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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芝河, 본명:김영일(金英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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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達摩안에 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 p.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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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라는 이름 석자를 통해 우리는 예술과 정치, 문학과 사상의 통합을 보아왔다. 그 이름은 ‘시인’이라고만 부르기 어려운, 우리 문학·사상사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 지 오래이다. 8년 만에 출간한 시집 『화개』(2002)를 통해 사색으로 무르익은 깊고 넓은 시세계를 펼쳐 보이며 건재를 과시한 시인이 처음으로 내놓는 이 수묵시화첩은, 2001년 봄부터 2002년 가을까지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절 순례 시편 32편에 매화·난초·달마를 주제로 한 수묵화들을 붙여 엮은 것이다.
김지하 시인은 이미 수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시적 서정성과 명상성이 어우러진 묵화의 세계를 선보이면서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동양적 문사의 맥을 이어왔다. 선암사·금산사·화엄사·내소사·운주사·쌍계사·구룡사 등 남도의 절을 두루 순례하며 거기 깃든 선사들의 자취를 좇고, 깨어 있는 시혼으로 그 정신과 대화하는 시편들에서, “선적(仙的) 숭고함과 불적(佛的) 심오함”을 아우르고자 하는 시인의 지향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인의 순례는 초탈을 위한 고고한 형이상학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의 고통을 상생(相生)의 마당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힘있는 사색의 시어들이 화법(畵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그려낸 매화·난초·달마의 형상과 더불어 지예(至藝)의 격조를 발한다. “신화와 복고, 엽기, 명상, 희극미와 숭고비장” 등이 한바탕으로 녹아든 이 기(奇)와 괴(怪)의 세계는 어지러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시화첩의 맥을 이어갈 이 책은 안상수 교수(홍익대 시각디자인과)의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더욱 아름다운 애장판의 꼴을 갖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