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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ki Hyakuta,ひゃくた なおき,百田 尙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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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가와사키 역 앞 번화가를 걷고 있는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앞을 걸어가는 통통하고 키 작은 중년여성 바로 옆에서 빨간 핸드백이 저 혼자 허공에 떠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집중해서 자세히 보니 핸드백이 공중에 떠 있는 게 아니고 핸드백을 든 여성의 하얀 블라우스 반소매에서 나온 팔이 거의 투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없다. --- p.17
투명인간은 역에서 나와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신이치로는 마치 몽유병자처럼 남자의 10미터 정도 뒤를 쫒았다. 눈앞의 와이셔츠와 바지를 바라보고 있던 신이치로는 남자의 모습이 아까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전철 안에서는 희미하게 보였던 윤곽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벽한 투명이었다. 이 변화는 뭘 말하는 걸까 (…) 남자가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건넜을 때 녹색 신호등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신이치로는 남자를 따라잡으려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음 순간 귀를 찢을 듯한 브레이크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신이치로의 눈앞에서 오토바이에 치인 셔츠와 바지가 허공을 날았다. 셔츠와 바지는 허공을 몇 미터 날아가 도로에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여자의 비명소리에 섞여 여러 명이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진 셔츠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p.34~35 택시는 강한 빗속을 달려가고 있다. 신이치로는 잠시 오른쪽 창으로 경치를 바라보았다. 신호로 차가 섰을 때 무심코 앞쪽을 보았다. 그 순간 운전사의 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니까 제복 어깨 위로 모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싶었다. 탈 때는 분명히 보였다. 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어 운전사를 비스듬히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모자 아래로 얼굴은 없었다. 소매 끝으로 나온 손목도 손도 보이지 않았다. 핸들만 자동 운전처럼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 이 운전사는 곧 죽는다! --- p.56~57 “자네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군.” 남자의 말에 신이치로는 전율했다. 순간적으로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 그는 분명 ‘보이는 모양이군.’이라고 말했다. 설마 그걸 의미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침착해야 해! 동요를 들키면 안 돼. “뭐가 보인다고 하시는지 …… 모르겠습니다.” 중년남자는 다시 빙긋이 웃더니 벤치 뒤에서 천천히 앞으로 돌아 신이치로 옆에 앉았다. “자네는 …… 저 남자가 투명하게 보이는 거 아닌가?” 신이치로의 온몸이 굳었다. --- p.155 “나비효과라고 아나?” 신이치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주 작은 사건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걸 말하네. 카오스 이론의 일종이지.” “카오스 이론이 뭡니까?” “간단히 말하면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다루는 이론이야. (……) 고작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데서 나비효과라고 하지. (……) “내가 어떤 남자를 살린 것 때문에 다른 여자가 죽은 건 어떻게 설명하지? 내 말을 잘 기억해두게. 나는 그때 신주쿠 밤거리에서 빈 깡통을 발로 찼을 뿐이야. 그리고 6개월 뒤에 아이치 현 아파트에서 여자가 살해당했다고.” 신이치로는 속으로 앗, 하고 외쳤다. 구로카와의 말이 맞다. 빈 깡통이 구르는 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그의 ‘죽음’이 비켜갔다. 그러나 그 남자는 6개월 뒤에 여자를 죽였다. 즉 그의 말처럼 여자의 운명이 바뀐 건 고작 빈 깡통 하나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 p.164~166 “그 파티시에가 불쌍하기는 해. 인생의 절정을 맞았지만 그걸 충분히 누리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을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인생이 그런 거야, 그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아.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거야. 다들 사고 순간까지 설마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해, 오늘밤에 할 일도 있었을 테고 다음 달 일정도 정해져 있었겠지. 그러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거지. 나도 그렇지만 인간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아무도 몰라. 말기 암 환자의 경우는 다른 이야기지만 말일세. 그러나 만약 자신의 인생이 서른 살에 끝난다는 걸 안다면 누구라도 전혀 다른 삶을 살겠지.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끝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맹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거야.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진정으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 왜냐하면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아무 근거도 없이 말이야.” --- p.224~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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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타인의 ‘죽음’이다
타인의 죽음을 예견하는 한 남자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운명 이야기 “우리는 말하자면 ‘포르투나의 눈동자’를 갖고 있는 셈이야.” “포르투나가 뭡니까?”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구를 밟고 선 운명의 여신이야. 인간의 운명을 보는 여신이지.” 어린 시절 화재로 부모와 여동생을 잃은 신이치로는 친구도 애인도 없다. 매일같이 집과 회사를 오가며 묵묵히 일에만 매진하는 고독한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중에 지하철에서 투명한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 처음엔 손만 투명한 사람이었지만 몸통 전체가 투명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를 뒤쫓기 시작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는 걸 목격한다. 그때 깨달았다. 몸이 투명해 보이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임을…. 그는 타인의 운명을 볼 수 있는, ‘포르투나의 눈’을 갖게 된 것이다. 뜻하지 않게 갖게 된 이 능력을 통해 그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을 그들의 운명에서 몇 번이고 구해낸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의사 구로카와를 만나,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때마다 자신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만약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보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타인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인가. 햐쿠타 나오키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죽음을 볼 수 있게 된 주인공 신이치로를 통해 한 인간이 다른 사람의 운명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과연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묻는다. 구로카와의 입을 통해서도 이는 재차 확인된다. 구로카와는 한밤중에 신주쿠 거리에서 투명한 남자를 맞닥뜨리고 엉겁결에 눈앞의 굴러다니는 깡통 하나를 발로 걷어차 남자의 생명을 구한다. 하지만 6개월 뒤 그 남자는 옆집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한다. 이 남자가 살아 있지만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여자의 죽음은 구로카와가 걷어찬 깡통 하나로 빚어진 일이다. 여자의 운명이 바뀐 건 고작 빈 깡통 하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명 나비효과. 어차피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까. 닥쳐올 미래를 알 수 없어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르고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오늘을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 인간의 ‘운명과 죽음’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