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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어쩌면 늘 우리곁에 있는 것
도서2팀 김태희 (taengee@yes24.com)
우연히 길에서 동전을 줍거나, 버스나 지하철 환승 시간이 딱 맞아서 한 번도 기다리지 않거나, 마지막 남은 인기 상품을 득템한적 있으신가요?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따라온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 행운이 오래 지속되길 간절히 바랬을 겁니다. 하지만 살면서 늘 행운이 따르는 건 아니죠. 누군가에게 행운이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행운을 찾아서』는 어떤 이에게는 늘 따라오는 것 같고, 어떤 이에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행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앞 뒤로 읽는 책입니다. 앞에서부터 읽으면 행운 씨의 여행 이야기가, 뒤에서부터 읽으면 불운 씨의 여행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냥 읽으면 마치 한 명의 운 좋은 사람과 한 명의 운 없는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함께 읽다 보면 행운에 대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놀라게 됩니다. 행운 씨와 불운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둘은 동시에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행운 씨는 조금 느긋하게 준비합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늦춰졌지만 괜찮습니다. 잠시 쉬어가면 되니까요. 복권도 한 장 사구요. 비행기 연착으로 갈아탈 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다 렌터카를 빌리기로 합니다. 마침 준비되었던 것처럼 빈 차가 딱 한 대 남아있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곤경에 처한 할머니를 집까지 데려다 드립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에 초대받죠. 행운 씨는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진짜 여행이구나! 운 좋게도 할머니의 아들이 요트로 행운 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고 합니다. 요트 여행이라니. 어쩜 인생이란! 이렇게 행운 씨에게는 멋진 우정도 시작됩니다. 이제 불운 씨를 만나볼까요? 불운 씨는 여행 전 날 두 개의 가방에 여름 옷과 겨울 옷을 모두 챙기고 잠이 듭니다. 불운 씨는 철저한 성격이니까요. 그런데 떠나기로 한날 아침, 늦게 일어나고 맙니다. 헐레벌떡 공항으로 달려가지만 길은 막히고 비행기는 이미 떠났습니다. 불운 씨도 복권을 한 장 사고, 하는 수 없이 렌터카를 빌려 이동합니다. 다행히 갈아탈 버스는 놓치지 않았죠. 그런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버스에서 졸다 배를 갈아탈 정류장을 놓치고 가방도 잃어버립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홀딱 젖고만 불운 씨는 여행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행운 씨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그림 속을 들여다 보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불운 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불은 씨가 주인공인 그림 속에도 행운 씨가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 뒤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야 『행운을 찾아서』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행운과 불운은 어쩌면 우리의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운은 늘 우리 곁에 머물지만 이것을 행운으로 바꿀지 불운으로 바꿀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게 아닐까요? 앞 뒤로 보는 독특한 구성과 유머러스한 이야기, 숨은그림찾기처럼 두 사람 연결시켜주는 그림이 어우러져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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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자명종이 시끄럽게 울려댔습니다. 그렇지만 행운 씨는 서두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분히 움직이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지요.
그는 아침을 맛있게 먹은 뒤 짐을 꾸렸습니다. 가장 필요한 몇 가지만 조그만 가방에 챙겼어요. 떠나기 전에는 고양이를 돌봐 줄 이웃에게 들렀습니다. 그리고 이웃이 건넨 커피를 천천히 마셨습니다.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어요. 실제로 행운 씨는 아주 느긋한 사람이었거든요. --- p.11 행운 씨는 요트로 떠나는 여행을 늘 꿈꿔 왔습니다. 파란 하늘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바람을 가득 안은 돛, 돌고래들의 인사……. “안녕!” 배 끝에 있던 크리스토발이 돌고래를 향해 큰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행운 씨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인어의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요. 그들은 여객선보다 먼저 세레레 섬에 도착했습니다. 요트를 부두에 묶어 둔 다음, 함께 호텔로 향했습니다. 멋진 우정의 시작이었지요. --- p.22-23 불운 씨는 잠을 설쳤습니다. 침대를 빠져나오기가 무척 힘들었지요. 잠에서 깨기 위해 커피가 필요했습니다. “이럴 수가! 벌써 열 시가 넘었잖아!” 자명종이 맞춰 놓은 시간에 울리지 않았던 거예요. 이럴 때는 빛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요. “빨리요! 공항으로 갑시다!” 그가 택시 기사에게 소리쳤습니다. 택시는 영화에서처럼 끼이익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p.42-43 불운 씨는 멀미를 한 탓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황당한 건 바로 코앞에서 누군가 가방을 훔쳐 갔는데도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음모야! 여객선 회사를 고소할 거야!” 그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버스 회사도 같이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게 해 주지!” 마침내 그는 섬에 하나뿐인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저 얼른 씻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죄송합니다, 손님! 방을 드릴 수가 없네요. 오늘 여객선을 타고 온 승객이 너무 많아서 빈방이 하나도 없답니다.” 불운 씨는 투덜거릴 힘도 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을 돌려 호텔을 나섰습니다. --- p.5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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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결정짓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
『행운을 찾아서』는 같은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행운과 불운을 만드는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행운 씨’는 스스로 휴가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즉흥적으로 여행사에 찾아가 직원의 추천으로 ‘세레레 섬’에 가기로 합니다. 아침부터 자명종이 울려도 느긋한 성격의 행운 씨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가장 필요한 몇 가지만 조그만 가방에 챙긴 뒤, 고양이를 돌봐 줄 이웃에게 들러 이웃이 건넨 커피도 천천히 마시지요. 공항에서는 비행기 출발 시각이 예정보다 늦춰졌지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덕분에 더 느긋하게 식사도 하고, 상점을 기웃거릴 수도, 복권을 살 수도 있으니까요. 연착으로 기차를 놓쳐도 괜찮습니다. 렌터카를 빌리면 되니까요. 그는 버스 정류장에서 곤란에 빠진 아주머니를 도와준 덕에 저녁 식사에 초대되고, 운 좋게도 그간 꿈꿨던 요트 여행을 하게 됩니다. 또 새로 사귄 친구로부터 어쩌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소중한 인연을 소개 받아 함께 세레레 섬을 구경하며 즐기지요. 자, 그럼 ‘불운 씨’의 여행은 어떨까요? 불운 씨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고개를 숙이고 다닙니다. 그러다 아파트 현관에 떨어진 ‘세레레 섬’ 여행 책자를 보고 기분 전환을 위해 떠나기로 합니다. 짐을 한가득 챙긴 뒤 잠들었다 자명종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자고, 헐레벌떡 공항에 가니 비행기 표는 매진입니다. 그는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꽉 막히는 도로를 운전해, 출발 직전의 버스를 겨우 잡아탑니다. 졸다 깨니 어느덧 버스 종점이고, 가방 하나가 없어진 데다 비까지 쏟아집니다. 고생 끝에 세레레 섬으로 가는 배를 타지만 남은 가방 하나마저 사라지고, 도착한 섬의 호텔에는 빈방이 없습니다. 힘없이 땅만 보며 걷던 불운 씨에게 떨어진 복권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렇듯 행운 씨는 ‘지금’을 느긋하게 즐기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돌발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행운 씨 시각에서는 행운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반면 불운 씨는 조급한 마음에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입니다. 온갖 불만과 상황을 바꾸고 싶은 욕심이, 엎친 데 덮치는 불행한 결과만 불러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인생에는 행운과 불운만 가득할까요? 책 한가운데서 두 이야기가 만나는데, 두 사람의 여행 뒷이야기가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이 후일담을 보노라면 어떤 사람의 인생을 행운과 불운으로만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운은 늘 우리 곁에 머뭅니다. 이를 행운으로, 아니면 불운으로 바꿀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것입니다. 행운을 믿는 사람, 그리고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스페인어권에서 문학성을 인정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세르히오 라이를라는 『행운을 찾아서』 안에 알 듯 모를 듯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여럿 남겨 놓았습니다. 「행운 씨의 여행」 이야기 앞에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불운 씨의 여행」 이야기 앞에는 ‘행운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라는 머리말을 적어 두었습니다.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모두 읽은 뒤,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어 읽으면 알쏭달쏭했던 의미가 선명히 다가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억지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리하게 상황을 반전시키려 하지 말고,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현재를 즐기며 때를 기다리다 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운 좋은 상황이 잇따르는 행운 씨를 보며 행운이란 게 정말 있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고, 또 행운을 믿는 사람이라면 짜증나는 상황만 생기던 불운 씨가 결국 가까이 있던 행운을 붙잡는 결말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행운을 믿는 사람, 그리고 믿지 않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밝고 생동감 넘치면서 하나하나 섬세함이 살아 있는 그림은 두 사람과 함께 직접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놀라운 점은 글에서는 설명이 생략되었던 부분이 그림 안에서 모두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그림 안에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사건의 인과관계 역시 그림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장면을 구석구석 살펴볼 때마다 새로운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작권사의 설명에 의하면 1,000여 개에 이르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숨겨 놓고 있다는데, 안타깝게도 이 책을 몇 달 동안 들여다본 편집자조차 그 정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독자들도 함께 그림 속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를 맛보길 바랍니다. |