 멋진 풍광 이면의 사람 사는 이야기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유혜준의 도보여행’은 이미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여행기로 사랑받은 지 오래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2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여 그녀가 걸은 길과 만나고 있다. 길에서 만난 풍경 하나하나와 소통하기 좋아하는 그녀가 추천하는 ‘여자가 걷기 좋은 서울·수도권 18개 코스’ 그리고 ‘제주올레 13코스’를 지금 만나보자. 좋은 길 소개는 물론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걷기 노하우와 걷다가 만난 곳에 대한 정보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코스 지도 역시 망설이는 여자들을 길 위로 유혹할 것이다.

*길에 서니 길이 보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본 세상과 천천히 걸으면서 본 세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더 아름답고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아,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는구나,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와 함께 걷기여행을 떠나보시겠습니까? 세상이 달라 보일 것입니다.
- 유혜준

길치 여기자, 걷기 매력에 빠지다

지금 대한민국은 걷기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좋은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는 것만으로도 몸속에 있는 독소가 사라지고 불필요한 지방이 녹아 없어지며 무거운 마음의 병이 치유된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걸으면서 느끼는 풍요로운 행복감이 사람들을 길 위로 이끈 것이다.

잘먹고 잘살기 위해 속도와의 전쟁 속에 살아가던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과 정신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슬로우푸드를 택했으며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 혹은 두 발을 택했다. 현대문명에 의존하던 습관을 버리고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깨달은 것이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유혜준 역시 걷기에 푹 빠진 사람 중 하나다. 여행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타고난 길치인 그녀에게 걷기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 그 자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저 걷다 보면 “참 좋다, 이 길”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그녀는 지금도 매주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길을 찾아 천천히 걷기여행을 즐기는 중이다.

이 책에는 특별히 여자가 걷기 좋은 길을 골라 담았다. 단지 여자라서 혼자 길을 나서는 게 망설여지는가. 주말에도 집 걱정, 회사 걱정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가. 혹은 굳은 결심을 하고 막상 길 위에 섰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자야 할지 막막한가. 저자는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여자들에게 일단 떠나보라고, 모두 기우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처음 길 떠나는 여자에게 좋은 동행자가 되어줄 것이다.

여자의 사계는 걷기가 즐겁다
먼저 가볍게 가까운 서울·수도권에 있는 좋은 길부터 걸어보라. 우리나라 사계가 주는 아름다움이 온전히 여자만을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꽃비 내리는 봄에 남산길을 걸으며 메마른 감성에 윤기를 돌게 해보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대교를 건너보거나 비 내리는 성벽길을 우산 쓰고 걷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산으로 가서 나무 그늘이 만들어주는 숲길을 걷는 건 어떨까. 에어컨 바람보다 하늘 아래 뫼에서 부는 바람이 더 시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선선한 가을이 오면 한강변 울트라 도보에 도전해 보라. 걷기가 S라인을 만들어준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파란 하늘과 한강변에 핀 꽃들의 응원을 받아보라.

서울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 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걷기 좋은 길이 가득하다. 처음 가는 길이면 어떤가. 표지판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오르막길이 힘들면 잠시 쉬어 숨을 고르면 되고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걸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혼자 걷는 이 길이 참 자유롭다고 느낄 때쯤 제주올레에 도전해 보라.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여자의 길, 제주올레를 걸어보라. 산티아고 길만큼이나 아름다운 제주올레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파란색 화살표는 정해진 형식 없쳀 때로는 돌 위에, 때로는 울타리에 그려져 있어서 마치 걷는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소박하게 느껴진다.

걸으면서 제주의 자연과 소통해 보라. 걷다가 만난 들꽃, 강아지, 이름모를 사람의 무덤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말을 건네는 여자의 감성과 제주올레의 소박함이 참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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