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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01 조선, 이토록 부끄러운 이름 _ “조선은 고조선의 기상을 잇는 국호일까?” 02 조선 최고의 카리스마 _ “가장 강력한 왕권을 누린 왕은 누구일까?” 03 조선 최악의 왕 _ “정여립은 정말 역모를 도모했을까?” 04 함흥차사는 없다 _ “함흥차사들은 정말 돌아오지 못했을까?” 05 왕이 되지 못한 후계자 _ “양녕대군은 왕좌를 빼앗긴 비운의 천재인가?” 06 왜구의 본거지를 치다 _ “세종은 왜 대마도를 정벌했을까?” 07 실록의 거짓말 _ “실록은 진실만을 적고 있을까?” 08 사육신을 둘러싼 미스터리 _ “사육신의 반역,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09 술독에 빠진 제왕 _ “임금에게 술주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 10 왕권을 회복하는 기상천외한 방법 _ “선조는 왜 미친 척을 했을까?” 11 너무 뛰어났던 세자, 광해군의 비극 _ “광해군은 정말 폭군이었을까?” 12 임진왜란, 동아시아의 역사를 바꾸다 _ “20일 만에 수도 한성이 함락된 까닭은?” 13 난세의 영웅, 이순신 _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은 진실일까?” 14 조선의 왕,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다 _ “무엇을 위한 사대주의였나?” 15 신하들의 나라 _ “조정 대신들이 임금을 하늘같이 섬겼다?” 16 환국의 최전선에 여인들이 있었다 _ “장희빈은 죽어 마땅한 요부였을까?” 17 국토를 지키고 유배당하다 _ “일본은 언제부터 독도를 탐내기 시작했을까?” 18 왕의 망명 _ “조선은 어떻게 역사에서 퇴장했나?” 글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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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정확히는 정도전이)가 주목한 것은 중원 중심의 사관이었다. 국호를 조선이나 화령 가운데 하나로 정해 달라는 요청은 조선을 제후국으로 폄훼하는 중원의 사관에 완벽히 부합하는 것이었다. 명나라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우리도 과거의 조선처럼 제후국으로 삼아 잘 봐 달라”는 애걸의 용도임을 어렵지 않게 읽었을 터이며,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화령으로 정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화령은 그나마 자존심을 갖추기 위한 용도로 끼워 넣었을 테지만, 역사를 통째로 폐기하고 국호까지 받는 자들이 무슨 자존심이 있었을 것인가. 조선의 출발은 그토록 비루하고 굴욕적이었다. --- 「01 조선, 이토록 부끄러운 이름」 중에서
세종은 단군은 물론,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시조를 기릴 사당을 건립할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자주적 의지를 표명했다. (…) 그러나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세종의 의지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삼국의 시조를 위한 사당을 지으라는 세종의 명에 신하들이 성난 호랑이 떼처럼 들고 일어섰다. 삼국의 도읍에 시조의 사당을 건립하는 세종의 명에 대해 주무부서인 예조의 판서 신상(申商)은 고구려의 도읍이 어딘지 알 수 없다며 어명을 일축했다. 고구려의 마지막 도읍이 평양이었다는 것은 고려의 도읍이 개성이고 조선의 도읍이 한성이라는 것만큼이나 상식이 아닌가? 가장 예법에 바른 곳의 총책임자라는 자가 고구려의 도읍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 「01 조선, 이토록 부끄러운 이름」 중에서 선조 22년(1589)에 ‘정여립의 난’또는 ‘기축옥사(己丑獄事)’로 기록된 사상최대의 반역미수사건이 일어났다. 조정의 벼슬을 살다가 스승 율곡을 비판했다 하여 물의를 일으킨 나머지 고향 전주로 낙향한 정여립이라는 자가 왕이 되기 위해 반역을 일으키려 했다는 보고에 조선이 발칵 뒤집혔다. 정여립의 반역을 뿌리 뽑는 과정에서 조선의 정예한 관리와 선비가 무려 1천 명이 넘게 죽어나가는 바람에 나라를 운영하는 관료사회가 쑥밭이 되었지만, 그 사건은 실체가 없는 조작이었다. 놀랍게도 그 반역은 완벽한 선조의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조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용도로 기획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03 조선 최악의 왕」 중에서 함흥차사의 진실은 차사 몇몇이 죽은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거대하고 파괴적이었다. 이성계는 놀랍게도 이방원에게 복수하기 위해 반역을 일으켰으며 북쪽 지방의 병력은 물론, 여진족까지 끌어들였다. 이성계가 함흥에 웅거하자 전통적으로 최강을 자부하는 북방의 무사들이 이성계를 따랐으며 여진족 역시 그를 자신들의 왕으로 섬겼다. 당장 봉기하여 역적 이방원을 죽이라는 이성계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나운 북방의 무사들이 일제히 칼을 들고 일어섰다. --- 「04 함흥차사는 없다」 중에서 이때 선조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광병, 즉 미친 증상을 위시하여 각종 심각한 질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공표했다. 선조가 말한 것 가운데 가장 심각한 병은 물론 광병이다. “때때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곡을 하기도 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고함을 치며 달려가기도 하며, 무언가를 보고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놀라 머리털을 곤두세우기도 하니”라는 내용은 전형적인 정신병적 소견이다. 왕이 거의 커밍아웃 수준의 발표를 한 것은 유례가 없지만 이때 선조의 커밍아웃은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 「10 왕권을 회복하는 기상천외한 방법」 중에서 최소한 명군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광해군이 강제로 폐위당하고 폭군으로 매도된 것은 이미 준비된 프로그램이 진행된 탓이었다. 광해군이 어떻게 치세했든 간에 제왕의 자리에서 탈락하게 되어 있었고 연산군의 뒤를 이어 폭군으로 기록되게 되어 있었다. 광해군의 비극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은 놀랍게도 그의 아비였다. --- 「11 너무 뛰어났던 세자, 광해군의 비극」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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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을까”
_ 조선 역사가 품은 열여덟 가지 의문에 답하다 역사라는 것이 인간의 기억과 기록, 나름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어디에나 허방은 존재한다. 가장 공신력 있다고 여겨지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믿지 못할 기록들이 허다하며,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사와 야사의 기록이 다르고, 같은 기록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이 내려진다. 따라서 우리 머릿속 조선의 얼굴 또한 제각각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조선의 얼굴에 가까울까? 우리는 조선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역사는 온전히 기록에 의지해 읽히는데, 문제는 정사든 야사든 쓰일 당시 권력을 잡은 자 또는 펜을 잡고 있는 자의 이해와 가치관에 입각해 각색되고 덧칠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또는 사서에 기록된 역사를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되지만, 어차피 그러한 기록들의 행간 사이로 여러 모순과 오류들이 커다란 물음표와 함께 떠오르게 마련이다. 조선 역사가 품고 있는 의혹과 비밀을 추적하는 작업에 주력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또는 잘못 알아왔던 조선 역사의 면면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치고 풀어놓음으로써 조선의 맨얼굴을 첨예하게 드러내 보인다. 날카로운 추리와 고증을 바탕으로 아귀를 맞춰가는 저자의 ‘《조선왕조실록》 행간 읽기’를 통해 독자들은 머릿속 500년 조선사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읽어야, 지금을 제대로 쓴다 우리가 조선 역사를 그저 드라마로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안에 함유된 진실을 읽고자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500년 동안 지속된 조선의 역사가 우리의 유전자에 고스란히 새겨져, 지금 여기 우리가 만들어가는 역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종주국인 명나라와 신진 강국인 후금이 대치하는 가운데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던 광해군과 조선 조정의 처세를 다룬 부분에서는, 여전히 강대국의 파병 요청에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대한민국 정부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우리는 조선이 자주독립국가로서의 명예를 굳건히 지켜나갔다고 알고 있지만, 뼛속까지 도금된 사대주의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조정 대신들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된 ‘역사 바루기’를 다룬 부분에서도, 아직까지 친일 잔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작금의 사회적 부작용들이 속속 떠오른다. 이 외에도 ‘조선의 국호에 담긴 부끄러운 역사’ ‘실록이 전하는 거짓말’ ‘왕권을 좌지우지한 신권의 배후와 명분’ ‘임진왜란의 비극과 미스터리’ 등 총 열여덟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 이면의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는 이 책은 조선 역사를 읽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지금의 우리 역사를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꺼리를 풍부하게 제공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