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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
카르타헤나 일리스 만나기 해프리드 히로시마 테헤란의 전화 보트 |
Nam 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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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뒤로 강이 흘렀다. 바람은 싸한 냄새로 가득했다. 천천히 떠 있는 불빛 속에서 나는 저 멀리, 강 아래를 보았다. 얼어붙은 언저리에 번들번들한 기포들이 커다랗게 부풀었다. 아직 얼지 않고 흐르는 물은 검게 꼬여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강 표면이 얼려면, 완벽하게 크리스털 같은 세계 안에 갇히려면 몇 시간, 아니 며칠이 걸릴까. 그리고 그 세상이 작은 돌이 내는 단음절로도 얼마나 깨어지기 쉬울까. --- p.46
종이에 일리스의 눈을 그대로 담으려 애쓴다. 내 머릿속에 든, 내 마음의 눈에 비친, 일리스의 눈은 비난하는 엄격한 눈이다. 그때의 상황은 이것 아니면 저것, 저것 아니면 이것이었다. 내가 아는 바를 일리스도 알면, 내가 느낀 바를 일리스도 느끼면, 일리스가 나에게 다른 선택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순간이 얼마나 많은 일을 일으킬 수 있을까? 17년의 간극을 지나서 이제 일리스가 또 나를 부끄러운 눈길로 바라볼까? 피가 딱딱하게 굳어서 산산조각 났다. 무대 위에서 일리스의 눈빛은 아주 선명하고 깊고 크고 참됐다. 그 눈빛의 은총을 받으면, 일리스가 나를 바라보았다면, 나같이 추잡한 늙은이도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 p.137 낚싯줄이 떨렸다. 짧게 계속 떨렸다. 제이미는 흥분해서 낚싯대를 잡았다. 이렇게 힘껏 떠는 물고기를 본 적 없었다. 아빠를 보았다. 아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클과 엄마도. 바다는 이렇다. 종일 기다리다가 막 떠나려 할 때 무엇을 내놓는다. 고래의 매끈한 등, 뛰어오르는 고등어의 날카로운 빛 등 무엇이라도. 막연히 기다릴 뿐, 그 무엇이 나타난 뒤에야, 기다린 것이 무엇인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멀리서 무엇이 반들반들한 수면을 흐트러뜨렸다. 아름다웠다. 그 무엇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아름다웠다. --- p.208 그날 저녁, 다리가 새처럼 가는 10대 소녀가 계속 절을 하듯 고개를 까닥거리며 뱃전을 돌아다니다가 배 옆을 넘어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 누가 소리쳤다. “안 돼!”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냥 둬. 죽고 싶은 사람은 그냥 죽게 둬.” 처음 소리친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발을 굴렀다. “세상에, 누가 좀 구해줘요. 어서!” “직접 하시지. 얼른, 뛰어들어.” 남자는 허수아비처럼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모두가 그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배 옆으로 가서 석양에 빛나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 pp.388~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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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6개국 출간 베스트셀러
딜런 토머스 상,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 상, 푸시카트 상 수상작 2008년 아마존 Best Book,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소설, 뉴욕타임즈 주목할 만한 도서, LA타임즈 Best Book, 호주인들이 선정한 Best Book, 캐나다 내셔널포스트 Top 10 도서 등 선정! 과감하고도 놀라운 재능을 갖춘 작가의 탄생 단 한 권의 책으로, 그것도 데뷔작으로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인 이목을 받은 책이 있었을까. 베트남에서 태어났고 호주에서 자라나 변호사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소설가로 데뷔한 스물아홉의 청년 남 레. 여러 갈래로 얽히고설킨 자신의 이력을 반증하려는 듯 써내려간 일곱 편의 소설로, 그는 소설가 지망생에서 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한 전 세계 매체에서 쏟아진 50여 편의 인터뷰, 리뷰, 서평과 더불어, 8개 상 수상, 전 세계 16개국 번역 출간을 앞둔 2008년 최고의 신인이자 주목할 만한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야기에서 얻고자 하는 가장 큰 바람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사실로 여기는 것, 자전적 글이라는 게 얼마나 함축적이면서도 거짓된 것인지, 작가의 삶에서 뽑아져 나온 것을 사람들이 얼마나 다르게 읽어내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뤄보자는 것”(뉴욕타임즈 인터뷰 중)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보트」 속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혹은 직접 겪은 듯한, 생생하고도 선연한 날것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다양한 생각들을 이끌어낸다. 콜롬비아 빈민가에서 테헤란의 거리까지, 뉴욕에서 아이오와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조그마한 어촌에서 남지나해를 표류하는 배까지, 장소와 시간을 넘나드는 남 레의 과감한 여정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복잡한 주제로 모아진다. 누군가 겪은, 누군가 상상한 혹은 누군가의 질문 속에서 태어난 이야기들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_ 멜버른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경력을 버리고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작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인 ‘남’은 작가 양성 프로그램에서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재촉으로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겪은 일들을 소설로 옮기게 된다. 얼핏 한 사람의 인생을 문학 소재로 이용하는 것을 꼬집는 풍자 내지 자전 소설로 보이는 「사랑과 명예-」는 이후 어린 시절 대학살에서 살아나 군인이 된 아버지, 모국과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그리며, 그에서 비롯된 여러 감정들을 솔직하면서도 건조한 문체 속에 담아내었다. 「카르타헤나」_ 콜롬비아 슬럼가에서 청부 살인업자로 일하는 ‘론’은 친구들과 패거리로 어울려 다니며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론은 패거리에 이끌려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에 가담하게 되고, 그 일이 자신에게 살인 청부업을 맡게 해준 ‘엘파드레’, 자신을 패거리에 끼워준 친구 ‘헤르난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이자 이들의 로망, 도피처인 카르타헤나와 대조적으로, 이 소설은 생사의 기로에 선 열네 살짜리 암살자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콜롬비아의 생활을 보여준다. 「일리스 만나기」_ 뉴욕에서 ‘저명한 신상징주의 화가’로 활동하는 헨리 러프. 그림의 모델이자 마음의 위안이던 ‘올리비아’가 죽고 그림에서 손을 뗀 채 지내던 어느 날, 어린 시절 허망하게 떠나보낸 딸 ‘일리스’의 첼로 연주회 소식을 듣게 된다. 별 것 아니었던 병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고 헨리는 일리스를 만나는 데 더욱 집착하게 되지만, 공연장인 카네기홀로 가는 길은 험하고 더디기만 하다. 쇠약해진 몸을 한탄하는 주인공,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던 애인, 아픈 몸으로 주인공을 떠나간 딸이 그리는, 영원히 공유될 수 없는 평행선은, 기대와 실망을 품은 부녀간의 첫 만남을 향해 나아간다. 「해프리드」_ 해프리드 만이 내다보이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에서 사는 제이미는 지난주 열린 준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승점을 올리고 ‘공 놓치는 제이미’에서 일약 대표 스타 선수가 된다. 그러자 평소 짝사랑하던 퀸카 앨리슨 피셔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제이미는 앨리슨이 학교의 문제아 도리의 여자친구라는 것을 알지만 그대로 이끌리고 만다. 한편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그런 엄마를 위해 살아온 아버지, 제이미의 동생 마이클은 집을 팔라고 하는 외지인들의 제안에 각자 과거의 기억과 상처, 숨겨진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지속적인 앨리슨의 추파에 제이미는 흔들리고, 둘이 어울리는 것을 도리의 친구들이 목격하게 된다. 「히로시마」_ 특이한 서사 형식을 띤 이 소설은 세계 2차 대전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지기 전날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학교로 대피해 숨어 전쟁 훈련을 받는 초등학생 주인공의 시선으로 당시의 끔찍하고 두려운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영예롭게 천만 명을 죽음으로!’, ‘항복대신 영예로운 죽음을!’, ‘조국의 땅 한 치라도 사수하라!’라는 표어 아래 어설픈 애국심을 키우던 주인공은 히로시마에 닥쳐오는 불길한 기운에도 그곳을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결국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테헤란의 전화」_ 숨겨지고 감춰진 도시 테헤란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의 갈등과 화해, 이해를 다룬 이야기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사라는 옛 애인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친구가 있는 테헤란에 오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다시 이란으로 돌아온 친구 파빈 대신 파빈의 약혼자 마무드가 마중을 나온다.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듯, 기민하게 움직이는 마무드를 따라 사라는 테헤란에 머무르며 생경한 환경과 사람들을 접하게 되고, 파빈이 기획하고 운영해오던 ‘테헤란의 전화’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파빈의 숨겨진 이야기와 깊은 고민을 알게 된다. 「보트」_ 작가는 마지막 단편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베트남 보트 피플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열댓 명 남짓 들어갈 만한 보트 속에 서로 몸을 겹쳐 자리한 백 여 명의 난민이 위태로운 표류를 시작한다. 주인공 소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남동생 또래의 한 아이를 만나 자식처럼 보살피고 그 어머니와도 유대감을 느끼며 힘겨운 시간들을 버텨낸다. 열사흘이 지나 나눠 마실 물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 그때, 소녀와 어머니는 힘든 결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실제 작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공산 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의 가족이 수많은 난민 행렬에 뛰어들었던 경험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