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노래하고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
|
rewind
1. 사랑이야기 2. 나의 기타 이야기 3. 그리운 축제의 그 밤 4. 사랑 5. 한 번쯤 6. 좋아요 7. 맨처음 고백 8. 한 걸음만 9. 그대 있음에 10. 잊읍시다 bonus track.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11. 새는 stop | power off 해설 - 이미지에 대한 몰입, 사춘기의 외디푸스적 위기를 돌파하다 / 김동식(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박현욱의 다른 상품
|
1984년, 당시 최강의 전력의 삼성라이온즈가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워낙 최강이다보니 우승은 당연했다. 그들의 목표는 전기리그 우승 따위가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라이온즈는 이미 한국시리즈에서 실패한 전력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이온즈의 우승을 예측했던 프로야구 원년의 한국시리즈에서 드라마 같은 경기 끝에 베어즈가 라이온즈를 누르고 우승했던 것이다. 이 년 뒤, 전기리그에서 우승하여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낸 라이온즈는 2연패를 피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썼다. 페넌트 레이스에서 특정 팀에게 일부러 져주기. 그러나 야구는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라이온즈는 그들이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골랐던 파트너 롯데자이언츠에게 통쾌하게 패하고 말았다. 일부러 져주는 추태까지 보이며 괜히 한국시리즈의 파트너를 골랐다가 욕은 욕대로 먹고 승부는 또 승부대로 패한 라이온즈는 전략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라이온즈는 전기리그에서 우승한 뒤 후기리그에서도 우승해 버렸다. 전기리그 우승팀과 후기리그 우승팀이 패권을 놓고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그렇게 무산되었다. 돌이켜보면, 라이온즈는 어쩌면 놀라운 예지력으로 그 방법 외에는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라이온즈는 언제나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지만, 통합 우승을 하기 전은 물론이려니와 그 이후에도 무려 십육 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라이온즈가 앞으로도 언제까지 우승을 못 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여튼 전무후무한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장효조는 당시 티브의 방송국 인터뷰에서 눈에 힘을 잔뜩 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입니다." 그러나 그때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던 불세출의 교타자 장효조는 몇 년 뒤에 자신이 자이언츠로, 그것도 라이온즈에게 가강 깊은 상처를 남겼던 투수 최동원과 트레이드되어서 가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이온즈의 간판인 장효조와 김시진, 자이언츠의 얼굴인 최동원과 김용철을 2대2로 맞바꾸는 사상 최대의 트레이드였다. 그래도 장효조는 자이언츠로 가서도 3할대의 타율을 기록하여 이름값 정도는 해냈다. 하지만 최동원은, 자이언츠의 마운드 위에서 가장 빛났던 최동원은, 선수회 파동을 거치고 삼성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된 후 서서히 스러져갔다. 그는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이후 공을 던지고는 포수 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곧장 덕아웃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투수였다. 결과는 물론 삼진이었다. 어디 칠 수 있으면 쳐보라는 식으로 강속구를 던져대던 그 당당한 오만함도 결국에는 지친 심신 뒤로 스러져버렸다. 초속부터 종속까지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는 유일한 투수라던 최동원이, 삼구삼진이 가장 많다던 그 최동원이, 고작해야 120킬로미터대의 밋밋한 공을 던지다가 통타를 당하곤 하더니 결국에는 흐릿하게 은퇴하고야 말았다. 지나고 보면 야구란 참 쓸쓸한 것이다. --- pp. 17∼19 |
|
그때가 가장 좋은 시기였다
먼저 배경은, 1980년대 중반 지방 중소도시의 고등학교. 주인공 은호는 가출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난한 집안의 남학생이다. 반찬은 늘 김치 한 가지, 죠다쉬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는커녕 프로월드컵 운동화 한번 신어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데다 공부는 꼴찌를 다투며 지독한 음치에 내성적인 성격으로 교실에서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아이"가 바로 은호이다. 집도 부자고 공부도 잘하는 반장 민석, 집은 잘살지만 공부는 지지리 못하는 호철, 집도 가난한데다가 공부마저 못하는 은호와,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으며 교양에 대한 관심도 남다른 두 여학생 은수와 현주, 다섯 명이 이끌어가는 소설의 서사는 은수·은호·현주 사이에 잠재적으로 형성된 연애의 삼각형 구도 위에서 전개된다. 이 삼각관계에 대해 김동식은 은수·은호·현주의 자리를 각각 태양·지구·달에 비유한다. 은호의 시선이 태양처럼 빛나는 은수를 향하고 있다면, 현주는 은호의 주변을 맴도는 달과 같은 조력자라는 것이다.(작품 안에서 현주는 은호의 훌륭한 기타 합주자이며, 또 훌륭한 과외선생님이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사건은 은호의 사랑이다. 체육시간에 우연히 보게 된 은수의 모습에 은호가 넋을 잃을 정도로 매혹당해버린 것이다. 이제 은호는 체육시간이면 남모르게 줄곧 은수의 모습을 바라보고, 눈으로 사진을 찍어서 일 주일 내내 그녀의 이미지만 머릿속에 떠올린다. "사귀지 않아도 멀리서 얼굴 한번 보는 것"이 은호가 가진 열망의 전부였다. 그애의 눈에 띄기 위해 그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기타학원에 다니기 위해 신문배달을 한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기타 연습에 할애하고, 멋진 기타 연주로 학교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며 1학년을 마친 은호의 다음 선택은 은수가 활동하는 문예반. 2학년 내내 카뮈의 『이방인』이나 카프카의 『성』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는다. 그사이 자신감을 얻은 은호는 은수에게 고백을 해보지만 이어지는 은수의 대답. "우리 이제 고3이야. 대입 시험 끝난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이제는 공부다. 고3 동안 필사적으로 공부한 은호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합격한다. 그리고 은수를 만나지만 되돌려 받은 말은 "미안해." 자신을 향한 현주의 도움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 셀 수 없는 소주병과 더불어 사랑과 우정이 엇갈리며, 그렇게 그렇게 한 시절은 마감된다. 작가는 "그 시절의 평범한 풍경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그의 평범한 기억은 이제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